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산법인 동원해 300억 수수료 몰아줬다가 공정위 덜미

정환일 창신그룹 회장 <사진=창신INC 홈페이지 캡쳐, 공공뉴스DB>

[공공뉴스=정진영 기자] 나이키 신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인 창신INC가 해외생산법인을 동원해 그룹 총수인 정환일 회장 자녀 회사를 부당지원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창신INC의 지시 하에 해외생산법인들이 정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흥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85억원을 부과하고, 교사자인 창신INC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창신INC는 창신그룹 본사로서, 2016~2018년 연평균 매출액이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신발 제조업 부문 2위 사업자다.

나이키로부터 OEM 방식으로 신발제조를 위탁받아 자신의 해외생산법인 3개사를 통해 신발을 생산, 나이키에 납품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결과, 창신INC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3년 5월 해외생산법인들에게 서흥에게 지급하는 신발 자재 구매대행 수수료율 인상을 지시했다.

이에 해외생산법인들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7%포인트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해 서흥에게 총 4588만달러(약 534억원)의 구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했다. 

같은 기간 서흥에게는 구매대행 관련해 수행하는 역할의 변화나 추가적인 비용 투입 등 수수료를 인상해 받을 사유가 되는 어떠한 사정변경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생산법인들은 완전자본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같은 수준의 구매대행 업무에 대한 대가로 약 3년에 걸쳐 기존의 수수료에 비해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수수료를 서흥에게 지급했다. 

해외생산법인들은 그룹 본사인 창신INC의 지시사항이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고 수수료율 인상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는 서흥이 이 기간 받은 수수료가 정상가격 대비 2628만달러(305억원)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서흥에게 지급된 구매대행 수수료(4588만달러)는 정상가격(1960만달러) 대비 2.3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지원금액 2628만달러(305억원)는 같은 기간 서흥 영업이익(687억원)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흥은 이 같은 본사 지원행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 2015년 4월 창신INC 주식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창신INC는 2018년 서흥과의 합병을 검토했는데,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창신INC 최대주주는 정 회장에서 그 아들이자 서흥 최대주주인 정동흔씨로 바뀌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는 편법증여 논란 등을 우려해 이를 포기했다. 

공정위는 “이번 부당지원 건만 놓고 볼 때, 그룹 본사의 기획·지시 하에 해외계열사를 동원해 회장 자녀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를 찾아 지원행위에 동원된 해외계열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서 엄중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통해 향후 기업집단들의 해외계열사를 동원한 부당지원행위의 예방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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