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서울 북악산서 숨진 채 발견..실종신고 7시간 만에 발견
징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 마련
시민운동가서 차기 대선주자로 치열했던 삶 마감..곳곳서 애도 물결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모든 분께 죄송하고 감사드린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정치권과 시민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사망 전날까지도 평소와 다름없이 시정 활동을 이어간 박 시장이 돌연 세상을 등졌다는 비보가 전해지자 각계각층에서는 잇따라 애도를 표하고 있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던 박 시장은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인물로 꼽혀왔다. 특히 그동안 서울시 발전에 수없이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박원순 시장 장례,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13일 발인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10일 오전 9시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박 시장의 사망과 관련해 “고인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를 치르며, 5일장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현재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안치됐다. 빈소는 이곳 3층에 위치한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3일이다.

서울특별시장은 정부 의전편람에 분류된 장례절차 중 기관장에 해당한다. 정부 의전편람에는 국가장 외에 공식적인 장례절차로 정부장, 국회장, 기관장 등 3가지다.

서울시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서울특별시장도 최초 사례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위해서는 서울시청 청사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분향소는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박 시장은 전날(9일) 오후 5시17분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가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만에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딸은 “4~5시간 전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라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가 꺼진 최종 위치가 성북동 서울시장 공관 주변인 것으로 확인하고 수색을 시작했다.

오후 5시30분께부터 수색에 돌입한 경찰은 9시30분까지 1차 수색을 마무리 했다. 이후 10시30분부터 2차 수색에 들어갔고, 결국 이날 오전 0시1분 박 시장 시신을 발견했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 서울시 직원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관련 경찰 수사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게 됐다.

10일 새벽 서울 북악산에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 시신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운동가에서 3선 서울시장, 차기 대선주자로..치열했던 삶 마감

박 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의 한 농가에서 7남매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친형을 따라 상경해 경기고에 입학했으며, 재수 끝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1975년 5월,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투옥됐고 학교로부터 제적당했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 1980년 제22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에 임용됐으나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개업해 상당 기간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1994년에는 시민단체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하고, 이듬해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과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벌이며 정치권과 사회에 새로운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00년에는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도 열었다.

박 시장이 정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11년이다. 오세훈 전 시장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후보로 박 시장이 급부상했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양보로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여권에서는 박 시장의 병역과 가족사, 학력 등을 두고 쉴 새 없이 공세를 퍼부었지만,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제쳤다.

박 시장은 2014년 재선, 2018년 3선에 성공하며 서울시 최초 3선 시장이 됐다. 뿐만 아니라 굵직한 정책을 수행하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박 시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의 임기는 3180일에 멈춰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필 유서 <사진제공=서울시>

◆“모든 분께 죄송하고 감사..고통밖에 못 준 가족에 미안”

한편, 박 시장은 유언장을 통해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박 시장의 유언장은 공관을 정리하던 시청 주무관에 의해 발견됐다. 박 시장은 전날 공관을 나오기 전 유언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은 “유언장 공개는 유족 뜻에 따라야 하므로 유족들과 유언장 공개 여부를 논의했으며, 유족들 뜻에 따라 박 시장의 유언장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 자필 유언장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라고 적었다.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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