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폭행·폭언 혐의..과거 사건까지 세차례 집유 ‘솜방망이’ 처벌 비판
오너 3세, 물세례·뺑소니 등 잇단 일탈..‘갑질도 유전?’ 비아냥 목소리 ↑

[공공뉴스=박수현 기자] ‘갑질 왕국’, ‘대한민국 대표 갑질 기업’ 언젠가부터 한진그룹에 따라붙고 있는 꼬리표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3남매의 ‘땅콩 회항’·‘뺑소니 및 막말’·‘물컵 갑질’은 물론, 상습 폭행·폭언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한진가(家) 안방마님까지. 그동안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그룹 안팎에서 발생한 각종 갑질 사태의 중심에 서면서 빈축을 샀고 그 여파는 여전한 상황이다.

조양호 회장의 부친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명예회장은 겸손과 신의로 오늘의 한진그룹을 일궈냈다. 그러나 후손들의 일탈에 조 명예회장의 땀과 노력마저 모두 물거품이 된 형국.

권한이 기업 오너에게 집중되고, 자리가 혈육에게 대물림 되면서 그들의 권위적 행동 또한 함께 세습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듯,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잇따른 일탈에 ‘갑질도 유전’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릴 정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는 지난 14일 상습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는 지난 14일 상습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직원 상습 폭행·폭언’ 이명희, 1심 집행유예..‘솜방망이’ 비판 ↑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는 14일 상습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대기업 회장의 배우자라는 지위에 있는 반면 피해자들은 운전기사나 자택 관리자 등으로 이씨의 부당한 행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지위였다”며 “사회적인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범행이 계획적이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순간적인 분노를 표출했을 뿐이고 상해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만 70세인 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더 공감하고 성찰할 기회를 가질 필요성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 사이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 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를 폭행하고 공사 자재를 발로 차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의 출입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조경용 가위를 던진 혐의,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운전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도 있다.

이처럼 수년간 갑질을 자행했음에도 불구,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자 법원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앞서 이씨는 가사도우미 불법고용과 명품 밀수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으며, 그 결과 2심에서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된 바 있다.

때문에 재판부가 재벌에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유전무죄’ 지적이 다시금 나오는 것.

국민들이 재벌 갑질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법원 판결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적절한 처벌 없이 횡포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갑질’ 리스크 끊이질 않는 한진..오너 3세 일탈에 ‘휘청’

이씨의 1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둘러싼 갑질 사례들도 다시 회자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진그룹=갑질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굳어진지 오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지만, 갑질 잡음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오너 리스크가 끊이질 않고 있는 까닭이다.

한진그룹의 갑질 역사 포문을 연 것은 조양호 회장의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2014년 12월5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기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으며 난동을 부린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하기 시키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던 250여명의 승객들은 출발이 20분가량 연착되는 불편을 겪었다.

조용히 무마되는 것으로 보였던 이 사건은 12월8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땅콩리턴, 재벌가 갑질 논란을 촉발시켰다.

특히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오는 램프리턴에 대한 항공법 저촉 여부 등으로 한진그룹을 전 세계에 널린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한진그룹은 씻을 수 없는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는 것은 물론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기는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으나, 주요 보직은 모두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또 다시 논란이 됐고, 결국 12월10일 대한항공 부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조양호 회장과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증거 인멸 시도 등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계속 확산됐다.

조 전 부사장의 인성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에도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 명품을 밀수하고 ‘남편 상습 폭행’의 혐의로 고소를 당하며 ‘갑질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사진=뉴시스>

◆땅콩 회항부터 물세례, 뺑소니까지..갑질도 유전?

다음으로 막내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행실이 문제가 됐다. 갑질이 ‘가문의 영광’도 아닌데, 그 언니에 그 동생이었다.

2018년 4월12일 한 언론의 보도로 ‘물세례 갑질’ 논란이 터진 것. 조 전무는 당시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업체 직원들과 회의에서 언성을 높이며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에 던지는 행동을 했다.

조 전무가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 캠페인에 관한 질문을 던졌고 답변을 제대로 하지못하자 격노해 팀장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언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며 물이 튄 것일 뿐 직원 얼굴을 향해 뿌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조 전무가 이후 해당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태는 진화되지 않았고, 이 사건으로 대한항공 직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오너의 대처방식은 조 전 부사장 사건 당시와 변함이 없다며 “두번 속지 않겠다”고 오너일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한 대한항공 직원의 주도로 개설된 카카오톡 단체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는 오너일가를 직접 겨냥한 구체적인 제보 내용이 끊이질 않았다.

아울러 둘째 아들이자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논란을 피해가진 못했다.  누나와 동생의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행동이 뒤늦게 주목받게 되면서다.

조 회장은 2012년 인하대 운영에 대한 부조리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해 언론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했다.

2005년엔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함께 폭행을 퍼부은 혐의로 입건돼 물의를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2000년엔 차선 위반을 단속 중이던 경찰관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사건도 있었다. 시민들이 직접 뒤를 쫓아 결국 조 회장은 붙잡혔고 뺑소니와 공무집행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입건만 한 뒤 4시간 만에 그를 풀어줬다.

하지만 조 회장은 1999년 뺑소니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이력이 있어 당시 논란이 됐다. 이외에도 인하대 부정 편입학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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