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 ‘쉬는날’ 의미 퇴색에 씁쓸한 현실→국권 회복의 날 기념하며 역사 되짚어보기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서울 광진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가족 모임에서 부모님, 친형 가족과 함께 가족 여름휴가에 대해 논의하던 중 초등학생 5학년 조카 김군에게 불현듯 광복절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올해 광복절과 연계해 8월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광복절 연휴기간도 휴가 일정 후보에 오르자 옆에 있던 조카에게 질문을 하게된 것. 이에 김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쉬는 날”이라고 답했다. 이어 “맨날 이렇게 쉬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웃어 보였고, 김씨도 조카의 대답을 웃어 넘겼지만 속으로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우리 역사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층 사이에서 국경일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고는 느꼈지만, ‘국경일=쉬는 날’이라는 말을 어린 아이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자 불편함이 밀려왔다. 특히 김씨는 국경일이면 꼬박꼬박 태극기를 게양해왔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소 주위에서 조카와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진 어른들도 종종 봐왔던 터라 어른으로서 국경일의 정확한 의미를 새겨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1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대한제국실에서 관람객들이 국내 현존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 특별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빛 광(光), 돌아올 복(復), 시기 절(節). 광복절은 ‘빛이 되돌아온 날’이라는 의미로, 1945년 8월15일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 하에서 벗어나 국권을 다시 찾은 기쁨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는 모양새. 특히 75번째 광복절을 맞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더욱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을 살아갈 수 있게 한 선조들의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은 많은 이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 광복절, 밝은 빛이 되돌아오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인해 일본의 간섭을 받기 시작한 대한 제국은 1910년 국권을 상실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일본 식민지하에서 우리 선조들은 일본식 성과 이름을 갖도록 하는 창씨개명과 부당한 노동을 강요당했으며, 오늘날 인류 최고의 언어로 꼽히는 ‘한글’ 교육도 금지되는 등의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한반도가 일본 지배에 있던 시간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선조들의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는 굳건했다.

독립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는 많은 희생도 뒤따랐지만, 그럴 때마다 선조들의 심장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마침내 1945년 8월15일,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일본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영국·소련 연합국에 항복하며 우리 민족도 해방을 맞았다.

하지만 35년 동안 나라를 잃고 질곡의 시간을 보냈던 탓에 해방 이후에도 혼란은 여전했다. 일본 식민지에서는 벗어났으나 완전한 자력으로 쟁취한 해방이 아니라는 점 때문. 

불안정한 나라 정세 속 미국과 소련 등이 한반도 통치권에 개입, 이 과정에서 열강들이 대립하면서 또 다시 격동의 시기가 이어졌다. 

약 3년간의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가 이뤄진 후 1948년 5월10일 대한민국 1대 총선거가 실시됐다. 한국 최초의 민주적 선거로 기록된 제헌국회 총선은 미군정에 의해 관리·집행된 가운데 국회의원 정수 200명을 선출했고, 같은달 31일 제헌국회가 개원됐다. 

이후 7월12일 대한민국 헌법이 통과돼 17일 공포됐다. 또 20일에는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이 선출됐다. 

특히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난 8월15일이라는 날짜가 유독 의미 있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한 날이기도 한 까닭. 

5·10 총선거를 시작으로 헌법 제정과 초대 대통령 선거, 내각 구성 등을 마친 뒤 그해 8월15일 대한민국 최고의 통치 기구가 세워졌다. 

제74주년 광복절이던 2019년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 국경일=노는 날? “NO”..의미 되짚는 날

이처럼 8월15일 광복절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도, 잊을 수도 없는 날이다. 

광복절이 3·1절,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 등과 함께 5대 국경일로 지정된 것도 그만큼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상당하다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시대상을 담은 영화들도 꾸준히 제작돼 개봉되면서 당시를 겪지 못했던 이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큰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는 우리 역사 중 암울했던 시대였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경일을 ‘빨간날’, 즉 ‘노는 날’로 인식하는 경향도 다분하다. 이를 역사 의식 결여와 같은 문제점으로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의미와 역사를 되짚어보는 날’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안타까운 탄성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75주년을 맞이한 광복절은 15일(토요일)이 주말과 겹쳐 휴일이 줄어든 점을 감안, 정부는 17일(월요일)을 광복절 대체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사흘간의 이른바 ‘황금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번 광복절 대체 공휴일에도 직장인 3명 중 1명은 출근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연휴기간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종합숙박·모바일티켓 플랫폼 여기어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앱 이용자의 72%는 15일부터 이어지는 3일간의 연휴에 국내여행을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여행 목적으로는 58%가 ‘힐링·휴식을 취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또한 제주관광협회 등은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21만3000여명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관광협회는 이 기간 하루 평균 4만3000명 가량의 여행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최근 다시 확산세를 이어가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정한 결과다.

제75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중앙홀에서 열린 ‘인천, 이렇게 투쟁하고 광복을 맞았다’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 <사진=뉴시스>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같은 현재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 여름 휴가철과 뜻하지 않은 광복절 연휴기간으로 여행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모습. 그러나 이를 접하는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쉬는 날이 하루 더 생겨서 재충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한 반면, 중랑구에 사는 B씨는 “국경일이 단순히 노는 날로만 전락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씁쓸해 했다. 

이번 광복절 임시공휴일과 같이 계획에 없던 여가시간이 발생했을 때 개인의 뜻에 따라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두고 누구도 간섭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국경일 지정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는 데 있다. 단순히 노는 날이 하루 더 늘었다는 기쁨에 우리 역사는 잊혀지고 있는 상황. 

과거 국경일이면 집집마다 게양하던 태극기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최근들어 일본 불매운동 등 반(反)일본 정서가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국민들의 애국심이 결집되긴 했지만 이 또한 언제 수그러질지 모르는 현실이다.

역사·국가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한반도와 우리 국권을 되찾기 위해 희생한 많은 이들의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물같이 찾아온 휴일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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