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아동학대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훈육과 학대 사이의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문제는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을 훈육한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가하거나 과도한 체벌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까지 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훈육 차원의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매를 들어서라도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며 체벌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체벌은 학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일각에서는 훈육을 위한 체벌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충남 천안에서 9살 남자 아이가 여행용 가방에 갇혀있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는 계모가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한다며 훈계 차원에서 가방에 가둔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지방경찰청은 3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A(41)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중상해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이날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7시간 가량 천안 서북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9)군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당초 큰 캐리어(50×71cm)에 가뒀다가 아이가 가방 안에 소변을 보자 다시 작은 가방(44×60cm)에 옮겨 가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A씨는 B군을 가방에 가둔 채 3시간 가량 외출한 사실도 엘리베이터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군이 장난감을 망가뜨린 뒤 ‘내가 그런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하자 거짓말을 한다며 체벌 의미로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B군은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부모가 아동 체벌에 대해 ‘훈육 차원이었다’고 변명을 늘어놓거나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 딸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도 있다.

이에 5세 딸을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C(43)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관련기관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부모로서의 정상적인 훈육이나 체벌로 볼 수 없다”며 “가방에 갇혀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죽음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C씨가 훈육에 집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훈육 방법은 매우 잘못됐으나 자녀들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피해자들도 평소 피고인을 잘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살해 의사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고 평생 죄책감으로 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C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관악구 소재 자택에서 딸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일삼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에 넣어 약 3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딸이 숨진 당일 C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딸의 신체 곳곳에 멍이 들어 있던 것을 의심스럽게 여긴 의료진의 신고로 범행이 발각됐다.

훈육에는 대화를 통한 아이의 행동 변화 유도, 올바른 행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을 위한 체벌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범죄가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훈육도 지나치면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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