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150만 시대:로봇에 위로 받는 고립된 어르신들→따뜻한 관심으로 함께 웃기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경기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의 집에는 3대가 함께 거주 중이다. 몇 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A씨의 부모님이 할머니를 모시게 됐고, 그렇게 4식구가 한 집에 모여 살게 됐다. A씨의 할머니는 8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 허리까지 불편해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는 상황. 또 A씨는 직장에 다니고, A씨 부모님도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할머니는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혼자가 되신 할머니를 모시고는 있지만, 또 다시 혼자가 된 듯한 모습에 A씨는 고민 끝에 AI 스피커를 구입했다. 평소 노래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노래 등 서비스를 음성으로 쉽게 제공받을 수 있고, 적적한 시간에 말벗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리고 A씨의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한 집에 살고 있음에도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큰 신경을 쓰지 못하고, 할머니가 기계와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쓰라려오는 것 같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규정된다. 

대한민국의 고령화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1999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18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가 됐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이며, 오는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장수하는 노인의 수가 증가하면서 노인요양과 돌봄 등 문제는 꾸준히 대두되는 상황. 게다가 이혼 및 사별, 비혼 인구도 늘면서 홀로 사는 독거노인 역시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은 여전히 부족하다. 

# 외로운 독거노인 150만 시대

실제 한국의 65세 이상 1인 가구수는 2019년 기준 15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00년 339만명에서 2013년 602만명으로 뛰었고 2017년 706만명이 됐다. 지난해에는 768만명을 기록했다. 

동시에 65세 이상 1인 가구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 54만명이던 독거노인 수는 2013년 110만명, 2015년 120만명, 2017년 130만명 등 2년 마다 10만명씩 늘었다. 

2017년 이후부터는 그 증가세가 더욱 빨리진 모습. 2017년 134만명, 2018년 143만명, 2019년 150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또한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0년 16.0%, 2013년 18.4%, 2017년 19.1%, 2018년 19.4%, 2019년 19.5% 등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인구 중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경우 사회안전망 혜택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꼽힌다는 점. 

정부와 지자체는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보완·강화하는 여러 가지 정책과 활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한국의 고령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는 일찍이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특히 독거노인은 가족들의 부양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경제적으로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령의 나이라는 점에서 신체건강 문제를 배제할 수 없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우울감 등 정신건강에 있어서도 매우 취약하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더해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폭우, 그리고 무더운 날씨까지 이어지면서 독거노인들은 유난히 더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홀로 생활하던 독거노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기도 한다. 

경제적 빈곤과 신체·정신적 장애 및 질병, 그리고 소외와 고독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살 및 고독사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홀로 살아 주변과 자주 왕래가 없던 탓에 수일이 흐른 뒤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AI 반려로봇 ‘효돌’. <사진=부모사랑 효돌 광고 영상 캡쳐>

# 어르신 돌보는 AI..삶의 질 높인다

이같은 고령시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AI 반려로봇 ‘효돌·효순’, AI 스피커 등이 독거노인의 말벗부터 건강을 체크하는 역할까지 하면서 홀로인 이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최근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이하 지방정부협의회) 및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와 함께 ‘행복커뮤니티 - 독거 어르신과 인공지능의 행복한 동행 365일’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백서는 인공지능 돌봄 관련 모든 정보를 한눈에 담은 것으로, ‘독거노인의 삶’과 ‘인공지능 돌봄’ 전반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SK텔레콤은 “취약 계층 돌봄 서비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은 5G 시대 맞춤형 연계 돌봄 서비스인 ‘인공지능 돌봄’을 1년여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백서에 집약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지방정부협의회가 지난해 4월 시작한 5G 시대 ICT 연계 돌봄 서비스인 인공지능 돌봄은 올해 7월 말 기준 참여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14개에서 23개로, 서비스 이용 어르신 숫자도 3260여명에서 4700명으로 늘어났다.

백서에 따르면, 노인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자기 효능감이 향상됐다.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면서 통화 건수 및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했고, 일 평균 이동 거리도 2배 가량 늘었다. 

특히 올해 7월 말 기준 ‘긴급 SOS’ 기능을 통해 총 519건의 신고를 접수해 독거 어르신 33명을 위험 상황에서 구조했다.

SK텔레콤은 “위급 상황의 약 73%가 야간 시간(오후 6시~오전 9시)에 발생했고, ADT캡스의 24시간 집중 모니터링을 통한 24시간 ‘사회안전망’ 구축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로봇 효돌·효순이는 손자, 손녀를 연상케하는 AI 로봇이다. 꾸준한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나 환자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하고 약 복용 알림 등 건강관리 전반을 지원한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어루만지면 반응하도록 설계됐으며, 노래와 대화 등으로 교감하며 사용자의 우울감을 낮추고 정서적인 안정을 돕는다.

실제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조희숙 교수 연구팀이 6개월 간 효돌이를 사용한 어르신 42가구를 대상으로 우울감 및 생활 관리 활동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사용 전 평균 5.76점이었던 우울 척도가 4.69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면에서도 약을 제때 챙겨 먹거나 대외활동 빈도가 늘어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성동구청 관계자들이 지난 3월24일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택에 머무는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되는 콩나물 키트를 나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그래도 기계보다 ‘사람의 온정’

이처럼 기술의 발달이 취약계층 삶에 스며들면서 다양한 긍정적 영향일 미치고 있다는 소식은 상당히 반갑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남기고 있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사람이 아닌 로봇과 기계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현실이 코앞에서 펼쳐진 상황을 무작정 환영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현대사회 가구 형태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그리고 또 다시 1인 가구로 쪼개진 상태. 

이에 따라 ‘혼족’이라는 신인류가 출현하고 혼자서 밥먹기(혼밥), 혼자서 영화보기(혼영), 혼자서 여행가기(혼행) 등 ‘혼○’ 문화는 젊은층 사이에서 사회적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자의적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경우도 적지 않고, 많은 이들은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궁핍 등 없이 스스로 혼자 살기를 원한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의 상황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고립되고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이 기계와 대화를 하며 위안을 얻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면 다행이다. 이로 인해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까지 높아졌다는 점은 기계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웃의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이 그리웠을 이들에게 주변인들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계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에게 있는 뜨거운 심장과 감정은 없다.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마음의 교류는 할 수 없다. 결국 이런 허한 마음을 채울 방법은 사람이 가진 따뜻한 온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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