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폐지 국민청원 잇따라..‘형벌 비례성 원칙’ 어긋난다는 지적도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이른바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25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민식이법의 개정과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민식이법’ 취지 자체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일각에서는 법 개정의 취지와는 달리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을 준수할 자신이 없습니다. 법안 개정과 정부 역할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교통사고를 내본 적이 없는 20대 운전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운전자는 스쿨존, 노인보호구역 그리고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최대한 주의하며 주행을 한다”며 “대한민국 운전자 중에 아이를 조금이라도 다치게 하고 싶은 어른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민식이법 시행 소식을 듣고 민식 군의 사고 영상을 보게 됐는데 저 상황에서 과연 몇 퍼센트의 운전자가 민식이를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며 “가해 운전자 차량이 시속 23km였고 좌측에는 신호대기 중인 차량이 있어 사각지대였다. 그 사각지대에서 아이가 전속력으로 달려 나오면 어떻게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어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와 관할 부처에서도 이 법이 운전자에게 요구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청원인은 ▲스쿨존 내 횡단보도 구간 제외한 인도에 펜스 설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스쿨존 구간에 반사경 설치 ▲스쿨존 내 모든 횡단보도 앞과 뒤에 과속방지턱 설치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차량이 관여된 사고 발생 시 불법 주정차 차량에도 동일한 처벌 수위 적용 ▲내비게이션 및 지도 앱 경로 탐색 옵션에 ‘스쿨존 제외’ 추가 권고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청원인은 “민식이법에 많은 국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 법이 ‘스쿨존 내에서는 10cm마다 아이가 튀어나온다는 전제 하에 운전을 하라’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라며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하고 쉬워질 수 있도록 정부도 속도를 맞춰 달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 외에도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 ‘민식이법을 폐지해주십시오’ ‘민식이법 철회해 주세요’ 등의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청원인은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선 찬성한다”면서도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칙상으로 운전자의 과실이 0%가 된다면 운전자는 민식이법에 적용받지 않지만 2018년 보험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운전자과실이 20% 미만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0.5%밖에 되지 않는다”며 “일반 사람들에게는 운전자가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고 생각을 해도 법원에서는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이유로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원인은 어린이 교통사고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운전자에게 무조건 조심만 하라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자 부당한 처사”라며 “모든 운전자를 해당 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법안이며 운전자에게 극심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민식이법 중 하나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에 따르면, 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로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제한속도는 시속 30km로 하향 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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