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 지난달 롯데지주 대표 선임..‘신동빈의 뉴롯데’ 실현 위한 핵심 인물
롯데월드·하이마트 대표 시절 논란 재조명, 위기 돌파구 카드 vs 자충수 전락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의 뒤를 이어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사장이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신동빈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사장은 향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할 ‘뉴롯데’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지만, 그러나 ‘갑질 기업인’이라는 꼬리표도 달고 있어 그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냉랭한 실정.

이 사장을 롯데지주 수장에 앉힌 것을 두고 신 회장이 제 사람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미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으며 대중들에게 ‘롯데=갑질 기업’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힌 상황. 롯데는 인사를 단행하며 혁신(革新)을 강조했지만, 결국 수구(守舊) 행보로 기업 가치만 깎아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사진=뉴시스, 롯데그룹>

롯데지주는 지난 8월1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로 이 사장을 선임했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송용덕 부회장-이동우 사장’의 수직 리더십 체제가 구축됐다. 

황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1960년인 이 사장은 건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롯데백화점에서 경영지원, 영업 MD 등을 두루 거친 ‘정통 롯데맨’인 그는 2012년 롯데월드 대표에 올랐고, 2015년에는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선임됐다. 

롯데지주는 임원 인사와 관련해 “코로나19가 길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혁신과 변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이 사장이 오랜 경험과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그룹의 혁신과 위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또한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 이 사장이 공격적인 리더십으로 그룹 체질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이 사장은 위기에 강한 ‘유통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가 이끌었던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됐으며, 2017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이 같은 실적 승부수는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으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롯데하이마트의 성적도 좋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1조1157억원을, 영업이익은 51.1% 뛴 6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중(코로나19) 등 대내외 악재 속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호실적이다. 

이 사장이 이번 롯데지주 대표에 선임된 것이 충분히 납득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실적은 올해 1분기보다 급여, 복리후생비 등을 크게 줄인 결과. 즉, 공격적 영업을 통한 성장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표가 그룹 양대 축 하나인 유통분야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한 롯데의 구원투수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한편으로는 무색해지는 대목. 

뿐만 아니라 이 사장은 과거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큰 공분을 샀던 인물이다. 때문에 이 사장의 지주 대표 선임을 두고 의구심이 가득한 시선도 있었다.  

2012년 롯데월드 대표 재직 시절 20년 넘게 회사에 근무한 조리사에게 흰머리를 검게 염색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 직원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회사를 그만두라는 식의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2017년 세간에 알려져 뭇매를 맞았다. 

그는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갑질 기업인’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당시 이 사장은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압박을 느끼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사표를 반려했고, 2018년 12월 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도 유임됐다. 

한편, 이 사장은 지주 대표로서, 신 회장의 새 오른팔로서 ‘신동빈의 뉴롯데’를 실현시킬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갑질, 폭언 등 구설수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 회장이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는 일본기업 이미지에 따른 불매운동에 휘청였고, 갑질 논란 등 각종 구설수도 끊이질 않으면서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수년간 각종 악재를 겪으며 롯데 계열사 실적이 빠르게 무너지는 가운데 신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진들에게 혁신을 강조하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갑질 논란 전력이 있는 인물을 지주 대표로 두고 있다는 점은 이와 배치되는 모습. 이미지 쇄신은 커녕 오히려 물의를 일으킨 이 사장을 앞세워 기업 가치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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