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서 60대 하청 노동자 사망..노동시민단체 비판 목소리 ↑
故김용균씨 사고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재판 앞둬..최악의 임기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장비 운반 작업을 하던 화물차 운전기사가 기계에 깔려 숨지면서 서부발전의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재점화 된 상황. 

특히 서부발전을 이끄는 김병숙 사장은 김용균씨 사건 이후 발전소 안전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태. 4차 산업 기술을 통해 안전한 발전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지만, 어김없이 불행한 사망사고가 터지면서 이 목표도 헛구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노동계는 김용균씨 죽음 이후 제시한 개선책을 서부발전이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김 사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형국.

김 사장은 김용균씨 사망과 관련해 사법부의 재판까지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년 3월 임기를 맞이하는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 <사진=뉴시스>

11일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10일) 오전 9시45분께 태안군 원분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A씨(65)가 컨베이어스크루 장비에 하체가 깔려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는 A씨를 태안군 의료으로 이송해 응급조치를 한 뒤 닥터헬기로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A씨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와 일일 고용 계약을 맺고 이날 스크류 기계 5대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2톤 가량의 스크류 1대가 화물차에서 떨어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있던 근로자와 현장 관리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수사 결과 과실이나 관리·감독 소홀이 드러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태안화력발전소는 2018년 12월 김용균씨(당시 25세)가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사망한 곳이다. 

이로 인해 죽음의 외주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고,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현장의 안전 규제를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사고가 발생한 산업현장에서 재차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시민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복합한 고용구조와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사장은 지난해 발전소의 위험요소 개선을 위해 203억원의 긴급 안전관리 예산을 투자했고, 올해 이 예산을 지난해보다 늘려 집행하고 있지만 노동자 안전사고는 또 발생해 체면을 구기게 됐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화물노동자는 낮은 운임 때문에 운송을 통해 소득을 달성해야 한다. 또 특수고용노동자 신분 때문에 노동과정 곳곳에 존재하는 위험을 대비하는 일도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도 개인이 전가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화물을 상차하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다시 하차하는 모든 노동과정에서 안전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는 현실은 당연하다”라며 “원청인 태안화력이 책임지고 이번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도 성명을 통해 “컨베이어벨트로 몸을 집어넣어야했던 작업구조가 김용균을 죽인것처럼, 어떤 안전장비 없이 스크류를 혼자서 결박해야 하는 작업 구조가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균 재단은 “서부발전은 2톤의 스크류를 겹쳐서 쌓으면서 별다른 안전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스크류가 떨어질 위험, 여러 개를 겹쳐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길 문제 등을 점검해 조치를 취할 의무는 서부발전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12월10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열린 故 김용균 씨 사망 1주기 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12월10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열린 故 김용균 씨 사망 1주기 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또한 “죽음이 반복되는 서부발전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면서 “고 김용균의 죽음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하기 위한 합의사항을 지켜지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가 유지되는 한, 왜곡된 고용구조가 유지되는 한, 작업자의 과실로 몰아가는 한 지금같은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용균 재단은 서부발전에 김용균씨 사망 이후 제시된 개선책과 약속을 지금 당장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 노동시민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검찰은 김용균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김 사장을 포함한 하청업체 대표 14명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김용균재단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김 사장을 비롯해 원·하청업체 책임자 및 유관자 18명을 고발했고, 경찰은 김 사장을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이 이 판단을 뒤집은 것. 

검찰은 해당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넘겼으며, 서산지원은 현재 형사 1단독부에서 사건을 배정하고 재판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 넘겨진 김 사장 등은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위험의 외주화 논란에 다시 불씨를 붙인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2021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사장은 최악의 임기 말을 보내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사측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당시 사고 현장에는 태안화력발전소 감독관과 (서부발전이 사업 발주를 준)협력업체 현장 대리인도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화물차 운전기사는 서부발전의 협력업체와 화물 운송계약을 맺었고, 운전기사 혼자 트럭에 올려진 스크류를 결박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면서 “작업을 하는 인력은 해당 운전기사가 결정하는 것이며 서부발전이나 협력업체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우리 현장(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사후 조치를 하고 있다”라며 “현재 고인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유족 측과 보상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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