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서 피해구제법 개정안 조속한 통과 촉구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절반이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시민단체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지난 18일 발표한 한국역학회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성인 피해자 72%가 우울과 불안, 긴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인 피해자 50.1%는 ‘극심한 울분’을 호소하고 했으며, 일반인(10.7%)의 약 5배에 이르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소속 단체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에서 이달 14일 기준 정부에 신고된 사망자 숫자인 ‘1528’ 을 LED 촛불로 형상화해 추모하고 있다. <사진=가습기넷>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소속 단체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에서 이달 14일 기준 정부에 신고된 사망자 숫자인 ‘1528’ 을 LED 촛불로 형상화해 추모하고 있다. <사진=가습기넷>

특히 가습기살균제 성인 피해자 49.4%는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로 시도한 비율도 11%나 됐다. 이는 일반 인구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매우 심각한 정신건강 고위험 상황이라고 특조위는 전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가 인정하는 폐질환, 태아 피해, 독성 간염 외에도 피부, 안과, 소화기와 심혈관계 질환 등 온갖 질병에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아울러 피해자 62.6%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쓰게 해 가족들을 고통에 몰아넣었다는 죄책감과 자책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피해 가구당 평균 3억8000만원을 의료비 등에 사용하며 엄청난 경제적 부담까지 안고 있었지만, 그러나 가해기업들로부터 배·보상을 받은 피해자들은 고작 8.2%에 그쳤다. 

이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은 19일 성명을 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묶여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넷은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살생물제 참사지만 법에 따른 피해 구제는 턱없이 모자라다”고 호소했다. 

가습기넷에 따르면, 정부가 피해를 인정해 구제급여 지원을 받는 피해자들은 894명뿐이다. 특별구제 계정으로 지원 받는 피해자는 지난해 12월24일 기준 2207명이지만, 이들은 정부가 피해자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습기넷은 “이번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노출 피해 전반을 ‘가습기살균제 증후군’으로 다시 정의해 피해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의 피해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가해기업들에 입증 책임을 지우며, 배·보상 규모와 절차를 개선해 달라는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가습기넷은 “한계가 많은 내용이지만 조금이나마 개선되리라는 기대로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의 대안을 지지했지만,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기업 입증 책임’에 반대하고 있다는 핑계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임위 논의를 충분히 거쳤고 피해자들도 지지하는 개정안을 법사위원장이 막아 세운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여야가 ‘삼성보호법’이라 비판받는 산업기술보호법을 이견 없이 처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래통합당이 피해자들의 고통에는 눈 감고 가해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가습기넷은 “어제(1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을 개정하자고 야당들에 제안했다”며 “야당들도 법 개정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2016년 개원하자마자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국정조사 과제로 다룬 20대 국회가 그나마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환노위 대안마저 후퇴해 처리하거나 법 개정 자체가 무산된다면, 발목 잡은 야당과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정부 부처들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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