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판매 방송서 ‘여성 외모’ 중요성 강조..방심위, 행정지도 결정
내부 직원 성추문 사건으로 수개월째 ‘시끌’, 경영진 책임론도 급부상
깊게 뿌리내린 잘못된 성 의식이 문제?..회사 측 “자정 노력 강화할 것”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홈앤쇼핑의 ‘일그러진 성 관념’이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홈앤쇼핑이 화장품 판매 방송 중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등 발언으로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으면서다.

그동안 홈앤쇼핑 내부에서 불륜, 성추행, 그리고 사망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가운데 이처럼 깊게 뿌리내린 성 고정관념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실정.

특히 홈앤쇼핑의 각종 성추문과 관련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영진 책임을 묻겠다는 목소리가 일부 시민단체에서 새어나온 만큼, 지난 6월부터 회사를 이끌어 온 김옥찬 대표에게 정치권의 십자포화도 예고된 분위기다.

김옥찬 홈앤쇼핑 대표

◆방심위 제재에 경찰 수사까지..잘못된 ‘성’ 관념 뭇매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광고심의소위원회는 지난 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홈앤쇼핑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홈앤쇼핑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미백·주름 기능성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여성의 주름과 같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이를 감추기 위한 여성의 관리 필요성을 당연시하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했다는 이유다.

홈앤쇼핑은 지난 6월14일 홈쇼핑 방송 중 “민낯으로 방송을 어떻게 해요. 친구도 안 만나러 가는데” “이게 진짜 맨얼굴이었으면 창피해서 민망해서 다음에 약속. 다음에 마시자” 등 내용 발언을 가감 없이 내보냈다.

이에 대해 광고심의소위원회는 “외모를 여성에 대한 주요한 평가 척도로 전제하고, 노화로 인한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관리 부족으로 평가하는 등 여성을 부정적 혐오적으로 묘사하거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관련 심의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상품판매방송 사업자의 인식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권고’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로, 심의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광고심의소위원회가 최종 의결한다. 다만 해당 방송사에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홈앤쇼핑에 내려진 권고 조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홈앤쇼핑은 지난해 방심위로부터 총 7건(경고 1건·주의 6건)의 제재를 받아 ‘제재 1위 홈쇼핑’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바 있기 때문.

이 같은 방송평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TV홈쇼핑 재승인 심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홈앤쇼핑의 재승인 유효기간은 2021년 6월23일까지로 당장 내년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는 가운데 그동안 홈앤쇼핑 안팎에서 각종 논란들이 끊이질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재승인 탈락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뿐만 이번 방송 멘트 논란은 홈앤쇼핑 내부에 잘못된 성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

앞서 홈앤쇼핑 직원이 성추문에 휘말리는 등 회사 내부는 성 관련 문제로 수개월째 시끄러운 상태다.

이른바 ‘홈앤쇼핑 스캔들’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직원 간 성추행, 협력업체 갑질 등 내용이 골자다.

홈앤쇼핑 콜센터 책임자였던 팀장 A씨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미혼 여직원인 B씨를 수년간 성추행했고,  A씨는 B씨의 쌍둥이 동생을 협력업체 W사에 위장취업시켜 B씨가 6개월 간 대신해 월급을 챙길 수 있게 했다. B씨는 빚 때문에 돈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게된 C씨는 언니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C씨는 지난해 연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포경찰서에서 이 사건에 대해 수개월째 수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수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또한 A씨는 지난해 내연관계로 알려진 동료 여직원 D씨와 서울 상암동 콜센터 사무실에서 성관계를 갖다가 동료직원들에게 들키는 사건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곧바로 홈앤쇼핑 감사실에 제보됐고, 이후 A씨는 퇴사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잇따랐다.

6월24일 서울 마곡 서울보타닉파크에서 열린 홈앤쇼핑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 추문이 발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조치했느냐”, “콜센터 비리가 자살 사건으로 이어졌다. 왜 이리 지저분한 일이 벌어지냐” 등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렴 다짐한 김옥찬, 21대 국회 국감서 신고식 치르나?

이런 가운데 홈앤쇼핑은 최근 청렴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준법·윤리경영과 함께 부패방지경영에 실천하기 위해 경영환경 구축에 나섰다.

그동안 성추문과 각종 비리로 얼룩지며 바람 잘 날 없었던 홈앤쇼핑이 이미지 탈바꿈을 시도한 것.

이는 6월 취임 이후 윤리적이고 청렴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김 대표의 목표와 궤를 같이 한다.

김 대표는 “하반기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기 위한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도입해 내부 준법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전 임직원의 노력을 통해 홈앤쇼핑이 고객과 협력사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21대 국회에서 홈앤쇼핑에 대한 대대적인 국정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 여성시민단체에서는 홈앤쇼핑에서 발생한 성추행 등 성추문과 관련해 사건 당사자와 경영진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전언이다.

현재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분 32.93%로 최대주주다. 주요 주주 구성은 농협경제지주(19.94%), 중소기업유통센터(14.96%), 중소기업은행(9.97%) 등이다.

김 대표는 중기중앙회가 추천한 인물로 ‘낙하산 인사’, ‘밀실 인사’ 등 의혹에 휩싸인 인물. 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KB금융지주 사장 출신의 ‘재무통’으로, 유통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잡음들 속에서도 결국 홈앤쇼핑 수장에 오른 김 대표가 취임 반 년도 채 안돼 정치권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홈앤쇼핑 관계자는 이번 방심위 제재와 관련 <공공뉴스>에 “(문제가 된 방송은)김 대표가 취임하기 전 방송”이라며 “대표 취임 이후 방송 관련 심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추문 등 각종 잡음에 대해서는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자정작용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홈앤쇼핑 안팎에서 발생하는 논란들을)줄여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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