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매너 퇴사:갑작스런 통보·인수인계 미흡 등 이기적 행동→‘유종의 미’도 직장인의 덕목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누구나 그렇듯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일이 버거울 때, 사람 때문에 힘들 때, 부당한 대우가 억울하고 화날 때. 직장생활 4년차에 접어든 A씨도 부쩍 퇴사하고 싶은 충동이 자주 들었다. A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주변에서 해주는 조언은 대부분 똑같았다. “항상 네가 먼저야.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힘들면 그만둬.” A씨 역시 그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A씨가 꽤 오랫동안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던 건 그동안 버티고 견딘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게 무서웠기도 했지만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말없이 사라지는 ‘잠수 퇴사’, 미흡한 인수인계 등 이기적인 퇴사자들을 많이 봐왔고, 남은 사람들은 이기적인 퇴사자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더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몫까지 넘겨받으면서 두배, 아니 세네 배가 됐다. 누군가의 퇴사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짐을 지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퇴사 전 자신이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감 있게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퇴사한다 하더라도 살면서 어떤 순간에 다시 마주칠지도 모른다. 한때 같은 배를 탔던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게 상식적인 행동이 아닐까 하고 A씨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와 고통은 반드시 본인이 돌려받게 돼 있으니 말이다.

지난달 1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달 1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요즘은 취업도 어려운 시기이지만 퇴사도 적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힘든 취업시장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합격했으나 회사생활이 만만치 않아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물론 퇴사자들이 퇴사를 결정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한 번쯤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혹은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해 퇴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건강상의 문제, 일신상의 사유 등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이유야 어떻든 간에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맡은 업무를 잘 마무리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퇴사일까지 무책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퇴사 이유 숨기는 직장인..이유는 ‘상사·동료와의 갈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산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안 맞는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다.

이 때문에 퇴사한 직장인 2명 중 1명은 정확한 퇴사 사유를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차마 밝히지 못한 퇴사 이유 1위는 상사·동료와의 갈등 문제였다.

최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퇴사 경험이 있는 직장인 2288명을 대상으로 ‘퇴사 사유’를 조사한 결과 52.1%가 ‘정확한 퇴사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2.9%는 ‘평소 친분이 있던 상사·동료 등 몇 명에게만 의논했다’고 했고 22.2%는 ‘그 누구에게도 정확한 퇴사 사유는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절반 이상이 퇴사 사유를 밝히지 않고 퇴사한 셈.

반면 퇴사 사유를 밝혔다는 응답은 47.9%로 나타났다. 이중 ‘구체적인 진짜 퇴사 사유를 적었다’는 응답은 21.0%에 그쳤다. 나머지 26.9%는 ‘두루뭉술하게 대략적인 퇴사 사유를 밝혔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떤 이유로 퇴사할 때 가장 그 이유를 숨길까.

숨겨진 퇴사 사유 1위는 ‘직장 내 갑질 등 상사·동료와의 갈등’이 차지했다. 이러한 갈등으로 퇴사한 직장인의 65.7%가 이유를 숨긴 채 퇴사했다. ‘상사·동료와의 갈등’으로 퇴사한 직장인 중 퇴사 사유를 밝힌 직장인은 34.3%에 불과했다.

이어 ▲회사의 기업문화,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62.6%) ▲직급·직책에 대한 불만(53.8%) ▲너무 많은 업무량,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52.5%) ▲기대에 못 미치는 복리후생(51.7%)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50.0%) 등도 직장인들이 진짜 이유는 숨긴 채 퇴사하는 대표적인 퇴사 사유로 조사됐다.

입사하고 싶었던 다른 기업에 이직을 성공한 경우 27.5%만이 퇴사 사유를 숨겼으며 72.5%는 퇴사 사유를 밝히고 퇴사했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유학, 육아문제 등 개인적인 사정(30.4%), 연봉 불만(41.8%)도 이를 숨겼다는 응답 비중이 낮은 퇴사 사유로 꼽혔다. 

직장인들은 진짜 퇴사 사유를 밝히지 않았던 이유로 ‘알린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 같아서’(41.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서’(26.1%), ‘업계가 좁으니까, 나중에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몰라서’(14.8%)라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진짜 퇴사 사유를 알렸다가 불이익을 당할까봐’라는 응답도 10.0%였다.

