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논란:부적절 표현에 시청자 눈살→‘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사과보다 재발 방지 노력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프로그램의 재미와 정보를 유익하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자막. 특정한 장면이라도 어떤 자막을 삽입하느냐에 따라 지루해 보일 수도, 트렌디하고 재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막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부적절한 자막이 다수 등장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은 물론 심의에서 더 자유롭고 자극적인 개인방송 콘텐츠 등에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자막이 빈번하게 쓰이고 있는 것. 제작자 입장에서 본다면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여러 가지 편집 기술과 신선한 자막을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는 결국 과한 욕심이 부른 결과로 보이기 십상이다.

SBS ‘TV 동물농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부적절한 자막을 썼다가 사과했다. <사진=SBS ‘동물농장’ 홈페이지 캡쳐><br>
SBS ‘TV 동물농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부적절한 자막을 썼다가 사과했다. <사진=SBS ‘동물농장’ 홈페이지 캡쳐>

뉴스를 비롯해 다큐멘터리, 예능·오락프로그램까지 방송에서 자막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제작진의 부주의로 벌어진 실수로 부적절한 자막이 방송돼 불편함은 시청자의 몫이 됐다.

논란이 일어난 직후 제작진들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막 실수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작진들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점검 과정에서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고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책임론이 클 수밖에 없다.

# 부적절한 자막 사용, 불편함은 시청자의 몫

SBS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부적절한 자막 사용에 사과했다.

‘동물농장’ 제작진은 지난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자막 관련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많은 분들이 게시판을 통해 지적해 주신 바와 같이 ‘코로나19’ 관련 ‘부적절하며 올바르지 못한 자막’이 삽입됐다”며 “제작진의 명백한 잘못으로 시청자분들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이나 IPTV 등 다시보기 서비스에서는 삭제 조치를 취하고 5일 늦은 오후부터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막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 전반을 보다 꼼꼼하고 세심히 살피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이 된 자막은 이날 강아지들이 사료를 먹는 장면에서 등장했다. 강아지들이 몰려와 사료를 먹는 모습에 ‘COVID-19 마치 유러피안들 사재기하듯’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것.

이를 본 시청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사안을 희화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인종차별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동물농장에 앞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웹 콘텐츠 ‘JOB룡이십끼’ 측도 자막 논란이 일었다. ‘힘조’라는 단어가 사용되면서다.

2일 공개된 ‘JOB룡이십끼’ 5화에서는 키즈 크리에이터 체험에 나선 개그맨 유민상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유민상은 크리에이터 예씨자매(리니, 지니)와 유라와 놀자를 만나 작은 손으로 과자 먹기에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작은 손 힘조!’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힘조’라는 단어 사용이 적절치 못했음을 지적했다. ‘힘조’라는 단어가 특정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용어라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별다른 해명 없이 해당 부분을 삭제해 더 큰 논란을 키웠다.  

시청자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JOB룡이십끼’ 측은 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 중에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JOB룡이십끼’ 측은 “저희 제작진은 해당 문제를 인지한 뒤 특별한 해명 없이 관련 부분을 삭제해 더 큰 불편함을 드렸다”며 “결과적으로 제작 과정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부주의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 제작진은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을 수집해 콘텐츠에 사용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검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늘부터 운동뚱’도 자막으로 출연자를 성희롱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6일 유튜브에 공개된 ‘오늘부터 운동뚱’에서는 개그우먼 김민경이 트레이너 양치승 관장과 운동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 김민경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서 힘들어했고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이 장면에서 문제의 자막이 등장했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에 ‘29금 사운드 주의’ ‘이 소리는 운동할 때 힘들어서 내는 자연스러운 소리이니 공공장소이신 분들은 소리를 잠시 꺼주셔도 좋습니다’라는 자막을 달았다.

