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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tory] 이상과 다른 현실
#재택근무:업무시간 외 지시·온라인 직장갑질 등 부작용 속출→근로형태 변화 따른 매뉴얼 필요
정혜진 기자 (114@00news.co.kr)  2020. 08. 07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제 재택근무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무 형태가 됐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없이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도 더러 있다. 이 때문에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본인이 정해놓은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연락이 오는가 하면 일하고 있을 때 일상의 일과가 끼어들기도 한다. 또 출근하지 않는 대신 언제든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업무의 밀림, 업무시간 연장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오프라인에서도 심각한 문제였던 갑질이 온라인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이에 따른 피해 사례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재택근무 중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해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G유플러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업무 환경이 바뀌면서 오프라인 사무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위주로 시행하던 재택근무가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번지며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꺾일 듯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기세에 재택근무를 일시적 방편이 아닌 지속적인 근무 방식으로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 시행에 따른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직장갑질은 온라인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는 등 불만이 끊이질 않는 상태다.

# 코로나19가 바꾼 직장 풍경

코로나19가 직장 풍경을 바꾸고 있다. 회식은 물론 출장과 행사도 자제하는 분위기.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람들 간의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통신사 중 처음으로 주 3일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연구개발(R&D)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임직원 300여명이 대상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언택트(비대면) 환경에서 일하는 방식의 효율적 변화를 위해 서울 마곡 사옥 R&D 부서에서 근무하는 30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곡 사옥 R&D부문 임직원들은 매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은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 중이다.

재택근무는 오는 9월30일까지 시범 운영된다. 재택근무의 효과 및 개선점 등 임직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와 IT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추후 점진적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직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재택근무 도입에 앞서 지난 3월부터 약 한 달간 실시한 자율적 재택근무 시행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임직원의 약 90%가 자율적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근 거리가 먼 직원일수록 출퇴근 시간이 절약돼 재택근무 만족도가 높았으며 기획성 업무비중이 높은 내근직의 경우 업무생산성 변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LG유플러스는 즐겁게 일하는 조직문화의 연장선에서 임직원들의 긍정적인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업무효율성 증대를 위해 재택근무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한킴벌리는 주1회 재택근무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스마트워크 3.0’을 시행하기로 했다.

유한킴벌리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2월 말부터 사무직 사원들의 재택근무와 생산직 사원들의 거리두기 근무를 실행해 왔다. 8월 현재도 사무직 사원들은 3일 출근, 2일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처음 전면적인 재택근무가 시작될 때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 스마트워크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재택근무가 시행됐다는 평가가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의 일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사무직 사원들은 현재 시행 중인 임시 재택근무가 종료된 후에도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주 1일의 재택근무가 의무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며 월 1회 이상의 재충전 휴가도 함께 시행된다.

삼성전자는 가전사업부 일부 부서에 대해 재택근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부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현실적으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수원사업장 생산라인 등을 제외하고 원격 근무가 가능한 마케팅 등 일부 직군에 대한 부분적인 재택근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연장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은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내년 7월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 직원은 2021년 7월까지 집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재택근무를 연장한 기업은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앞서 구글도 재택근무 허용 기간을 내년 7월까지 연장했다. 트위터는 직원들이 원한다면 영원히 재택근무를 하게 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에 이어 페이스북까지 재택근무 체제를 연장하면서 다른 글로벌 IT기업들도 줄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인크루트>

# 재택근무의 명과 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불평등을 느끼는 직장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나 업종별, 소득별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각각 달라서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53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만족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한 시기는 ‘코로나 이전’(18.2%)보다 ‘코로나 이후’(81.8%)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비율이 4배 많았던 것으로, 이들 중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 역시 77.0%로 높았다.

재택근무가 만족스러운 이유는 ‘출퇴근 시간 절감’(28.1%), ‘비대면 근무방식이 내 업무효율에 잘 맞음’(15.9%), ‘불필요한 회의 자체가 줄어듦’(15.2%), ‘미팅 관련 이동시간 절감’(10.3%) 등 ‘업무효율 증진’ 관련 응답비율이 41.4%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감염우려 최소화’(17.4%), ‘업무뿐 아니라 가사, 육아 도모 가능’(12.5%)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재택근무 경험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다르게 위화감도 확인됐다.

첫 번째 불만은 실시 여부에서 나왔다. ‘본인 업무에 대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3.5%였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재택근무 ’경험자’는 64.7%, ’미경험자’는 35.3%로 집계됐다. 즉,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음에도 3명 중 1명은 실제 재택근무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형태별 재택근무 실시비율에서도 차이가 보이면서 불평등을 초래했다. 코로나 이후 ‘대기업’ 재택비율은 70.0%로 활용 비율이 활발했지만 ‘중견기업’ 61.5%, ‘공공기관’ 58.2%, ‘중소기업’ 47.9% 순으로 격차가 커졌기 때문.

