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호칭 논란..“우아한 2차 가해”·“피해자로 명명해야” 지적 잇따라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와 관련해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사실관계를 가릴 수 없어 피해자라고 지칭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찬 ‘피해 호소인’ 용어 사용에 표현 정정 요구 목소리 ↑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을 고소한 A씨에게 공식 사과를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했다. 그는 또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에서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달라”,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춰달라”고도 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유력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이낙연 의원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글에서 ‘피해 고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당이 피해 호소인 단어를 고집하자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사과를 겨냥해 “들끓는 여론에 못 견뎌서 영혼 없이 반성한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도 피해자라고 하지 않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해 또다시 2차 가해적인 행동이 나온 점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고 싶지 않아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며 “이 대표는 ‘호소인’, 이 의원은 ‘고소인’, 진상조사를 떠밀려 하겠다는 서울시마저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희한한 말을 만들어 ‘가해’의 돌림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 대변인은 “피해 호소인은 의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우아한 2차 가해’”라며 “총선 결과에 도취한 그들에게 고통당한 여성에 대한 공감은 없다”고 꼬집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설상가상이다. 민주당 내 이 대표와 남인순 최고위원, 여성 의원들은 피해자에게 사과와 위로를 전하면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규정짓고 있다”며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규정짓는 행위는 가해자의 피해 사실 부인에 동조하는 용어이자 피해자에 대한 불신”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여성 의원들이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피해사실을 부인하며 피해자를 불신한다는 의미를 담아 사과와 위로를 전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피해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는 사람’ 정도의 의미를 담아 새로운 단어를 조합 생성시키면서까지 성추행, 성범죄 피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은근슬쩍 내비쳤다”고 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피해자는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으며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시점을 특정하고 증거들도 일부 제시된 점 등을 종합해볼 때 피해자라는 표현으로 명명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민주당의 표현 정정을 요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피해 호소인이라는 사회방언을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 사과할 생각 없다”며 “그냥 이 국면을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해 호소인 표현은 명예훼손”..이해찬 고발한 시민단체

한편, A씨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한 이 대표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법세련은 “(이 대표가)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은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피해사실을 주장할 뿐 성폭력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이 대표가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 표현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고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세련은 ‘피해 호소인’ 용어가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대표는 가해자가 누구 편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적 피해자 중심주의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피해 호소인이라는 2차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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