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당했다) 논란으로 공천이 철회된 김원성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결정에 반발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김원성 최고위원 측>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된 김원성 미래통합당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 예비후보)이 ‘내 원통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사라져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3시35분께 부산 북구 화명동 자택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 최고위원의 아내는 집에서 그가 쓴 3장 분량의 유서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색에 나섰으나 현재 김 최고위원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다.

김 최고위원이 남긴 유서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길은 이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해 집을 나서니 용서해 주길 바란다”며 “정치가 함께 행복한 꿈을 꾸는 거라고 당신을 설득했던 내가 참 한심하고 어리석었던 것 같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투인지 뭔지 모르는 내용이고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으니 믿어주면 좋겠다”면서 “주위 분들에게 연락드려 내 원통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나 찾지 말고 기자회견도 예정대로 해주고 미투 제보자와 당사자 꼭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쓰였다.

그러면서 “내 주위에는 호남 친구들과 지인이 많은데 지역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었던 사람이라고 얘기도 좀 해 달라”면서 “평범한 청년인 나의 정치적 가능성을 인정해주신 이언주 의원님께도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주고”라고도 했다.

앞서 통합당은 19일 김 최고위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현역 김도읍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공천취소 배경에는 미투 의혹과 호남 차별 발언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반칙과 음해이자 모략”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한편, 김 최고위원이 잠적한 것과 관련해 이언주 통합당 의원이 “대상이 드러나지 않는 미투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의 사태가 과연 정당했는가, 우리가 외치던 과정의 공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정당이 맞는가, 정말 많은 것들이 석연치 않다”며 “어떻게 이런 식의 결정이 공당에서 이뤄진다는 게 가능한지,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 맞는지, 모든 것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한 절차, 적어도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 등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어떻게 문제시 된 상황에 대해 체크를 하지 않은 채 처리한단 말인가”라며 미투를 언급했다.

이어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나라가 어려워져갈 때 모두가 숨어서 침묵을 지키다가 정작 선거 때가 다가오니 다들 튀어나와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에 신물이 난다”며 “힘들게 버텨왔고 순수한 애국심으로 헌신해 왔던 좋은 사람들이 닳고 닳은 정치꾼들의 음해와 권모술수에 밀려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게 정치인가 싶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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