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횡령 등 혐의 기소..22년 만에 사법적 판단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 사진=뉴시스
故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55)씨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자회사이 동아시아가스주식회사(EAGC) 자금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명의 계좌에 예치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1998년 해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달아났으며, 지난해 도피 21년 만인 지난해 6월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이로써 정씨는 22년 만에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7년과 401억3000여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한보그룹 부도 직후 EAGC가 보유 중이던 러시아 루시아 석유 주식 900만주를 5790만달러에 매각하고 2520만달러에 판 것처럼 허위로 꾸며 회삿돈 327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323억원)를 스위스 비밀계좌에 빼돌렸다. 

또한 EAGC 자금 6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아 총 횡령액은 386억여원으로 늘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면서 “피고인이 일부를 제외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국외로 도피한 것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이 재산국외도피와 횡령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했더라도 피고인은 아들로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라며 “피해 회사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지위에 있었다. 국외 도피 중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가 제기되고 구속을 우려해 공범에게 범인도피죄를 저지르도록 교사했고 공문서 위조 공모, 나아가 도피 중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8일 결심 공판에서 정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401억여원의 추징금 선고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소위 한보사태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던 상황에서 주식 600만주가 금융권,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되거나 압류당하자 정씨와 대표이사가 공모해 한보그룹 채권자 등에게 손해를 끼칠 의도에서 진행됐다”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