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성추행 사건’이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최근 시장 집무실에서 면담하던 한 여성 공무원의 신체를 만져 성추행한 일을 시인하고 사퇴하면서다.

이에 야당은 오 전 시장의 사퇴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석고대죄 및 재발방지책 촉구에 나섰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태와 관련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태와 관련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피해자와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최대한 빨리 윤리위원회를 열어 납득할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게 할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선출직 공직자를 비롯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가겠다”고 밝혔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 정치인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반복돼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오 전 시장의 성추행 파문에) 민주당도 막중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피력했다.

남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그동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과를 반복해왔다”면서 “사과라고 하는 건 재발방지가 이뤄졌을 때 진정한 사과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됐다는 건 민주당이 사과한 이후에 제대로 후속조치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 전 시장이) 가해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윤리심판원에서 무관용의 원칙으로 강력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젠더폭력과 관련한 시스템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점검하고 공직후보자, 공직자, 당직자, 당원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의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구조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갖는 조직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성들의 참여가 강화돼야 한다.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와 국회 원구성 등에서도 여성의 비율을 의무적으로 30% 이상이 될 수 있도록 민주당부터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전날(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며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사죄했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가운데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오 전 시장의 제명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한 오 전 시장에 대한 처벌은 법에 따라 이뤄지겠지만 본인이 사실을 인정한 만큼 민주당의 제명 조치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 사건이 반복되는 상황은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경각심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런 사건이 대충 넘어간다는 안일한 인식이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범인 중 한 사람인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에도 버젓이 불법 동영상을 판매한 사람이 구속됐다”며 “‘처벌 못 한다’는 식의 대화가 대화방 내에서 이뤄졌다는 뉴스를 보면 이런 범죄에 대해 처벌의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번 부산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말했듯이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는’ 단순한 상식이 엄격히 지켜지는 게 그 첫걸음이자 원칙”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민주당에서 성추문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 등이 미투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성추행 파문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성 관련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라며 “안 전 지사의 미투 사건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물론 최근에는 여성 비하와 욕설이 난무한 팟캐스트에 참여한 김남국 당선자까지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끝날 일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돼서도 안 될 일”이라며 “법적 책임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은 석고대죄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책’ 운운하기 전에 당장 본인들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통합당 부산시당도 이주환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여성인권과 보호를 최우선한다는 민주당은 더불어미투당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에서 오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을 때 오 전 시장은 ‘소가 웃을 일이다’ ‘가짜뉴스는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며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리거 강력 부인했다”며 “하지만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며 사퇴를 표명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민주당 인사들의 미투 사건을 언급하며 “여성을 위하고 여성인권 향상과 여성 보호를 최우선한다는 민주당의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4번째 도전 끝에 부산시장에 당선된 오 전 시장. 그러나 ‘성추행’ 때문에 자신의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오 전 시장으로 인해 부산의 정치 지형은 민주당에게 더 어렵게 됐다. 어렵게 얻은 부산시민의 지지를, 신뢰를 허망하게 날리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180석’을 가진 거대 정당에 던지는 경고로도 읽힌다.

한 사람의 잘못과 실수가 당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은 물론 당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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