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로드킬 사고는 야생동물의 피해와 더불어 사체 등으로 인한 운전자의 갑작스런 제동이나 운전대 조작이 2차 사고로 이어져 또 다른 피해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운전자는 물론 동물에게도 위협이 되는 로드킬.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규정 속도 준수와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최근 행정안전부와 충청남도는 운전 중 음성으로 편리하게 신고하는 ‘동물 찻길 사고 바로신고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로드킬 당한 동물 신고를 하려해도 전화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을 통해서만 신고가 가능해 현장에서 즉시 신고하기 어려웠고 정확한 발생 위치 확인에도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행안부, 국민권익위원회, 국토교통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충남도), 민간기업(SK텔레콤)은 동물 찻길 사고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고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약 2년 동안 머리를 맞대왔다.

이번 서비스는 기존 환경부에서 개발한 동물 찻길 사고 정보시스템 ‘굿로드’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충청남도에서 음성으로 쉽고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2018년 행안부의 디지털 지역혁신 사업으로 선정돼 본격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게 됐다.

‘동물 찻길 사고 바로신고 시스템’은 운전자가 차량 내 탑재된 SK텔레콤 길안내 시스템(T맵)을 통해 ‘로드킬 신고해줘’ 또는 ‘로드킬 제보해줘’ 등으로 신고하면 자동으로 국민콜 110 기관 연계 시스템으로 접수되고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관리기관으로 신고내용이 이관돼 처리된다.

이와 관련해 충청남도는 로드킬 신고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도내 15개 시·군과 협력한다.

충청남도 내 도로에서 주행 중 음성명령으로 신고된 정보는 위치와 방향 등을 분석해 해당 시·군 담당부서로 전송해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소요시간을 앞당길 계획이다.

이번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신고 정보 전달 체계, 도로기관 담당자 고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며 오는 2021년부터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SK텔레콤 T맵 외 다른 길안내 시스템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의 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도 로드킬 방지를 위해 팔을 걷었다. 5일 국토부와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동물 찻길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동물 찻길 사고저감 대책’을 수립했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 지침’을 공동으로 제정했으며 정보수집 및 분석을 위해 조사용 앱(굿로드)과 동물 찻길 사고 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올해 처음으로 전년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 찻길 사고 다발 상위 50개 구간을 선정해 이번 저감 대책을 마련했다.

국립생태원에서 로드킬 다발 구간을 분석한 결과 상위 50개 구간이 모두 국도로 조사됐으며 지역별로는 충청남도(15구간)가 최다였고 다발 구간에서 평균 7.1건/km(국도의 약5배)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50개 사고 다발 구간을 중점적으로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도로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유도울타리를 설치하고 유도울타리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는 야간에도 인식할 수 있는 LED 동물 찻길 사고 주의표지판을 설치한다.

또한 동물 찻길 사고 다발 구간 지도를 제작해 국립생태원 에코뱅크 누리집을 통해 관계기관과 일반 국민에게 제공하고 길 도우미(내비게이션) 업체에 다발 구간 위치 정보를 제공해 해당 구간을 진입하기 전 운전자에게 음성으로 안내하고 주의표시를 표출하도록 한다.

다발 구간 해소 시에는 새로운 다발 구간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며 기존 생태통로 설치 지역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시설, 유도울타리 설치 상태 및 지침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다.

운전 중에도 음성만으로 간단하게 신고가 가능하도록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바로신고 시스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확대 시행한다.

아울러 수시로 발생하는 사체에 대해서는 도로보수원 업무 과중을 방지하고 야간 및 주말에도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체 처리 업무 위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사체 처리 담당자를 위해 매년 교육을 실시하고 조사용 앱 이용률 제고를 위해 리플릿과 영상을 제작·배포한다.

동물 찻길 사고 바로신고 서비스 홍보 포스터. <자료=행정안전부>

도로상에서 고라니 등 동물들의 출몰이 끊이지 않다 보니 사망사고와 2차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로 작용해왔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고속도로 로드킬은 총 9866건에 달했다. 시기적으로는 5~6월이 45%, 하루 중에는 새벽 0시~8시 사이가 63%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로드킬을 많이 당하는 야생동물은 고라니(88%), 멧돼지(6%), 너구리(3%) 순이었다. 고라니가 대부분인 이유는 포식동물의 부재로 인한 개체 수의 증가 외에도 도로와 가까운 낮은 야산에 주로 서식하며 봄이 되면 먹이활동 및 새끼 양육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정 속도 준수,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이 가장 중요하다.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구간은 표지판이나 내비게이션, 도로전광판 등으로 안내되며 해당 구간을 지나는 운전자는 전방을 더욱 잘 주시하고 규정 속도를 지켜야 한다.

만약 야생동물을 발견한 경우에는 핸들 급조작을 피하고 경적을 울려 도로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상향등을 비추는 것은 순간적으로 동물의 시력장애를 유발해 제 자리에 멈춰 서 있거나 차량 쪽으로 달려들게 할 수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

부득이하게 동물과 충돌한 경우에는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차를 이동시킨 후 가드레일 밖 등 안전지대로 대피해 도로공사 콜센터에 신고하면 사고처리를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안전지대에서 신호기, 옷 등을 이용해 후방에 신호를 보내 정차한 차량이 있음을 알리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가 로드킬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운전자 입장만이 아닌 공존의 가치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간과 동물이 도심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을 마련한다면 로드킬 발생률을 저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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