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하 운동:고통 분담 나선 착한 건물주→따뜻한 상생 행보로 경제위기 극복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임대료와 직원 월급은 물론 당장의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종식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서 휴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 상생운동을 제일 처음 시작한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다. 이 지역의 건물주 14명은 지난달 12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시점을 고려, 최소 3개월 동안 임대료를 10% 이상 인하한다는 내용의 ‘상생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모래내시장과 전북대 인근 상점가, 풍남문 상점가 등 전주의 주요 상권 건물주들도 5~20% 임대료 인하에 동참했다. 이처럼 전주에서 시작된 ‘착한 건물주 운동’은 서울과 경기,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임시휴업 또는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지금 상생의 힘을 보여준 건물주들의 소식이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전주 주요 상권 건물주들이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청 회의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임대료 인하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상생 선언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승수 전주시장과 전주 주요 상권 건물주들이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청 회의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임대료 인하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상생 선언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의 여파로 매출 급감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착한 건물주 운동’이 확산하고 있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개인은 물론 연예인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아름다운 운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여기에 정부가 착한 건물주들에게 세금 감면의 혜택을 준다며 거들고 나섰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인들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움직임은 많은 임차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다양한 미담 사례가 이어지면서 하나 된 국민의 힘이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라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 코로나19 아픔 녹이는 ‘착한 임대인 운동’

스타들이 기부 행렬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착한 건물주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7일 배우 원빈·이나영 부부의 소속사 이든나인 측은 “원빈과 이나영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료를 3~4월 두 달간 50% 감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든나인 측은 부부가 개인적으로 조용히 준비했던 일이라 회사에서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원빈·이나영 부부 외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임차인의 어려움을 덜고자 ‘착한 건물주 운동’에 동참한 스타들이 많다.

배우 전지현은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빌딩에 입주한 임차인들을 상대로 3~4월 동안 임대료의 10% 감면하기로 결정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방송인 서장훈도 최근 자신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동작구 흑석동, 마포구 서교동 건물 3곳의 요식업 임차인들에게 2개월 동안 임대료 1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방송인 홍석천 역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힘들어하는 세입자들을 위해 임대료 인하에 동참했다.

홍석천은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착한 임대료를 응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지목으로 좋은 운동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사실 저는 지난해 초부터 경리단길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이미 경리단길 건물주들과 임대료를 낮추는 일을 시작했었다. 이번 코로나19로 힘들어하시는 많은 자영업자분들을 위해 이태원 건물주분들도 임대료를 낮추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며 “참 반가운 소식이다. 힘든 위기의 계절에 작지만 힘이 되라고 응원해본다”고 말했다.

배우 김태희와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 부부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함께했다.

김태희는 최근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인근 건물의 임차인들에게 3월 임대료를 5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비도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레인 에비뉴 임차인에게 3월 임대료를 50% 인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배우 박은혜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차인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나섰다.

박은혜 소속사 측은 “박은혜가 임차인에게 3월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 사실”이라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연예인들이 임차인과의 상생을 위해 임대료 감면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따뜻한 움직임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 ‘착한 건물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 ‘착한 건물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부>

# “어려움 함께 이기자”..임대료 인하 ‘착한 임대인’ 확산

연예인들 외에도 현재 전국 곳곳에서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하는 건물주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통시장·상점가 임대인 700여명이 1만1000여개 점포의 임대료를 인하 또는 동결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유명 프랜차이즈는 물론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임대료 할인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계약자가 납부하는 수수료나 임대료를 20% 인하했으며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은 역내 입점 매장 임대료를 2월분부터 3개월간 20% 인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전국 총 3327곳에 이르는 LH 임대상가의 임차인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LH는 영세 상공인과 비영리민간단체, 사회복지법인 등에게 향후 6개월간 상가 임대료의 25%를 할인하고 그 밖의 임차인에게는 2년간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동결한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대구·경북지역 상가의 임대료를 50% 인하해준다.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공사 소유의 부동산 임대료(주거, 영농임대 제외)를 30% 인하한다.

공사 소유 부동산을 임대 사용 중인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3월에서 9월까지 최대 6개월간 임대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자에게는 임대료 환급절차 등 감면 내용을 개별 통보하며 비상상황에 취약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지원으로 임대료 감면기간 종료 후에도 1년간 임대료를 동결할 계획이다.

금융권도 임대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했다. 하나금융은 관계사가 소유한 건물에 입주한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임대료를 30%(월 100만원 한도) 줄여주기로 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선 3개월간 임대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소유·임대 중인 부동산에 대해 오는 4월1일부터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3개월 간 임대료 전액을 면제하고 그 외 지역은 월 100만원 한도로 3개월간 임대료를 30% 감면키로 했다.

이외에도 KT는 KT 건물에 입주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개월간 임대료를 대구·경북지역 50%, 나머지 지역은 20% 감면하기로 했고 호반그룹의 상업시설인 ‘아브뉴프랑’과 레저사업부문 호반호텔&리조트(리솜 리조트)는 200여 임대 매장의 소상공인과 중소사업자에게 6개월간 임대료의 10~3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운동에 정부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힘을 보탰다.

앞서 정부는 상반기에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에 대해 인하액의 50%에 대해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해 주기로 결정했다. 또 한 시장 내에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점포 규모가 20%를 넘는 경우에는 노후전선 정비, 스프링클러 설치 등 화재 안전 패키지를 제공한다.

중앙정부·지자체 등 정부가 소유한 재산의 소상공인 임차인에 대해 임대료를 대폭 인하하고 공공기관(103개 기관 참여) 소유재산의 소상공인(중소기업 포함) 임차인에 대해서도 임대료를 인하한다.

아울러 가맹수수료를 3개월 이상, 10% 이상 내린 가맹본부에게는 정책자금 지원 시 금리우대, 지원한도 확대 등의 혜택을 지원한다.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정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임대료 인하 캠페인을 추진하고 우수사례 발굴 및 언론홍보, 정부포상, 정부 지원사업 참여 시 우대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국가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이다. 소상공인과 임대인, 정부의 진정한 상생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우리에겐 함께 이겨내온 역사가 있습니다’ 문구를 담은 3·1운동 101주년 꿈새김판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3·1운동에 참여한 민중들의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소망과 염원에 착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우리사회가 마주한 난관·갈등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우리에겐 함께 이겨내온 역사가 있습니다’ 문구를 담은 3·1운동 101주년 꿈새김판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3·1운동에 참여한 민중들의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소망과 염원에 착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우리사회가 마주한 난관·갈등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 코로나19 극복에 발 벗고 나선 대한민국의 힘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의 빠른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예상보다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세를 비롯해 인건비, 재료비 그 외 잡다한 운영비로 부담만 가중되는 현실. 이에 따라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소상공인분들이 속출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현실적인 파산 일보직전의 상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심리적인 공황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한줄기 빛은 다가왔다. 건물주들이 상생과 고통 분담을 위해 임대료 인하 등에 나서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자발적인 운동은 더 큰 감동과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국가적인 위기 속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살아간다는 따뜻한 공동체 의식은 모두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물론 전국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지금 시점에서 임대료 인하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오롯이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각계각층의 도움의 손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국민 모두가 함께 이겨내길 원한다는 염원을 보여준다.

코로나19에 맞선 상생의 물결이 널리 퍼지기를, 그리고 모두의 염원처럼 하루빨리 국내 경제 상황이 회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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