급기야 ‘재택근무가 직장인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의견에 81.2%가 동의했다. 미국의 한 원격근무 보고서는 원격 근무할 수 있는 업무 비중에 대해 직종별, 소득별 차이를 보인다고 밝혀 재택근무 확산이 자칫 노동자간 불평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재택근무 시행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온라인 직장갑질이 만연해진 것. 이는 인크루트가 직장인 53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스트레스 및 온라인 갑질경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재택근무 경험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조사하자 ‘그렇다’는 47.7%(‘매우 그렇다’ 10.9%, ‘그렇다’ 36.8%), ‘아니다’는 52.3%(‘그렇지 않은 편이다’ 45.8%, ‘전혀 그렇지 않다’ 6.5%)로 집계됐다.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시간 외 근로’ 때문이었다. ‘업무시간 외 업무지시가 늘어남’(19.8%) 및 ‘정규 업무시간이 지켜지지 않음’(17.2%) 응답비율이 도합 1위에 오른 것. 

다음으로 ‘업무보고(또는 업무지시)가 어려움’(27.1%), ‘업무효율 저하’(16.8%), ‘기존 업무수행 방식과의 충돌’(11.1%) 등의 이유가 이어졌다. ‘회사업무 외에 가사(육아) 등이 추가’(6.9%) 됐다는 점에서도 재택근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처럼 재택근무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다수인 가운데 달라진 근무방식은 급기야 온라인 직장갑질을 초래하기도 했다. 재택근무 중 회사 및 상사로부터 온라인 직장갑질을 경험했는지 묻자 41.8%가 ‘그렇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직장갑질 유형으로는 ‘업무시간 외 업무지시’(47.4%) 비중이 가장 컸다. 이는 재택근무 스트레스 이유 1위로 꼽은 내용과 동일하다. 정규시간 외 근로에 대해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2위에는 ‘근무환경 지원부족’(21.9%)이 올랐다. 대표적인 예로 노트북 미지급을 꼽을 수 있다. 3위는 ‘가족·자녀 관련 사생활 개입’(15.8%)이었다.

특히 ‘온라인 갑질’을 경험한 비율이 ‘미혼 직장인’(35.5%)보다 ‘기혼 및 자녀가 있는 직장인’(48.7%)에게서 높았다는 점에서 재택근무 시 가족 및 자녀 동반여부와 재택근무 피로도 간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게 했다.

아울러 비대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직장갑질 유형도 확인됐다. ‘화상회의 시 외모·복장·태도 지적’(12.2%) 및 ‘화상회의 시 성희롱’(2.0%) 등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원격 근무 시대를 맞아 사생활 침해 사례가 속출, ‘테레하라’(telework와 harassment를 합친 말), ‘리모하라’(remote와 harassment 합성어)등의 신조어가 새롭게 등장,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근무방식은 달라졌지만 직장갑질은 여전했고 오히려 화상 회의로 느슨해진 분위기 속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사점을 남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22일 재택·원격근무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 언택트 시대의 부작용

한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8월 중으로 재택·원격근무 활성화를 위한 종합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고용노동부는 재택·원격근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현장의견 수렴을 위해 학계 전문가 및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는 재택·원격근무와 관련해 기존에 논란이 되는 법적 쟁점 이외에 기업 현장에서 제기 가능한 다양한 쟁점들을 발굴하고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재택·원격근무의 도입과 시행에 따라 현장에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기준, 산재예방 및 개인정보와 기업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적 쟁점을 소개했다. 

권 교수는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며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을 전제로 한 노동법령·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주요 기업들의 재택근무 사례를 제시하며 취업규칙 제·개정, 근로시간 관리 및 보안 등 관련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법적 쟁점을 제기했다.

이나경 부산외대 교수는 일본의 텔레워크 가이드라인을 참고사례로 해 앞서 제시된 관련 법적 쟁점에 대한 해석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해 참고할 만한 사항을 소개했다. 텔레워크는 IT 기기를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근무 형태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코로나19에 따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계기로 원격·재택근무가 뉴노멀 근무방식으로 정착되고 있고 이는 일하는 문화 혁신 뿐 아니라 일·생활 균형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재택근무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리자의 인식변화 이외에 근로자 권익보호를 둘러싼 노동법 적용이 중요한 만큼 다양한 법적 쟁점을 검토해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코로나19를 피해 안전하게 집에서 일하는 원격·재택근무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 사이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겪는 스트레스가 없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또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틈틈이 개인적인 일도 할 수 있어 재택근무를 반기는 이들도 많다.

불필요한 회의가 줄면서 업무 효율은 높아졌지만, 근무시간 외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정규 업무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일부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 재택근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추세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그러므로 근무시간, 장소 등 다양하게 변화한 근무 형태에 맞춰 매뉴얼을 만들고 안정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위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더 나아가 근로자들이 재택근무 시 불편한 점이 없는지, 재택근무 중에 고충이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지 물어 근로자들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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