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시즌 돌입..감염병 공포에 적극적 경영 개입 ‘첩첩산중’

[공공뉴스=박영신 기자]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하는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 전반에 공포감이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달 중하순 주총이 예정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 

이에 주총장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가 하면 아예 주총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사태 극복을 위한 여러 대안이 떠오르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활동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 등에 ‘칼’을 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이번 주총은 그야말로 기업들에게 ‘살얼음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 당황..너도나도 개최 연기 등 고심

2일 재계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은 이달 말 주총을 앞두고 주총장에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등을 비치하는 등 주총장 방역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19 지역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전국 각지에서 주총 참석을 위해 주주들이 몰려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주주들의 주총 참석을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것.

현행법상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나 다수의 집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민간기업은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코로나 관련 증상을 보이면 주총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안내하는 방법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주총 시즌, 대규모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주총 참석 자제를 요청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주주들의 참석이 저조할 경우 의결정족수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까닭에서다.

특히 감사 선임 시 발행 주식 25%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3%룰’로 인해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추가로 22%를 확보하지 못하면 감사를 새로 선임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의 한 표가 절실한 이유다.

일부 기업은 주총 일정을 4월로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감사 지연 등으로 3월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이 어려운 기업이 주총을 연기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것.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이 주총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등 주요 현안들이 줄줄이 뒤로 미뤄지는 점도 문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주주편익 제고 및 예방관리 총력

이런 상황 속 전자투표제 활성화가 코로나19 사태의 대응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주총이 열리기 전 열흘간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 주총장에 출석하지 않아도 모바일 등을 통해 주총 안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국내 상장사 1400여곳은 전자투표를 도입키로 한 상황.  

실제 오는 18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총이 예정된 삼성전자는 주주편의를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미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일부 계열사 외에도 나머지 9개 계열사도 19일 열리는 올해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키로 했다.  

특히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활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주주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전자투표제는 2010년 첫 도입 후 10주년을 맞이했음에도 발행주식 수 대비 전자투표 행사율은 지난해 기준 5%를 갓 넘겨 활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자투표제 참석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칼 빼든 국민연금까지 ‘첩첩산중’..주총 두려운 기업들

한편, 올해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재계의 시름을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함에 따라 올해부터 열리는 주총에서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현금 및 순이익 대비 배당액이 지나치게 낮은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금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을 상대로 적극적 주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동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던 ‘5% 룰’도 완화돼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힘이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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