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촌동 수해 우려에도 배수로 매립..결국 두 자녀 아빠 목숨 앗아가
회사 측 “주민 사망 매우 유감..도의적 책임 조사 결과에 따라 보상 결정”
건설명가? 근심 깊은 ‘김형號’, 연이은 악재로 시공능력 ‘TOP5’에도 밀려나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최근 대전 중구 중촌동 일대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대우건설의 책임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부터 지속된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에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대우건설은 배짱 공사로 대전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한 마을에 물난리를 발생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더욱이 이로 인해 수해민 한 명이 사망, 대형 건설사가 주민들의 생명을 무시하고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태다.

특히 대우건설은 경영평가가 악화되면서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TOP 5’에서도 밀리는 수모를 겪은 데 이어 막무가내식 공사 횡포로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는 건설사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면서 김형 사장의 경영 부담도 커지는 형국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뉴시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유등천 인근 저지대 마을인 중구 중촌동 벽화마을 가정집과 상가 등은 지난달 30일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 호우로 주택과 상가 내부에 있던 가전제품, 각종 전자기기들이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3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본 상가도 있었다.

심지어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50대 마을 주민 A씨는 집 마당에 물이 차올라 배수 상태를 확인하던 중 비탈길에서 넘어졌다. 이 사고로 A씨는 머리를 크게 다쳤고,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6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벽화마을 주민들은 이번 수해의 원인으로 대우건설을 지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부터 벽화마을 인근에서 자사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시공 중으로, 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토사가 마을 근처 유등천으로 빠져나가는 배수로를 막아 빗물이 마을로 역류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

더 큰 문제는 대우건설의 태도다. 배수로와 관련해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이미 있었지만, 회사는 나몰라라식 태도로 일관했고 결국 중학생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인명 피해까지 냈다는 지적이다.

앞서 6월부터 이 마을에 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주민들은 중구청에 배수로 확보를 요청했다.

이에 중구청은 대우건설 측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배수 시설물 설치 등 조처를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음에도 대우건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피해보상 역시 지지부진하다는 볼멘 목소리도 들리는 상황. 주민들은 대우건설이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진정서도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해민의)사망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현재 대우건설과 중구청 등이 면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보상 범위를 결정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해를 입은 주민과 상인들의 영업 재개를 위해 생활용품 등은 회사 차원에서 선지원 한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로서 할 수 있는 도의적인 책임은 모두 다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에 쏟아지는 시선은 냉랭하기만 한 실정. 수습보다는 선제적 조치로 예견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까닭이다.

결국 잊을 만 하면 대두됐던 대우건설의 안전불감증 논란이 현장 노동자들을 넘어 급기야 이처럼 죄 없는 주민의 목숨까지 위협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해민 사망의 책임은 더욱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우건설은 건설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시공능력평가에서 2017년 ‘TOP 3’에 들었다가 이후 계속해서 순위가 하락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 ‘2020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지난달 말 발표, 그 결과 대우건설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5위보다 한 계단 떨어진 것.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인 최근 들어 부실경영과 연이은 악재로 ‘건설명가’로서의 자리를 잃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 불거진 중촌동 수해민 사망 책임론은 엎친 데 덮친 격인 셈.

대우건설은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을 기치로 내걸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외적 이미지 때문에 보여주기식 선행을 한다는 오해마저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업체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순위가 하락했다고 해서 원래 해오던 공사를 못하거나 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은)수주실적도 좋고, 신성장동력도 계속 발굴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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