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연기:인륜지대사마저 미룬 채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신랑·신부 결정에 비난보다 격려를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4월25일 오후 1시30분. 4월의 신부가 되고 싶었던 A씨는 결국 7월의 신부가 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준비하던 예식 날짜를 바꾸는 게 정말 속상하고 마음 아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하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싶지 않아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 며칠 안 남기고 연기해버린 결혼식이라 취소 위약금, 청첩장 비용 등 손해 보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미루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특히 주위에서 쏟아지는 ‘너는 안 미루냐’ ‘왜 이런 시기에 결혼을 하냐’는 등의 질문 세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A씨뿐만 아니라 하객들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4월, 5월 결혼인데 미뤘다거나 웨딩홀 업체랑 위약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결혼식, 단 하루를 위해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신중하게 고르고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부부의 연을 맺는 날.

모든 준비를 다 끝내 놓고 예쁘게 입장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을 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 취소 또는 연기가 불가피해지면서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울상이다.

참석자들에게는 그저 날짜가 뒤로 미뤄지는 것이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손해와 더불어 정신적인 충격과 상실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날짜를 미루는 신랑·신부 외에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 분명 축복받아야 하는 기쁜 날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소식을 알리며 청첩장을 돌리는 것이 죄인처럼 되고 마는 것이다.

# ‘코로나19 여파’ 결혼식 줄줄이 연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스타들의 결혼식이 연기되고 있다. 예비부부의 쉽지 않은 결정에 대중들은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배우 김보미와 발레리노 윤전일이 결혼식을 오는 6월로 연기했다고 알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에 발 맞춰 결혼식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보미는 전날(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4월26일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든 하객분들과 가족들의 안전함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결혼식을 미루는 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들이 걱정과 관심에 감사함을 표하고 저희 부부 또한 건강하게 코로나19를 맞서 이기겠다”며 미룬 날짜가 6월7일 오후 5시라고 전했다.

김보미와 윤전일은 발레라는 공통분모 아래 친분을 쌓았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 사이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했으며 지난해 10월 공개 열애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을 미룬 커플은 김보미·윤전일 커플만이 아니다.

개그맨 박성광과 배우 출신 이솔이 커플도 5월2일에서 8월15일로 결혼식을 연기했다. 특히 8월15일은 광복절이자 박성광의 생일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2월 박성광은 7살 연하 이솔이와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당시 박성광 소속사 SM C&C 측은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지인으로 알고 지내오던 중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진지한 만남을 가져왔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결혼이라는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박성광·이솔이 커플은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결혼준비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PD 역시 4월26일로 예정됐던 결혼식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8월29일에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원일·김유진 커플은 2018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현재 MBC 예능프로그램 ‘리얼연애 부러우면 지는거다’에 출연 중인 두 사람은 결혼준비 과정과 일상을 공개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아울러 걸그룹 천상지희 출신 선데이도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을 연기했다.

선데이는 2월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로나19가 정말 심각하다. 하루빨리 사태가 나아지길 바라며 저 또한 저의 결혼식을 미뤘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고 애쓰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선데이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저의 존재 자체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불안하고 미숙한 진짜 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고 보듬어주는 사람”이라며 직접 결혼 소식을 알렸다.

선데이는 지난달 1일 모델 출신 회사원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우려로 결혼식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에서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 <사진=웨딩 업체 ‘디나스 브라이덜’ 페이스북 캡쳐>
말레이시아에서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 <사진=웨딩 업체 ‘디나스 브라이덜’ 페이스북 캡쳐>

# 온라인 결혼식부터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까지..코로나19가 만든 진풍경

누구나 손꼽아 기다려왔을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 그러나 올해는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상당수 예비부부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예정된 결혼식을 미루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언제 또 미뤄질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예비부부들의 걱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색적인 결혼식 풍경이 연출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KT는 대구 지역에 친지를 둔 한 예비부부의 마음을 담아서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을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단절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 구성원들을 연결하고 응원하는 비대면 소통 사례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의 주인공은 서울에 거주하는 예비부부다. 애초 예약을 끝낸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일가친척 대부분이 대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행사를 취소한 사연이 있다.

