한글로만 표기된 ‘승무원 전용 화장실’ 논란..‘한국인=잠재적 코로나 보균자’ 인식
네덜란드 항공사, 인종차별 지적에 사과문 발표..핵심 벗어난 ‘반쪽짜리’ 비판 ↑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이 최근 기내에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내에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하고 이를 한국어로만 안내, 특히 한국인을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라고 칭한 것으로 알려지며 비난이 들끓자 진화에 나선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KLM항공의 이번 사과를 두고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들은 한국 고객에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승무원의 단순 실수라는 점을 강조해 국민적 공분은 여전한 모습이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 이문정 한국지사장 등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승무원 전용 화장실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 이문정 한국지사장 등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승무원 전용 화장실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LM항공은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한국인에게 차별적 행동을 했다는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 낭독에 나선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본부장(사장)은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및 공지와 관련해 승객 여러분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은 KLM의 정해진 정책은 아니며, 승무원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며 “승무원 개인의 실수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다. 일부 승객을 차별적으로 대했다는 지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앞서 KLM항공은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KLM 항공편의 기내 화장실 문 앞에는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한글로만 적힌 안내 문구를 부착했다. 

이를 본 한 한국인 승객이 KLM항공 측에 그 있는 이유를 묻자 “잠재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답했다. 

또 KLM항공 측은 이 승객이 해당 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촬영하자 내규를 들어 사진 삭제를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기내에서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는 내규는 없었다. 

이 한국인 승객은 해당 사실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렸고, 많은 국민 공분은 커졌다.  

아울러 우리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네덜란드 항공당국과 KLM항공 측에 강력한 항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이 최근 기내 화장실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문구를 붙여 안내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네덜란드 항공사 KLM항공이 최근 기내 화장실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문구를 붙여 안내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날 글래스 사장은 이번 사건이 본사 임원진에게 바로 보고됐으며, 내부적으로 경위를 조사 중이라는 점을 알렸다.

글래스 사장은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KLM항공 기내 서비스 담당 임원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해당 항공편 승무원은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즉시 기내 담당 임원과 별도 면담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KLM항공 측은 모든 승무원을 대상으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공지했다. 글래스 사장은 “향후 인천을 오가는 항공편의 승무원 브리핑 시간을 통해 해당 내용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과문 낭독을 마친 글래스 사장 등 KLM항공 경영진들은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KLM항공의 이번 사과를 두고 뒷말도 나오는 상황. 글래스 사장의 사과는 사측이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했다는 것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 아닌 ‘한글로만 적힌 안내문’으로, 이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글래스 사장은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견이라는 전제 하에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확진자가 한국보다 유럽에 더 많다”며 “어떻게 유럽에서 오는 사람이 한국인을 잠재적 보균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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