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노조 “고의적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로 파산으로 내몰아” 주장
벼랑 끝 위기 속 ‘창업주’ 이상직 일가서 제주항공·애경으로 타깃 확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잡음이 연일 커지고 있다. 

두 항공사 간 M&A가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제주항공이 선결 조건을 열흘 내에 이행할 것을 요구하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며 항의 시위에 나서는 등 규탄 목소리를 높인 것.

앞서 노조는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헌납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주장, 이 의원 일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에 투쟁 대상이 인수주체인 제주항공과 애경그룹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3일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구조조정·임금체불 지휘해 놓고 인수거부! 파렴치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 노조는 3일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임금체불 지휘해 놓고 인수거부! 파렴치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의 모기업이다. 

이날 노조는 “제주항공이 고의적으로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불임금과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15일 이내 갚으라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한다면 파산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1일 이스타항공에 대규모 부채 해결을 요구하는 답변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10 영업일 이내 해결하지 않을 경우 인수계약을 파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제트가 항공기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채 3100만달러(약 373억원)를 지급 보증한 사안을 해소하고,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임금 250억원 등 부채를 15일까지 해소해야 주식매매계약(SPA)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제주항공의 입장.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스타항공은 총 8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노조는 “양해각서(MOU) 체결 후 제주항공이 구조조정을 지시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는 것은 날강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은 M&A 과정에서 3월 모든 국제선 및 국내선 노선을 셧다운했으며, 4월부터는 약 350명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노조는 최근 입수한 녹취파일도 내용도 이날 공개했다. 이는 3월20일 당시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현 AK홀딩스 사장)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사이에 오간 통화 내용이다.

노조는 양 대표 통화 중 이 대표가 최 대표에게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권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노조에 따르면, 최 대표가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하지 않겠나”라고 하자 이 대표는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희망퇴직자에게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 걱정이 많다”라는 최 대표의 말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결국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 M&A 작업을 위한 제주항공의 의도된 움직임이라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사진=뉴시스>

노조는 “(제주항공이)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 인수 매각을 파탄내고 있다”라며 “구조조정 작업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했고, 셧다운으로 손실을 줄이지 못해 부채가 증가했다. 이스타항공 자금난 심화에는 제주항공의 책임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이 파산할 경우)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고의로 파산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2일 이스타항공 노조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이들은 이날부터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4일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연대해 애경그룹 제품 불매운동 등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이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의원의 지난달 29일 회사를 살리겠다며 가족이 보유한 지분 전량에 대한 헌납을 결정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 

선결 조건 해결 없이 M&A 작업 마무리는 이뤄질 수 없을 뿐더러, 이 의원의 지분반납은 M&A 성사된다는 가정하에야 이뤄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노조 역시 책임 회피에 불가하다며 조만간 이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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