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습 여대생에 술자리 강요 및 강압적 업무 등 주장
헛구호 된 ‘인재 양성 최선’ 외침..종합건설그룹 목표 ‘삐끗’?
회사 측 “사건 인지 후 조사, 징계처분 완료”..수위는 함구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직장 내 성희롱, 갑질 등 문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 종합건설그룹 유탑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유탑건설의 한 직원이 현장 실습을 나온 여대생에 술자리를 강요, 성희롱하고 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한 지역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유탑의 기업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 

이에 유탑건설 측은 사건을 인지한 직후 사실 확인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18일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처분을 완료했다는 점을 <공공뉴스>에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강한 직업인을 존중하고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기업이 성희롱·갑질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은 상당히 뼈아픈 상황. 

더욱이 정병래 유탑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문화 개선’을 강조했지만 정작 내부 관리를 소홀히 해 기업 이미지에 오점을 남겼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책임론도 불거지는 모양새다.  

정병래 유탑그룹 회장 사진=유탑그룹 홈페이지 캡쳐
정병래 유탑그룹 회장 <사진=유탑그룹 홈페이지 캡쳐>

19일 보도 등에 따르면, 유탑건설 측은 겨울방학 기간 동안 졸업을 앞둔 대학생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들에게 성희롱과 갑질을 자행했다. 

유탑건설 현장 안전관리자로 근무 중인 A씨는 실습생들에게 수차례 술자리 등을 강요했고, 심지어 일부 학생에게는 데이트를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회식 후에는 2차 술자리를 본인의 집에서 만들 것을 강요했으며, 일과가 끝난 밤늦은 시간 만취 상태에서 실습생들에게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아울러 A씨는 평소 자신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실습생들에게는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라’ ‘아프면 진단서 제출하고 다른 실습 자리 알아봐라’ 등 강압적인 말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공뉴스> 확인 결과, 유탑건설은 모 대학교의 ‘2020년 현장실습 운영 협조 요청’에 따라 여학생 3명과 남학생 1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6주간 건설 분야에서 이론의 적용, 실무교육 및 실습 등을 실시했다. 

또한 당초 실습생들에게 성희롱·갑질을 일삼았다는 인물은 유탑건설 현장 간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과장급 직원으로 확인됐다. 

유탑건설 관계자는 “A씨가 현장 실습생인 여대생 B씨에게 ‘둘이서 데이트나 할까’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며, 회식 이후 ‘술 한잔 더 하자’라는 취지로 전화를 하고 ‘우리 집에서 모이자’ 메시지를 보낸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A씨가 B씨에게 ‘아프면 진단서 제출하고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라고 한 부분도 사실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B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관련 사실을 인지한 즉시 회사(유탑건설)는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A씨와 B씨를 분리 조치했다”며 “취업규칙에 따라 A씨를 징계절차에 회부했으며 어제(18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A씨에 대한 징계처분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 임직원은 B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했고, A씨 역시 사건 발생 후 B씨를 만나 직접 사과했다”면서 “유탑건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갖고 사전 예방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며, 각 건설 현장 내에서의 성희롱 문제 발생 방지를 위해 특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A씨에 대한 징계가 완료됐다면서도 구체적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유탑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유탑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뿐만 아니라 유탑건설은 이번 사건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탑건설 측은 문자 메시지 등을 살펴본 결과 A씨가 지위를 이용해 술자리 응대를 요구하거나 강요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며, 데이트를 언급한 부분도 정황 상 현장을 같이 돌아보자는 취지로 해석했다.

A씨가 B씨에게 ‘나오지 마라’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A씨가 실습기간 중 수차례 지각 및 결석을 하자 이에 대한 경고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A씨의 언행에 대한 취지나 해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유탑건설 측의 입장이지만, 그러나 그 언행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한편, 유탑그룹은 건설, 감리, CM(건설사업관리), 설계, 분양, 호텔·레저 등 모든 건설 분야를 아우르는 중견 건설그룹이다.  

그동안 정 회장은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신뢰와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특히 대한민국 건설 문화를 선도해나갈 종합건설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올해를 그 초석이 되는 해로 만들자고 당부했지만, 2020년 초반부터 불편한 이슈로 곤욕을 치르면서 정 회장의 목표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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