이 예비부부를 위해 KT는 4일 오후 5시 해당 예식장에서 유튜브 결혼식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이날 KT는 신랑과 신부가 양가 친척·지인들과 축하 메시지를 실시간 영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양방향 다원 생중계 시스템 등을 지원했다.

최근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각종 모임이나 가족 행사가 취소되는 등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활용한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전통시장 쇼핑, 육군 부사관 임관식 등 따뜻한 소통이 필요한 현장을 찾아 비대면 소통 사례를 지속해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말레이시아에서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의 결혼식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웨딩플래너 업체 ‘디나스 브라이덜’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결혼식을 치른 신랑·신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신랑·신부는 지난달 16일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예복을 차려입고 길가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다가 차량에 탄 하객이 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마친 하객은 차에 탄 채로 축의함에 축의금 봉투를 넣고 신랑·신부는 음식 꾸러미를 차 안으로 건넸다.

이들 부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하객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러한 방식의 결혼식을 고안했다는 것이 웨딩업체 측의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위약금 분쟁 속출에 예식장 관련 소비자상담 ↑

한편, 최근 코로나19로 결혼식 등의 취소, 연기가 늘면서 업체 측이 계약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피해 사례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상담을 빅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2월 소비자상담은 6만7359건으로 전월(5만7620건) 대비 16.9%(9739건) 증가했고 전년 동월(4만9683건) 대비 35.6%(1만7676건) 늘었다.

전체 상담 건수 중 ‘국외여행’이 528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보건·위생용품’(4321건), ‘의류·섬유’(2,653건) 순이다.

상담 증가율 상위 품목을 분석한 결과 전월 대비 ‘예식서비스’가 907.6%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보건·위생용품’(392.7%), ‘외식’(314.7%), ‘항공여객운송서비스’(94.6%), ‘호텔·펜션’(84.6%) 등이 뒤를 이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높았던 품목도 ‘보건·위생용품’(6,547.7%), ‘외식’(884.3%), ‘예식서비스’(774.7%) 등이었다. ‘예식서비스’와 ‘외식’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계약의 연기 또는 취소를 요청했음에도 사업자가 이를 거절하거나 위약금을 적용해 소비자의 불만이 많았다.

연령대별 소비자상담 건수는 30대가 2만397건(31.7%)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1만7100건(26.6%), 50대 1만1932건(18.6%) 순으로 나타났다.

상담사유별로는 ‘계약해제·위약금’(2만1853건, 32.4%), ‘품질·A/S’(1만3200건, 19.6%), ‘계약불이행’(1만1585건, 17.2%) 순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예식업 등에서 예약 취소와 관련한 위약금 분쟁이 속출하자 공정위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11일 외식업중앙회 측과 만나 돌잔치 등 연회 관련 업체의 위약금 규정이 과도한 수준임을 지적하고 자율적으로 고치지 않을 경우 약관법에 따라 심사해 수정·삭제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식업중앙회도 지회와 지부에 공정위의 입장을 알려 개선을 권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로 예비부부에게 있어 제2의 인생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날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기하는 것도 서글픈 일인데 결혼식 취소로 인한 위약금 분쟁까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예식업체 측도 결혼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줄줄이 예약 연기, 취소되면서 손해가 크다는 입장이다.

전례 없는 감염병 확산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물론 관련 업계도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

그렇기에 이 시기에 결혼하는 예비부부가 있다면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 된다. 날짜를 알아봐 주거나 위약금을 대신 내주거나 신혼여행지를 대신 찾아줄 게 아니라면, 날짜를 미루네 마네 등의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식 참석 역시 자유다. 솔직하게 참석하지 못한다고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예비부부는 없다. 다만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그들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보고 응원해주고 축하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모두의 축하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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