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야권 “대놓고 유가족 무시..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닌 편지”
靑 “외교 친서도 타이핑, 이해 안 된다”..온라인 상에서도 의견 충돌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 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가족에게 보낸 답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아들이 보낸 손편지에 대해 최근 답장을 전달한 가운데 유족 측은 원론적 내용과 ‘타이핑 편지’를 문제 삼으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야권에서도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 

온라인 상에서도 문 대통령의 답장에 “성의 없다”는 의견과 “과한 트집”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 피격으로 사망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한 동생의 아들에게 문 대통령이 보낸 답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 피격으로 사망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한 동생의 아들에게 문 대통령이 보낸 답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망한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14일 문 대통령이 동생 이씨의 고등학생 아들 이군에게 전달한 답신을 공개했다. 

답신에서 문 대통령은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며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버지 일로 많이 상심하며 걱정하고 있다”면서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또한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 응원하겠다”며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편지를 두고 이래진씨는 “(동생의)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며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내용도 특별한 게 없는 원론적 답변”이라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밝혀왔던 내용이고 추가된 대책은 없었다”라고 허탈함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답신이 문 대통령의 손글씨가 아닌 컴퓨터로 작성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씨는 “문 대통령이 직접 답장을 쓴다고 했지만, 컴퓨터로 타이핑한 편지”라며 “문 대통령 친필 사인도 없이 그냥 인쇄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답신에 국민의힘은 ‘면피성’이라고 지적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구두논평에서 ”6일 대변인이 밝힌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형국”이라며 “심지어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조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면서 “유가족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가”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자신의 SNS에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다”면서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고 꼬집었다. 

누리꾼들도 문 대통령의 편지를 두고 사망 공무원 유가족과 야권의 태도를 옹호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갖가지 반응이 나오는 상태다. 

한편,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서한은 대통령이 먼저 육필로 쓴 뒤 타이핑한다”며 “왜 논란 소재가 돼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메모지에 직접 쓰는 것을 비서진이 담아 타이핑한 뒤 전자서명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외국 정상 발신 친서도 마찬가지로 타이핑해 전자서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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