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노조, 사측 부당노동행위 폭로..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외주업체서 발생” 관리·감독 책임론 빠른 ‘손절’..정보 보안 도마 위
방만경영 지적 金 이사장, 임기 마지막 해 기관 신뢰도 제고 ‘글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임기 마지막 해가 순탄치만은 않은 모양새다.

최근 건보공단 고객센터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 공단 측은 위탁업체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그러나 일각에선 ‘책임 회피성’에 불과하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 것.  

고객센터 상담은 건보공단의 핵심 업무. 공단은 위탁업체가 감당하는 통화량 수치로 업체에 점수를 부과하는 등 센터마다 실적 경쟁만 부추길 뿐 정작 관리·감독 책임에선 빠르게 ‘손절’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국민의 정보를 다루는 건보공단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기록물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콜센터에서 개인정보가 담긴 의료기록 제출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보안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원청의 조직문화가 위탁업체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에도 무게가 실리는 모습.

김 이사장은 직장 내 괴롭힘 제로, 윤리경영 등을 강조해 왔지만 잇단 잡음에 자질론과 책임론도 대두되는 실정. 임명 전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된 수장이 부실한 기관 운영으로 공단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캡쳐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캡쳐>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장 갑질 ‘시끌’..“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20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건보공단 서울고객2센터를 운영하는 유니에스의 팀장과 매니저 등 관리자들은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수개월간 갑질을 자행했다.

팀장 A씨는 지난해 11월 전 직원 조회자리에서 고객센터 상담사 B씨(노조 간부)를 앞으로 불러내 손을 들고 벌을 서게 하는 등 방법으로 인간적 모멸감을 줬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A씨는 이미 고장난 회사 비품에 대해 보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보안점검 위반이라며 B씨에게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것. 당시 B씨는 노조 가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업무지시 등에서 B씨에게만 메신저를 보내지 않는 등 투명인간 취급을 했으며, 업무에 차질이 생기게 하는 방식으로 괴롭힘을 지속했다.

심지어 규정에도 없는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제출할 것도 강요했다. 건강이 악화된 B씨가 연차를 내자 의사 소견서를 요구했다는 것.

노조는 이 같은 서울고객센터의 갑질과 부당노동행위를 지난 17일 서울 문래동 이레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했다.

노조는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했지만 당사자들은 거짓된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기관인 건보공단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고객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직장 갑질과 부동노동행위는 상담사들을 위축시켜 상담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이는 결국 가입자인 국민의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인간적인 모멸감을 준 갑질 행위, 노동조합 탈퇴 종용 및 가입 방해 등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특히 직원에게 규정에도 없는 의료정보를 강요하는 업체가 가입자의 건강정보 보안을 제대로 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단 한 사람의 조합원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면 지부 전 조합원이 함께 할 것”이라며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에 합당한 징계를 받고 유니에스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때까지 우리의 싸움은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복무감사 결과 일부. 사진=알리오
국민건강보험공단 감사실 복무감사 결과 일부 내용. <사진=알리오>

◆‘관리·감독’ 공단의 불편한 선긋기..안일한 정보 보안도 도마 위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자 정부에서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법을 재정, 시행 중인 상황.

특히 공공기관인 건보공단의 핵심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고객센터 내부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단을 향한 질타 목소리도 거세졌다.

파장이 커지자 건보공단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보호 가이드라인’ 이행과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해 재점검 할 것”이라며 ”위탁업무 이행점검 강화는 물론, 상담사 근로조건과 처우개선 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운영은 공단이 전화·인터넷민원 상담업무를 협력사인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협력사 책임 하에 계약에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고객센터 상담사는 협력사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협력사 정규 직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즉 이번 고객센터 갑질 사건은 외주업체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건보공단은 책임론에서 벗어난 모습.

하지만 일각에선 건보공단의 이런 태도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시각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보호 가이드라인’에 위탁기관의 수탁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항목이 포함돼 있다. 결국 수탁기관 운영 상황을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지만, 갑질 사건이 터진 후 재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그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인 셈.

그럼에도 불구, 외주업체의 사건으로 치부하고 건보공단과는 선긋기에 나서면서 공분을 키운 형국이다. 

아울러 고객센터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의 개인정보 관리 부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 감사실에서 진행한 자체 복무감사 결과, 수 건의 문서보완 관리 소홀 문제가 확인된 까닭. 

건보공단은 개인정보의 수집·유출·오용 및 남용으로부터 정보주체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 업무처리 기준 및 절차를 정해 운영해고 있지만, 공단 직원들은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 등 기록물을 책상 등에 방치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

보안 문제로 지적을 받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주의, 경고 등 경징계에 그쳤다.

결국 건보공단 내부에서 정보 보안이 취약점으로 드러난 가운데 관리하에 있는 고객센터에서도 노동자 정보 보안을 두고 뒷말이 나오자, 공단의 안일한 기업문화가 고스란히 스며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들리는 실정이다. 

강원도 원주혁신도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강원도 원주혁신도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김용익 이사장의 마지막 1년..신뢰받는 공공기관? ‘글쎄’

한편, 2017년 12월29일 임명된 김 이사장은 올해 12월28일 임기가 만료된다. 그러나 3년 임기 중 마지막 해를 보내는 그의 앞길이 탄탄대로일지는 미지수다.

김 이사장은 그간 공단을 이끌어 오면서 방만경영으로 논란을 빚었던 상황. 이 때문에 곳곳에서 공단의 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특히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과 화합, 국민 신뢰 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책임론 발빼기, 내부 관리 부실 등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는 지적.

게다가 건보공단은 올해부터 ‘안전윤리실’을 신설하고 직원들간 성희롱이나 폭언, 갑질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로 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감독 부재에 따른 수탁업체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김 이사장의 리더십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 이사장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조직운영을 개선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공단과 협력사간의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해 운영 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인권침해 관련해서는 소속회사(외주업체)에서 우선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단에서도 근로기준법을 반영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협력사에게 취업규칙 반영과 교육 등을 실시할 것을 안내하고 있고, 또 협력사 평가지표에도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향후 공단은 재발 방지를 위해 고객센터 내 갑질 행위 등 인권침해 재발방지를 협력사 및 상담사에게 안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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