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공공스토리
[공공story] 의미 없는 방패막이
#이니셜 보도:“실명 보호” vs “루머 양산”→무분별한 추측 지양하고 올바른 댓글 매너·문화 구축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2020. 02. 19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확인되지 않은 각종 추측과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수개월 혹은 수년 간 시달려야 하는 이들, 바로 연예인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이니셜로 보도될 경우 해당 연예인을 추측하는 댓글들이 쏟아지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 불과 몇 년 전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여자 연예인들의 ‘성매매 리스트’가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성매매 연예인 관련 보도는 이니셜로 처리됐지만 억측성 루머가 끊임없이 생산됐고, 성매매 루머에 이름이 오르내린 죄 없는 여자 연예인들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성매매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자 연예인으로선 수치스럽고 치욕적이다. 특히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 입장에서는 이미지 타격, 신뢰도 추락은 물론 평생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까지 새겨지게 돼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여전하며 현재까지도 많은 피해 연예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 하정우. <사진=뉴시스><br>
배우 하정우. <사진=뉴시스>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건을 파헤쳐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를 촉구하는 일은 언론의 역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 배우, 가수, 감독 등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사생활까지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실명이 아닌 이니셜 보도에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주 처음 제기된 연예인 프로포폴 의혹은 이니셜로 보도돼 온라인상에서는 실명을 거론한 추측성 글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하정우, “남용 아닌 치료 목적”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배우로 지목된 배우 하정우가 침묵을 깨고 해명했다. 하정우는 투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흉터 치료 목적이었고 약물 남용도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정우 소속사 워크하우스는 지난 1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하정우는 얼굴 부위 흉터 때문에 평소 고민이 많던 중 2019년 1월 레이저 흉터 치료로 유명하다는 모 병원 원장을 소개받았고 그 원장으로부터 하정우의 피부 흉터 치료를 돕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술을 받은 기간은 2019년 1월경부터 9월경까지 약 10회 가량으로, 강도 높은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며 “치료를 받을 때 원장 판단 하에 수면 마취를 시행한 것이 전부이며 어떠한 약물 남용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소속사는 ‘배우 출신 동생 명의로 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소속사 측은  “해당 병원 원장이 최초 방문 때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오라’고 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중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원장은 하정우에게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의 이름 등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으로 막연히 생각했고 의사의 요청이라 별다른 의심 없이 전달했다”며 “그것을 병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하정우로서는 치료 사실을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속사는 “원장의 요청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경솔하게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려준 것에 대해선 깊이 반성한다”며 “그로 인해 이러한 오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팬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소속사는 “다행스럽게 병원 방문 일시를 예약하는 과정 그리고 치료 후 경과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원장과 주고받은 수 개월 간의 문자 내역과 원장의 요청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과정이 확인되는 문자 내역이 남아 있다”며 “그 내역을 보면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출입한 사실, 그 일시 등이 명백히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소속사는 “수사기관이 사실 확인을 요청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불법 프로포폴 투약 의혹은 13일 SBS ‘8뉴스’를 통해 불거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받고 있는 10여명에는 유명 남자 영화배우 A씨와 재벌가 자제 기업인 B씨, 연예기획사 대표 C씨, 유명 패션디자이너 D씨 등이 포함됐다.

이후 15일에는 채널A ‘뉴스A’가 유명 영화배우가 배우 출신 연예기획사 대표인 친동생 이름으로 차명 투약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누리꾼들은 해당 인물 찾기에 나섰고 하정우가 해당 배우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른바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내시경 검사 등을 위한 수면 유도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마약과 같은 환각효과가 있어 오·남용이 심각하고 자칫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의 하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치료목적 등으로 투약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유명 연예인들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공공뉴스DB><br>
<사진=공공뉴스DB>

# ‘버닝썬 화장품 여배우’부터 ‘미투’까지..이니셜 폭로에 몸살 앓는 연예인들

그동안 이니셜 보도로 피해를 입은 연예인들은 한 두 명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효주, 정은채, 김고은 등 여배우들이 ‘버닝썬 화장품 여배우’ 논란에 휩싸여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2019년 5월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버닝썬 제보자 김상교씨가 폭행을 당한 날 한 화장품 업체가 버닝썬에 협찬했고, 이 자리에서 한 30대 여배우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의심할 만큼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브랜드의 모델이었던 한효주, 정은채, 김고은이 ‘버닝썬 화장품 여배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분별한 실명 추측이 이어지면서 한효주·정은채·김고은은 각자의 소속사를 통해 버닝썬 사건과 관련된 루머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된 영화배우 양모씨의 소식이 전해지며 애꿎은 양씨 성을 가진 배우들이 소환돼 피해를 입었다.

당시 양동근, 양세종, 양익준, 양주호, 양현민 등 양씨 성을 가진 수많은 남자 배우들이 거론됐고 이들은 “필로폰 투약 혐의 배우와 상관 없다”며 해명을 해야 했다.

이후 해당 영화배우는 39세 단역 배우로 밝혀졌지만 애먼 사람들만 피해를 입은 셈이다.

그룹 B1A4의 산들도 때아닌 ‘미투’ 논란에 휘말렸다.

2018년 3월9일 한 매체가 한 여성이 2010년대 초에 데뷔한 현직 아이돌 그룹 보컬 E씨로 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하면서다.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2010년대 초 데뷔한 아이돌 그룹 보컬’이라는 점에서 산들을 지목했고 네티즌의 의견이 사실인 양 퍼져나갔다.

이에 B1A4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리 소속 아티스트가 전혀 아니다.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 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소문은 일단락 됐다.

앞서 같은 달 7일에는 그룹 2AM 출신 가수 이창민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한 매체의 ‘미투’ 보도 이후 가해자로 이름이 거론되며 곤욕을 치른 것.

당시 이창민의 소속사 측은 “잘못된 군중심리로 전혀 연관이 없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 또한 다시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당사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뉴시스><br>
<사진=뉴시스>

# 섣부른 추측·행동이 마녀사냥 부른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들에게 놓칠 수 없는 호기심거리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연예인들은 숱한 오해와 루머 속에 살고 있다. 

이니셜 보도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방지책으로, 연예인의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명예훼손으로 이어져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니셜로 기재로 근거 없는 추측이 쏟아지고, 미확인 소문이 입과 입을 거치면서 진실로 둔갑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연예인들이 ‘사실무근’, ‘법적대응’을 밝히는 것도 소문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니셜 보도는 해당 연예인의 실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반면 또 다른 연예인의 루머를 양산하기도 한다. 일례로 “가수 P씨와 J씨는 불륜관계다”라는 보도는 P와 J로 시작되는 수많은 연예인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을 수밖에 없어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니셜 보도의 주인공으로 지칭되는 순간 연예계 활동이나 재계약 등 지장을 받게 된다. 특히 사안이 심각할수록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니셜 보도는 과연 실명을 보호하는 수단일까, 아니면 루머를 양산하는 촉매제 역할일까.

저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 혹은 섣부른 추측을 바탕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려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니셜을 이용해 소문만 가지고 기사화해서는 안 되며 이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며 댓글을 다는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도 있으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댓글에 대한 자신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