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석:비대면 명절 분위기 속 추캉스 눈살→사회 안전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줄 때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여성 A씨는 추석 연휴 첫째날인 30일 고향인 부산에 가는 기차표 예매에 성공했지만,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까지도 고민 중이다. 아무리 기차 밀집도를 줄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취한다 해도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 것. 뿐만 아니라 지방이 고향인 직장 동료들 역시 올해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하니 A씨도 연휴기간 동안 집에서 쉬어야 하나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A씨는 바쁜 직장생활과 먼 거리 탓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향에 내려가는 날이 1년에 고작 설날과 추석 두 번 뿐. 집밥을 먹으면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고향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명절만을 기다려왔지만 아무래도 올해는 코로나 유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올해 추석은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사태 때문이다.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비대면 쇼핑으로 추석 준비에 나선 이들도 증가했다. 또 온라인 성묘에 나서는 등 코로나19는 추석 명절 분위기를 크게 변화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연휴를 틈타 가족여행 등에 나서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코로나로 바뀐 新 추석 풍속도

올 추석 귀향계획이 최근 3년 이래 최저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방문을 자제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 

이 외에도 포스트 코로나 첫 추석, 달라진 한가위 풍경이 도처에서 확인됐다.

29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알바콜과 공동으로 이달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성인남녀 1313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계획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올 추석 고향에 방문하겠다고 ‘귀향계획’(기혼인 경우 양가 방문 포함)을 세운 응답자는 40.1%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추석 귀향계획 조사결과를 비교하면 2019년 44.9%, 2018년 46.7%로 근래 가장 낮은 귀향계획이다.

나머지 59.9%는 귀향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단연 ▲‘코로나로 귀향 취소’(50.0%)가 과반을 차지해 현 시국을 반영했다. 추석연휴 대면방문 자제를 위해 고향에도 안 간다는 것.

이 외 ▲‘원서접수 기간이라서’(12.4%) ▲‘우리 집으로 모임’(7.8%) ▲‘가족잔소리, 스트레스가 예상되서’(7.3%) ▲‘만나러 갈 친지가 없음’(돌아가신 경우 포함, 5.9%) ▲‘지출 비용이 클 것으로 보여서’(3.9%) ▲‘온라인 안부인사 및 용돈송금 등으로 대체’(3.4%) 등 고향에 가지 않는 여러 이유들이 확인됐다.

귀향하겠단 참여자들의 목적지는 ▲‘경기도’(17.4%)와 ▲‘서울특별시’(12.3%) 등 수도권이 전체의 삼분의 일에 달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경상남도’(8.4%) ▲‘경상북도’(8.0%) ▲‘부산광역시’(7.8%) ▲‘충청남도’(6.7%) ▲‘전라북도’(6.0%) ▲‘충청북도·전라남도’(각 5.1%) ▲‘강원도’(4.8%)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또한 올 추석 귀향 및 친지방문, 성묘 등을 제외한 그 외 연휴 계획에 대해 청취한 결과 ▲‘실내휴식·집캉스’(45.2%)가 1위에 올랐고, 이어서 ▲‘구직준비’(24.2%)가 2위에 꼽혔다.

이밖에 ▲‘국내여행_근교 나들이’(7.8%) ▲‘출근·근무’(7.4%) ▲‘아르바이트’(4.3%) ▲‘국내여행_호캉스,캠핑’(4.0%) ▲‘쇼핑’(3.6%) 등의 연휴 계획이 확인됐다.

아울러 올해 추석 명절 선물 역시 비대면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석선물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는 이달 25일 하루간 진행됐으며, 성인남녀 534명이 참여했다.

응답자 중 57.5%는 ‘추석선물 준비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선물 대상(복수선택)으로는 ’(양가)부모님’이 40.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친척’(12.7%) ▲‘지인’(12.1%) ▲‘형제 자매’(10.6%) ▲‘배우자 연인’(8.5%) ▲‘자녀’(4.2%) ▲‘(양가)조부모’(3.3%)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계획중인 선물로는 ‘건강식품’(35.4%) 및 ‘용돈’(35.2%)이 가장 많이 득표했다. 3위는 ‘식자재’(18.8%)가 꼽혔다.

특히 올 추석 선물 전달 방식으로는 ‘대면, 직접 전달’이 53.0%로 과반을 이뤘다. 나머지 47.0%는 ’비대면 전달’을 선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달라진 추석 풍경이 옅보이는 대목.

비대면 전달방식으로는 ▲’택배, 온라인 송금’(35.3%) ▲’모바일상품권’(6.3%) ▲’SNS선물하기’(5.2%) ▲’기타’(0.3%) 등 순이었다. 

올 추석 지출계획으로는 명절선물에 평균 26만1000원, 외식, 식사비 16만9000원, 귀향하는 경우 평균 12만9000원 등 총 55만9000원 가량의 경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석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정부 이동 자제 권고에도 ‘추캉스’ 여전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그리고 최근에는 1인 가구 시대로 가정의 형태가 변화되면서 명절을 제외하고 특별히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게 쉽지 않은 가운데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과 ‘귀포족’(귀성을 포기한 사람)이 더욱 늘어난 상황.

비대면 명절 분위기 속 건강을 우려한 부모들은 자녀들의 고향 방문을 만류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타지에서 쓸쓸히 홀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도 많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올해 추석 연휴기간 어김없이 가족모임과 여행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돼 방역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가족, 친척들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추석 명절이 이제는 간소화되거나 다른 방법으로 연휴를 보내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가정에서 안전하게 휴식을 취해 달라”는 정부의 당부 목소리에도 눈치를 보며 ‘추캉스’(추석과 바캉스의 합성어)를 떠나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개인들로 인해 제주도 등 일부 관광지는 벌써부터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실제 제주도에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 3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름을 앓고 있는 관광업계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방역이 고삐를 죄고 있는 당국이나 제주도민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제주도는 이달 26일부터 내달 4일까지를 특별방역 집중관리기간으로 설정했으며, 원희룡 제주지사는 마스크 착용 등을 당부하며 관광객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추캉스 관광이 시작되자 제주 공항을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정부도 이동 자제 권고를 내린 와중에 추캉스를 떠난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열차에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열차에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회 안전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서 명절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수확한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 친지들은 간만의 회포를 푼다. 

그러나 올해는 추석 명절에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포기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코로나 위기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간만에 가족과 만나 여행을 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엄두도 못 냈던 여러 활동을 연휴 기간을 활용해 실행하는 것을 두고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지금 현재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의 부주의와 무책임, ‘나는 괜찮다’는 그릇된 이기주의가 감염병 재유행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다시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추석’. 국가와 대다수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로 내 가족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한층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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