직장인들이 사직서에 적은 가짜 퇴사 사유 1위는 ‘일신상의 사유’(35.9%)라는 상투적인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 다음으로 ‘건강, 이사, 육아 등 그럴듯한 개인적인 핑계’(18.0%), ‘자아개발,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11.5%), ‘사업, 직무 변경 등 새로운 계획이 있는 것처럼’(11.2%) 적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사진=사람인>
<사진=사람인>

# 기업 10곳 중 9곳 “비매너 퇴사자 있다”..최악의 유형은?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직이나 전직이 보다 활발해지면서 기존 직원이 퇴사할 때 매너 없는 행동을 겪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이 같은 행동은 해당 회사는 물론 부서 동료나 후임자에게 피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실제로 비매너 이직 태도의 퇴사자로 인해 기업이 입는 손실로 ‘팀 업무 진행 차질’이 1위에 선정되기도.

여기에 조직 사기 저하, 기업 이미지 실추, 연쇄 이직 초래까지 비매너 이직자에 따른 피해는 그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인이 기업 9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곳 중 9곳(85.2%)이 퇴사 시 비매너 행동을 한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퇴사 비매너 행동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를 겪은 기업이 81.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인수인계 제대로 안 함’(61.1%), ‘업무 태도 및 근태 불량’(46.7%), ‘퇴사 사유 거짓으로 밝힘’(26.4%), ‘프로젝트 등 업무 마무리 미흡’(20.7%), ‘동료 직원들에게 이직을 권유함’(20%), ‘경쟁사로 이직함’(16.6%), ‘타사, 업계에 전 직장 비방’(13.3%), ‘회사 기밀 유출’(11.4%) 등의 순이었다.

비매너 유형 중 기업들이 꼽은 가장 최악의 유형 역시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가 40.3%로 1위였다. 계속해서 ‘인수인계 부실’(20%), ‘업무 태도 및 근태 불량’(12%), ‘회사 기밀 유출’(5.9%), ‘동료 직원들에게 이직 권유’(5.7%)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전체 퇴사자 중 비매너 태도를 보이는 직원의 비율은 평균 22.6%로 집계됐다.

비매너 퇴사자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팀 업무 진행 차질’을 꼽은 비율이 6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팀원 등 조직 사기 저하’(55.9%), ‘기업 이미지 실추’(15.4%), ‘연쇄 이직 초래’(10.7%), ‘내부 기밀 유출’(9.6%) 등이 있었다.

특히 비매너 퇴사는 추후 평판 조회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 중 26.8%는 퇴사 매너가 나빴던 직원이 이직하려는 기업으로부터 평판 조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평판 조회를 받은 기업들의 절반(49%)은 퇴사 비매너 행동을 ‘솔직하게 다 말한다’고 답했고 43.3%는 ‘에둘러서 언급’하고 있었다. 비매너 행동을 알리지 않는 기업은 7.7%에 불과했다.

반대로 채용 시 평판 조회를 진행하는 기업(594개사)의 34.5%는 이전 직장에서 지원자의 퇴사 비매너를 들은 경험이 있었다. 퇴사 비매너 행동을 들었을 경우 평가에 대해서는 ‘바로 탈락’(48.3%) 시키거나 ‘감점’(47.3%)을 한다고 응답했다. 평가에 영향이 없다는 답변은 4.4%였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퇴사 시 꼭 지켜줬으면 하는 매너로 ‘시간 여유 두고 퇴사 사실을 알림’(26.1%), ‘업무 인수인계를 확실히 함’(25.5%), ‘조직 상황 배려해 퇴사 시기 조율’(19.3%), ‘끝까지 성실한 근무태도 유지’(14.9%), ‘진행 중이던 업무는 마무리함’(8.4%) 등을 들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직장에서도 안전한 이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봤을 것이다. 자신이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이 치우는 일은 다음에 이용하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이는 직장생활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떠나는 것은 응원하지만 퇴사 시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한 실정.

이러한 태도는 회사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남은 이들에게 같이 일했던 좋은 동료로 기억되고 싶다면 퇴사 시 비매너 행동은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매너 있는 이직은 어떤 이직일까.

먼저 퇴사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직속 상사에게 알려야 한다. 간혹 직속 상사보다 동료나 선후배 또는 직속 상사의 상사에게 먼저 퇴사 소식을 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직속 상사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힘들었던 직장이라도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퇴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퇴사 의사는 최소 한 달 전에 알려야 한다. 그래야 회사 측에서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기 때문.

특히 퇴사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고 며칠 이상 무단결근을 하거나 당일 통보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이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퇴사가 확정되고 나면 업무에 대한 의욕이 없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내 회사,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는 확실히 해줘야 한다.

아울러 근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지각이나 무단결근 등은 조직 내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어 주변에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 회사에 출근하는 기간 동안은 퇴사자가 아닌 회사 소속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직장인에게 입장에서 퇴사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회사 문밖을 나서는 순간까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한다.

그간 희노애락을 함께한 회사와 동료들을 위해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는 직장인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