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2명이 발생한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에서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제주도 여행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를 두고 ‘선의의 피해자’라고 옹호해 논란을 빚었던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 결국 사과했다.

정 구청장은 지난 29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제주도 방문 모녀 확진자와 관련한 저의 발언이 진의와 전혀 다르게 논란이 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함께하고 고생하고 계시는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과 강남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보내주신 여러분의 말씀과 지적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더 철저히 임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심기일전해서 강남구민들의 건강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강남구청장으로서 이런 고통과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해외입국자 유입이 가장 많은 강남구에서의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 구청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확진자 모녀에 대해 “이들 모녀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며 “제주도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이들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강남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학하다 15일 귀국한 A씨는 어머니를 포함한 지인 3명과 함께  20일부터 24일까지 4박5일간 제주여행을 했다. A씨는 입도 첫날부터 오한과 인후통 등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여행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24일 서울로 돌아온 A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고 A씨 어머니 B씨도 이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 구청장은 “이들 모녀가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이나 제주의 상황에서 볼 때 오해나 이해 부족에서 따른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강남구 홈페이지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정 구청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 구청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제주도가 코로나19 증상에도 4박5일간 제주도 관광을 강행한 A씨 모녀에게 1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송은) 진짜로 한다. 빠르면 오늘 소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1억원의 손해배상 금액에 대해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라며 “방문 업소들이 다 폐업을 했고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자가 격리를 졸지에 당한 분들만 해도 지금 40명이 넘어가는데 이분들 손해를 다 합치면 1억원은 너무나 작은 액수”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이 모녀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라고 옹호한 것과 관련해 “강남구청장이 왜 그랬는지는 다 국민적인 의문”이라며 “제주 여행 당시에 (모녀가) 증상이 없었다는 것은 강남구청 자체가 지금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 모녀는 저희가 역학 조사한 게 아니라 강남구로 간 다음에 강남구청에서 역학 조사해서 저희한테 알려준 게 제주도에 오는 날부터 아팠다. 강남구가 알려줘서 저희가 그렇게 그것에 맞춰서 조사를 한 것”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니까 제주도에 갈 때는 증상이 없었고 떠나오기 전날부터 증상이 났다고 해서 180도 바뀐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팔이 안으로 굽는 건지 또는 무슨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강남구청 자체가 상당히 책임 회피성으로 임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