자막뿐만 아니라 김민경이 운동하면서 낸 소리를 에코 처리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29금 사운드 뭐냐” “출연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자막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자 제작진은 “제작진에게 상황을 전달했다”며 “앞으로 더욱 유의해서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송인 장성규가 ‘워크맨’ 일베 논란에 대해 해명 및 사과하는 모습. <사진=‘워크맨’ 영상 캡쳐>

# 일베 논란 ‘워크맨’, 해명·사과에도 싸늘한 여론

그동안 자막 논란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뒤늦게 수정 및 삭제 조치를 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이미 본 부적절한 발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기 유튜브 채널 ‘워크맨’도 최근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쓰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방송인 장성규는 자신이 출연 중인 ‘워크맨’의 일베 논란에 대해 사과 및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워크맨’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새벽에 장성규님으로부터 영상을 전달받았습니다. 그분의 뜻에 따라 편집 없이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워크맨’ 제작진은 영상을 게시하면서 “오늘 새벽 장성규 님으로부터 동영상 하나를 받았다. 해당 영상 공개로 인해 최근 논란이 출연자에게까지 옮겨가지 않을까 우려돼 고민했지만 그분의 진정성이 담긴 요청에 의해 편집 없이 영상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장성규는 “최근 ‘워크맨’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제가 직접 말씀드리고 싶은 욕심에 이렇게 인사드린다”며 “먼저 이번 일로 인해서 상처를 받은 분들 또 이번 일로 염려를 끼쳐드린 점 모든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올리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워크맨’을 내 몸처럼 생각한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아끼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워크맨’ 덕분에 즐거웠고 행복했다”며 “이런 일로 오해를 만들고 불편하게 만들어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전했다.

장성규는 “지난 일주일 동안 잠이 잘 안 왔다. 고민 끝에 제가 느낀 그대로를 말씀 드리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 섰다”며 직접 사과에 나서게 된 이유를 알렸다.

장성규는 ‘워크맨’ 제작진들에 대한 신뢰와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보이며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봐 온 저희 제작진 동생들은 좋은 동생들이다.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 밖에 없는 아이들이다. 제가 저희 동생들을 평가할 자격은 없지만 제가 느꼈던 동생들은 여러분께서 오해하시는 그런 동생들이 아니다”라며 “한 번만 믿어주시고 다시 한 번 좀 예쁘게 봐 주시길 부탁드리겠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제작진 분들이 큰 애정을 갖고 일주일, 정말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열심히 작업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크다. 반성하고 반성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 잘 부탁드린다. 더 조심하고 신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1일 ‘워크맨’은 장성규와 JTBC 기상캐스터 김민아가 출연한 부업 아르바이트 편을 공개했다.

피자 상자 접기 아르바이트를 하던 두 사람이 피자 상자 18개를 더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제작진은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을 썼다.

‘노무’는 극우사이트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언어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워크맨’은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워크맨’ 측은 “사전적 의미인 ‘노동과 관련된 사무’의 뜻으로 전달하고자 했다”며 “해당 단어를 특정 커뮤니티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 중이라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워크맨’의 제작자였지만 최근 하차 소식을 전한 고동완 PD 역시 일베 논란에 대해 “저의 명예를 걸고 결단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유와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불찰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많은 시청자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때 4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던 ‘워크맨’. 일베 논란에 대해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독자 이탈 등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등 돌린 시청자들의 신뢰를 다시 되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금 더 철저한 검증, 신중하고 세밀한 주의, 확실한 재발 방지가 요구된다.

<사진=뉴시스>

# 자막 실수는 ‘제 얼굴에 침 뱉기’

방송이라는 특성상 제작진의 개입과 상황 연출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막은 출연진들의 행동에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청자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재미를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쉽게 잡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

또한 출연자들이 미처 설명하지 못한 정보들이나 시청자들에게 잘못 전달될 수 있는 정보들을 바로잡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칫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도 출연자들의 모습과 자막을 매칭시킴으로써 웃음을 자아내기도.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자막은 시청자에게 시각적 피로감을 줄 수 있으나 적절한 타이밍에 재치 있는 자막은 재미와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며 프로그램의 인기와 성공을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프로그램에서 자막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점은 되새겨 볼 문제. 

방송을 더욱 재미있게 연출하기 위한다는 명분이 있다한들 사소한 자막 실수가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동시에 정체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 심하면 프로그램의 존폐 위기까지 불러들일 수 있는 것.

그렇기에 프로그램 시청률, 조회수, 이슈에만 목매달게 아니라 제작진의 기본 소양과 인성 교육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작진의 보다 세심한 주의는 물론 구성원 개개인의 책임, 방송 윤리 의식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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