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병·의원서 사망자 49명 명의로 154회 걸쳐 6033개 처방
수사에도 처벌 ‘전무’..강병원 “건보 수진자 조회시스템 즉각 개편해야”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병·의원에서 사망자 명의를 도용해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류가 최근 2년간 6000여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처벌은 전무해 건강보험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사망자 명의 도용 마약류 처방 세부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2년간 병·의원 등에서 사망자 49명의 명의로 154회에 걸쳐 6033개의 의료용 마약류가 처방됐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사망자 명의를 도용해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알프라졸람(정신안정제)이 총 2973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졸피뎀(수면제) 941개, 클로나제팜(뇌전증치료제) 744개, 페티노정(식욕억제제) 486개, 로라제팜(정신안정제) 319개, 에티졸람(수면유도제) 200개, 펜터민염산염 120개, 디아제팜(항불안제) 117개, 펜디라정(식욕억제제) 105개 등 순이었다.

이 가운데 알프라졸람, 졸피뎀, 클로나제팜, 로라제팜, 에티졸람, 디아제팜 등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인체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며 오·남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 약물이다. 때문에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판단하에 적정량을 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약물들은 강력범죄에 악용돼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사망자 명의를 도용해 처방받은 154건에 대해 관계기관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처벌을 받은 경우는 전무하다는 점.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17번 처방자는 2018년 11월10일부터 지난해 11월21일까지 1년간 의원을 옮겨 다니며 사망자 명의로 30번에 걸쳐 3128개에 달하는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치료 목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양이 처방되었음에도 식약처의 제재는 없었다. 

또한 31번 처방자는 2007년 사망한 사람의 명의로 12년이 지난 2019년에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으며, 35번 처방자는 2012년 사망한 사람의 명의로 7년이 지난 2019년에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사망신고 후 3년이 지나 사망자 명의로 마약류 처방을 받은 사람도 3명으로 집계됐고, 4년은 4명, 5년 2명, 6년과 7년은 각 1명, 12년은 1명이었다. 

이처럼 사망신고 후 최대 12년이 지난 사망자의 명의로 진료와 처방이 가능한 근본 원인은 현행 국민건강보험 수진자 조회시스템이 ‘사망자’와 ‘자격상실인’을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의 성명과 주민번호를 제시해도 건보 수진자 시스템에는 사망 여부가 표시되지 않고 자격상실인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사망자 명의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의료법 등에도 진단·처방 시 반드시 본인 확인을 하도록 강제하는 의무 조항은 없다.

강 의원은 “사망신고 후 12년 지난 망자의 이름으로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가능하도록 건강보험 수진자 조회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범죄 등 다른 목적에 악용되었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수진자 조회 시스템에 별도코드를 넣어 사망자, 장기체납자, 이민자 등으로 분류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수진자 조회 시스템을 즉각 개편해 사망자 명의로 이뤄지는 진료와 처방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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