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카페 등서 제품 품질 및 AS 관련 소비자 불만 지속돼 ‘시끌’
새 수장으로 경쟁사 경동나비엔 부회장 이례적 선임..글로벌 기업 도약 의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잇단 잡음에 ‘해외통’ 대표 무거운 어깨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귀뚜라미보일러 앞으로 믿고 거르겠습니다”

‘보일러는 역시 귀뚜라미’라는 문구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조하며 고객 신뢰도를 쌓은 귀뚜라미보일러가 ‘믿고 거르는’ 제품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귀뚜라미의 보일러 제품에 대한 잦은 하자 문제와 AS 관련 소비자 불만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귀뚜라미는 2020년을 ‘제2의 창업의 해’로 삼아 글로벌 냉난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 지난 1월 귀뚜라미 신임 대표로 선임된 경동나비엔 출신 최재범 사장도 취임 일성으로 “해외에서 귀뚜라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제품 품질과 고객 응대 등 서비스 면에 있어 국내에서 볼멘 목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해외시장에서의 평가도 의문부호가 달리는 분위기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옛말처럼 귀뚜라미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높아지고 있다.

최재범 귀뚜라미 대표이사 사장

◆“AS 거부하는 귀뚜라미보일러”..소비자 민원에 기름통 문제로 일단락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아파트 입주자 카페, 개인 블로그 등에서 귀뚜라미보일러 품질과 AS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귀뚜라미 보일러의 열받는 AS 행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귀뚜라미가 부품교체를 해달라는 AS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3일 기름보일러를 구매했다는 A씨는 “‘01 ERROR’ 코드가 대중없이 뜬다. 3일에 한 두 번 정도는 꼭 뜬다”며 “구매했던 지역 AS점 겸 판매점 직원분이 4~5차례 정도 방문했지만, ‘지켜보자’라는 말 뿐 별다른 수리나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보일러 에러코드가 계속 발생하자 귀뚜라미 본사 고객만족(CS)팀 직원이 A씨의 집에 방문했다.

귀뚜라미 CS직원은 “보일러 문제는 없는 것 같다”며 “기름통이 좀 이상한 것 아니냐. 살짝 기울어져 있는 것 같은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이사온 지 4년 만에 갑자기 (기름통에)문제가 생겼겠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날 CS직원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CS직원이 돌아간 뒤 바로 보일러 에러코드가 발생했다. 

A씨는 다시 고객센터에 AS를 문의하자, 귀뚜라미 측은 “월요일(18일)에 대책을 마련해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월요일 오후 4시까지 기다려도 전화를 주지 않았고 A씨가 다시 전화를 하자 “오늘 중으로 전화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CS팀은 전화가 없었다. 대신 고객센터 직원이 A씨에게 전화를 해 “내일까지 전화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19일) CS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A씨는 “직원이 ‘주유소에서 파는 말통을 사다가 꼽아보고 좀 지켜보자’라고 하더라”라며 “부품이나 보일러 교체를 요구한 상태인데 결국 부품교체 같은 AS는 거절당했다. (귀뚜라미 측에서)기름통 문제로 일단락 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A씨는 “부품교체 해달라는데 AS를 거부하는 회사는 처음이다. 너무 화가 난다”며 “현재 소비자보호원에 접수하려고 서류를 꾸미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귀뚜라미의 보일러 제품 품질과 AS를 꼬집은 소비자는 A씨가 처음은 아니다.

귀뚜라미는 국내 보일러 시장에서 경동나비엔과 1위를 다투는 기업이지만, 수차례 품질 논란이 일었고 AS 기간과 비용 등 문제로 “믿고 거르겠다”라며 귀뚜라미를 등지는 소비자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실정.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올라온 귀뚜라미보일러 제품 관련 소비자 불만글 일부. <사진=해당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제품 품질 논란에 쌓이는 수리비..온라인 상에서 불만 폭발

실제로 귀뚜라미보일러를 사용중인 한 소비자는 지난달 “사용한지 5년째인데 자꾸 AS를 하니까 짜증난다”며 “코로나 덕분에 월급도 삭감됐는데 AS 비용만 계속 쌓인다. 차라리 바꾸는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작년 3월 모터고장으로 교환했는데 이번에 더운물이 안 나와서 AS를 부르니 또 모터 고장이라고 한다”며 “같은 부품에 같은 증상으로 또 수리비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뿐만 아니라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귀뚜라미보일러 집단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 귀뚜라미 측은 하자보증 기간이 지났다며 유상수리를 권할 뿐 소비자들의 민원에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신금호파크자이 입주민들은 “2016년부터 귀뚜라미보일러의 지속적인 하자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2019년 6월 말까지 전체 세대에 대해 물탱크를 교체한 이력이 있음에도 보일러 이상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상 AS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유상 AS가 진행돼 많은 거주민들이 불쾌감과 금전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신금호파크자이 생활지원센터 측이 파악한 보일러 하자 발생 세대는 200여 세대 이상으로 잠재적 추정치는 더 많다는 설명. 

주민들은 귀뚜라미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이며, 소비자보호원에 귀뚜라미보일러를 고발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귀뚜라미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3월 발표한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종합지수에서 1000점 만점 중 총점 669.1점을 받아 가정용 보일러 부문 22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느끼는 품질과 서비스는 기대보다 낮다는 평가다. 

◆경동나비엔 출신 최재범 사장, 글로벌 위상 높이기 시작부터 험로 예고

한편, 사실상 보일러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업계는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 이런 가운데 귀뚜라미도 해외시장에 무게를 두면서 성장정체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11월 투자 부문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와 사업 부문 자회사 귀뚜라미로 분할한 바 있다. 분할 후 귀뚜라미홀딩스는 기존 귀뚜라미의 송경석 사장이, 귀뚜라미는 최재범 신임 사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최 사장은 귀뚜라미의 경쟁사인 경동나비엔에서 부회장을 지낸 인물. 때문에 당시 인사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 사장은 대우일렉트로닉스 해외사업본부 본부장,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백색가전 대표이사, 메디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해외 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더욱이 최 사장은 경동나비엔 재직 시절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귀뚜라미는 최 사장을 통해 신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에 추진력을 더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  

최 사장도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회사의 의지에 힘을 더하겠다며 임직원들의 노력도 당부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도 챙기지 못하는 기업이 해외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겠냐는 핀잔도 들리는 실정. 최 사장을 앞세운 귀뚜라미가 ‘제2의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관련, <공공뉴스>는 회사 측 입장 등을 들어보기 위해 귀뚜라미 관계자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다”라며 더이상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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