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 범죄:소란·난동 후 발뺌하는 치안공백 주범→‘술 탓’ 아닌 엄격한 법 적용 필요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모씨는 매일 저녁 시간이 되면 주취자들로부터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야외에서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술만 먹으면 상습적으로 파출소에 찾아와 괜한 시비를 걸거나 욕설을 퍼붓는 것은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던 행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빈번해 밤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돼야 할 치안 서비스가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취자 진압에 빼앗기는 시간과 체력 소모가 상당해 우선순위에 둬야 할 국민의 안전과 치안질서 유지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를 전씨도 강력하게 부정할 수는 없었다. 

수원 인계동에서 술에 취해 고가의 벤틀리 차량을 발로 찬 20대 대학생.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br>
수원 인계동에서 술에 취해 고가의 벤틀리 차량을 발로 찬 20대 대학생.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기분 좋게 시작한 술자리는 한 잔, 두 잔을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알코올은 뇌기능을 떨어뜨려서 공격성과 충동성을 높이고 자제력, 통제력을 낮아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두르는가 하면 배우자와 다투다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살인이나 성범죄, 폭력 등을 저지르는 주취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

주취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원은 여전히 ‘알코올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취 범죄를 엄벌하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음주의 해악을 인식해 적당히 술을 마시는 한편 술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처벌보다 급선무다.

# 술 취해 외제차 걷어차고 운전자 때린 20대..차주와 합의 중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폭행이나 살인 등을 저지르는 주취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술에 취해 고가의 벤틀리 차량을 발로 찬 20대 대학생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일명 ‘수원 벤틀리 사건’. 특히 가해자의 입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당초 수원 벤틀리 사건의 피해 차주는 선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가해자와 합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재물손괴 및 폭행 혐의로 입건된 대학생 A(25)씨가 벤틀리 차량 차주 B(23)씨와 합의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약 2억8000만원 상당의 벤틀리 컨티넨탈 GT 모델의 조수석 문짝과 휀다(타이어를 덮는 부분), 유리를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B씨는 전날 오후 2시께 경찰에 차량 수리비 견적서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A씨 측과 얘기 중”이라며 견적서 제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고 있고 B씨가 A씨 측과 얘기해 원만히 합의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8일 오후 11시50분께 경기 수원시 인계동 중심상가에 정차 중인 벤틀리 차량을 수차례 걷어차고 항의하는 차주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범행 당시 A씨는 만취상태에 있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수갑 차는 것도 꿈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A씨의 범행 모습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라오며 확산됐다. 

이에 B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고로 1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견적을 내보지는 않았지만 4000만~50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며 “선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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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술에 관대한 대한민국..주취범죄 갈수록 심각

주취자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그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처벌이 약하다보니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검색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문제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술에 취해 몰랐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각종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로부터 자주 들을 수 있는 진술이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일산의 한 상가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이른바 ‘묻지마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폭행을 가한 남성은 폭행 혐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2월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40대 만취한 남성 승객이 여성 택시기사를 무차별 폭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자진 출두했지만 “술에 취해 범행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렇듯 술에 취한 채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다.

물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있어야 경각심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40대 남성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30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황진구 부장판사)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C(4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C씨의 항소를 기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심의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유지했다.

C씨는 2018년 6월22일 오후 9시께 전북의 한 펜션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동료 여직원 D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 등은 이날 워크숍을 위해 선유도를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C씨는 D씨가 자고 있던 2층 여직원 숙소에 들어갔고 이 모습을 본 동료 직원이 C씨를 방에서 내보냈으나 당시 D씨의 옷 일부가 벗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D씨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판단, 경찰에 신고했다.

C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유전자 감정 결과 C씨의 DNA와 D씨 몸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C씨는 직위해제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종 범죄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 다소 참작할 만한 사안이 있지만 원심이 정한 형량이 결코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진=뉴시스>

# 주취범죄, ‘술 탓’ 아닌 ‘내 탓’

적당한 양의 술은 혈액순환을 돕고 기분을 달래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한 법. 술도 예외는 아니다.

음주는 문화적 측면도 있긴 하나 치안 관점에서의 폐해도 매우 크다. 술 때문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로 인해 치안 공백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고 있는 실정.

주취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가 무질서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취 범죄에 내려지는 낮은 선고형, 즉 사법당국의 미온적 태도는 범죄에 대한 죄의식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더 흉악한 범죄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주취 범죄에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잠시 일었다가 사라지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형량의 적절성을 두고 국민들이 분노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 공권력 및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주취 감형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

만취한 상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벌인 행동이, 그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의적으로 마신 술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있는 만큼 ‘주취는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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