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가 전면 금지된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가 경찰 봉쇄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경찰이 지난 3일 개천절 집회에 이어 오는 9일 한글날 집회에서도 ‘차벽’ 설치를 예고한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일부 보수단체들이 한글날인 9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 신고된 모든 집회에 대해 금지를 통고했다.

앞서 8·15 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8·15비대위)는 지난 5일 한글날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각 1000명 규모의 집회 2건을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금지 통고를 한 것.

이에 맞서 8·15비대위는 7일 서울행정법원에 7일 한글날 집회 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특히 경찰은 한글날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 개천절 때와 같이 필요시 경찰 차벽을 설치하는 등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천절인 3일 경찰은 보수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신고하자 경찰 버스 300대를 동원해 바리케이트와 차벽을 만드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경찰 차벽 설치를 두고 과잉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 정부와 경찰은 코로나19 위기 속 시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지만,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차벽 설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과잉대응 논리를 펴는 이들은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집회 당시 서울 광장을 막은 차벽과 관련해 2011년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린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김준철 서울경찰청 경비국장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광화문 집회 참석자의 코로나19 양성률이 일반 시민의 90배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면서 “대규모 집회에서 감염 확산 위험이 더 큰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차벽 설치 위헌 논란과 관련해 “차벽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고 비례의 원칙에 벗어난 차벽이 위헌이라는 판례였다”라며 “비례의 원칙을 지키면 차벽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청 내부 지침에 차벽을 집회 현장에서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지침에도 경찰 통제선, 경찰 인력만으로 집회 시위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경우 차벽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대법원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설치한 차벽에 대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자료=리얼미터>

이런 가운데 국민 10명 중 절반 이상은 한글날 차벽 설치 등 경찰의 도심 집회 원천 차단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내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6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한글날 도심 집회 원천 차단 방침에 대한 의견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 19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는 응답이 56.4%로 집계됐다.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 조치다’는 응답은 40.6%였고, ‘잘 모름’은 2.9%로 조사됐다. 

한글날 도심 집회 원천 차단 방침에 대해 권역별로 광주·전라(불가피한 조치 81.0% vs 과잉 조치 16.6%)와 경기·인천(59.6% vs 36.2%), 대전·세종·충청(59.0% vs 39.5%)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부산·울산·경남(44.6% vs 55.4%)에서는 ‘과잉 조치’라는 응답이 많아 대비됐다.

대구·경북(49.0% vs 42.9%)과 서울(48.4% vs 50.4%)에서는 두 응답이 팽팽하게 갈렸다.

연령대별로는 40대(불가피 67.2% vs 과잉 30.8%)와 60대(60.6% vs 37.8%), 50대(55.0% vs 40.6%), 30대(54.9% vs 45.1%)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응답이 많았다.

20대(51.4% vs 48.6%)와 70세 이상(46.7% vs 41.7%)에서도 두 응답이 비등하게 집계됐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는(불가피 88.8% vs 과잉 9.8%) ‘불가피한 조치’라는 응답이 많지만, 보수층에서는(34.4% vs 62.8%) ‘과잉 조치’ 응답이 많아 대비됐다. 중도층(48.8% vs 48.6%)은 찬반 양론이 비슷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6일 하루 전국 만18세 이상 8142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응답률 6.1%)했다. 무선(80%)·유선(2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4명으로 집계돼 일주일 만에 다시 세 자릿 수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 이후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한글날 대규모 집회 예고는 감염 확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 

국민의 생명권 못지 않게 집회의 자유도 침해할 수 없는 중요한 권리인 만큼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