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인 롯데 측 ‘인건비 감축’ 요구..하청업체 노동자 카톡방서 해고 통보
간접고용 형태 인사권 개입 ‘불법’ 소지..앞에선 상생, 뒤에선 생계 짓밟아
회사 측 “이브릿지에 고정비 감소 요청했으나, 채용 등에 관여할 수 없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롯데그룹의 외식프랜차이즈 계열사 롯데GRS가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주요 공항에서 컨세션(위탁운영) 사업을 진행 중인 롯데GRS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항 이용객이 줄어들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형태의 여성 노동자들을 하청업체로 하여금 해고하도록 했다는 것.

현행법상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의 인사권 등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그러나 롯데GRS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채용 등 인사 노무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는 폭로는 불법으로 해석될 소지가 높아 파문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11개 지부와 전국여성노조는 지난 18일 ‘제4회 임금차별 타파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코로나19라는 유래 없는 감염병 극복을 위해 전사회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경제가 타격받는다는 명목 하에 취약한 위치에 놓인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거나 지나칠 정도로 많은 업무를 소화해내고 있다”고 꼬집으며 여성 노동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발언에 나선 이정원씨는 롯데GRS의 만행을 폭로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VIP라운지에 파견돼 근무했던 이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상황.

이씨의 회사는 전세계 국제공항 라운지 중심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브릿지다. 이 회사는 롯데GRS의 하청을 받아 라운지를 운영해왔으며, 이씨는 원청인 롯데GRS와 하청인 이브릿지 사이에서 4년마다 체결되는 계약에 매여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다.

이씨에 따르면, 롯데GRS는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의 임금조정, 채용, 인사 등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롯데GRS는 이브릿지에 ‘2명분의 인건비를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VIP라운지 일손이 부족했음에도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받자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와 동료들은 인원감축을 피하기 위해 무급휴가를 돌아가며 사용했다. 2~3일씩 돌아가며 사용하던 무급휴가를 10일씩 늘려 사용했고, 또 부족한 인원 탓에 무급 휴가 사용 중에도 출근을 해 일을 도왔다.

이들 여성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곧 정상화돼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씨는 회사 단체 카톡방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이브릿지가 ‘원청에서 고용을 유지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해고를 통보했다”며 분노했다. 

한편, 롯데GRS는 2016년 8월 강동 경희대병원을 시작으로 컨세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익우 롯데GRS 대표는 롯데리아와 엔젤리너스 등 주요 브랜드 실적이 부진하자 새 먹거리로 컨세션 사업을 꼽았으며, 그가 취임한 2018년 이후부터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은 휘청대고 있고, 고용을 두고 노동자들의 비판도 이어져 남 대표가 회사 장기 비전으로 제시한 신사업은 위태로운 모습.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롯데GRS는 200억원 상생펀드를 운영하고 소상공인에게 손 소독제를 후원하는 등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11개 지부와 전국여성노조는 지난 18일 ‘제4회 임금차별 타파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여성노동자회><br>
한국여성노동자회와 11개 지부와 전국여성노조는 지난 18일 ‘제4회 임금차별 타파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여성노동자회>

이와 관련, 롯데GRS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이브릿지의 노동자 채용이나 해고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다”며 “(롯데GRS 측이 노동자를 해고에 개입했다는 것은)발언을 하신 분께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현재 라운지 매출이 80%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수익성 측면을 고려해 이브릿지에 인력적인 부분을 제외한 고정비에 대한 감소는 요청했지만, 인사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는 설명. 

그러면서 “이브릿지 측에서 해고 노동자에게 당시 상황 설명을 했고, 서류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가 없도록 자필로 동의와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리(롯데GRS)는 공항에 대한 운영권을 획득하고 라운지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브릿지와의 계약 관계는 라운지 사업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인력, 데이터베이스 등이 없으면 라운지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급계약을 맺어서 운영하기 때문에 원청과 하청이라는 수직선상의 관계로도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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