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M&A 관련, 공정위에 ‘기업결합 불허 촉구 의견서’ 제출
시장점유율 90% 달하는 배달업계 톱3 업체 독차지..‘혁신 산업 vs 독점 논란’ 사이 고심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상인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독과점 논란이 다시 확산되는 모습이다.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2·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인수·합병(M&A) 하는 내용에 대해 이들이 재차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

공정위의 기업결함 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중소시민단체들이 제출한 기업 결합 반대 의견서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과 관련해 중소상인·자영업자·배달노동조합·시민사회는 지난 7일 우아한형제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사진=참여연대>

8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 6곳의 중소상인노동시민단체들은 전날(7일) 공정위가 철저한 심사를 통해 DH와 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이미 현재도 3개 업체(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한다”며 “불공정행위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진행중인 이번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될 경우 더 큰 독과점의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독일 배달 서비스기업 DH에 지분 100%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DH는 국내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배달의민족의 운영권까지 손에 넣는다면 업계 ‘톱3’ 업체를 독차지하게 되는 셈. 이들 세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때문에 그동안 시장 독과점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배달앱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의 배달시장 독과점에 대한 판단과 대책은 더욱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호준 한상총련 가맹대리점분과 위원장은 이날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심사가 6개월을 넘어가면서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다”라며 “안그래도 배달앱을 통한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앱 기업의 매출과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의 4월 온라인쇼핑 동향만 봐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라며 “특히 배달음식 등 음식서비스는 83.7%, 농축수산물은 69.6% 증가하는 등 중소상인들은 단순한 홍보수단을 넘어 배달앱을 떠나서는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1~3위 업체가 시장점유율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도 수수료의 일방적인 변경 등 거래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에 속수무책인데 하나의 회사로 기업결합이 진행되면 경쟁은 사라지고 거래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엔 배달의민족이 그저 배달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B마트’라는 자체 마트를 운영하고 ‘네쪽식빵’, ‘반반만두’, ‘0.7공깃밥’ 등 4000여개에 이르는 자체 PB상품을 출시하며 골목상권을 침탈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의견서 <자료=참여연대><br>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의견서 <자료=참여연대>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처장도 “배달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가 바로 프랜차이즈”라면서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은 치킨, 피자 업종의 경우 10곳 중 9곳은 배달매출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등 배달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에 따르면, 2017년 2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8년 4조7000억원, 2019년 9조원대로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 음식서비스의 전체 매출액이 증가하는만큼 동시에 영업비용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음식점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대략 매출의 8~10% 수준에 불과한데, 배달앱 광고비용이 5%에서 12.5% 내외에 달하고 온라인 결제 수수료 3%를 추가로 지출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김 사무처장은 “현재도 중소상인들은 배달 플랫폼 기업과 광고비 등 주요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객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배달 플랫폼이 독점하면서 고유의 영업권, 권리금 등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할 기회 등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배달의민족이 포스회사를 인수하면서 이러한 정보독점과 특정 대행업체 이용 등의 행위가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성종 전국서비스노조 대외협력실장은 “배달 플랫폼 시장은 배달앱과 중소상인, 배달앱과 배달노동자, 배달앱과 소비자 등 전형적인 다면계약관계”라면서 “배달 서비스 시장의 급성장과 코로나19 사태는 배달앱과 중소상인들과의 관계 못지 않게 배달노동자와의 관계도 급변시켰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배달노동자들이 각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 영역이 확대되면서 노동자와 사업주로서의 정체성이 혼재된 ‘특수고용노동자’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 

그 결과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배달수수료, 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을 변경하더라도 노동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했다.  

이 실장은 “다행히 4월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과 배민라이더스 지회가 첫 단체교섭을 개시하면서 노동조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면서도 “기업결합을 통해 거대 독점기업이 탄생한다면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혁신성장에 매몰되지 말고 배달앱과 중소상인, 배달노동자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철저한 심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우원식·제윤경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br>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우원식·제윤경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박준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이미 독과점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4월 배달의민족이 일방적인 정률제 수수료 개편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철회한 사건과 6월 배달음식점에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계약 해지와 같은 불이익을 주는 등 거래상 지위남용, 부당한 경영간섭 행위를 일삼은 요기요에게 공정위가 4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을 들었다. 

박 변호사는 “공정위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승인을 불허해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구조 심화를 방지하고, 이미 현재의 독과점 구조하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을 언급하며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유형을 구체화하는 것을 넘어 현재 법체계 상으로는 규제하기 어려운 배달앱 기업의 정보독점 문제 해결, 상시적인 사전협의절차 등을 포함하는 법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해 혁신과 독과점 사이에서 공정위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달의민족이 혁신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혁신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때문에 공정위가 배달의민족과 DH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혁신 산업의 성장을 저해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 반면, 독과점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 속 M&A가 성사되면 중소상인노동시민단체들의 반발로 한동안 상당한 진통을 겪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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