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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따뜻한 흑심의 온도
#외면받는 연탄:문 닫는 공장 속출로 사라지는 겨울 추억→에너지 빈곤층 위한 온정 손길 절실
이승아 기자 (114@00news.co.kr)  2020. 10. 30

[공공뉴스=이승아 기자] # 50대 남성 김씨네 집은 1990년대 초까지 연탄불을 뗐다.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이면 집 뒤편 담벼락 한켠에 불을 떼고 쌓아둔 하얀 연탄들이 가득했다. 어린 시절 김씨와 그의 동생은 연탄을 깨부수며 온 사방을 저지르고 놀았고, 그럴때마다 어머니께서는 큰소리로 화를 내셨다. 김씨의 기억 속 매일 어머니는 밤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며 수시로 연탄불을 확인하셨다. 덕분에 가족들은 뜨끈한 바닥에서 곤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연탄은 때때로 갑작스런 고통을 주기도 했다. 연탄가스가 그것. 아침에 일어나 몽롱한 기분을 느낄때면 어머니는 마당 장독대에서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동치미 국물 한사발을 떠오셨다. 현재의 김씨에게는 연탄을 부수고 놀던 즐거웠던 기억도, 연탄가스에 중독된 끔찍한 기억도 모두 소중한 추억이다. 무엇보다도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였기에 연탄을 떼던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020년 현재에도 연탄으로 난방을 떼는 가구가 아직도 많다. 비영리단체인 연탄은행들과 여러 봉사단체에서는 여러 곳에 연탄을 후원하고 있지만, 그러나 최근 그 도움의 손길마저 많이 줄었다. 

1990년대까지만해도 연탄을 떼는 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스보일러와 기름보일러 등의 보급 속도가 가속화되며 연탄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연탄은 어른 세대에게는 ‘추억’이며, 젊은 세대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옛것’이 됐다.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면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아직까지 연탄난방을 떼는 이웃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 그 시절 추억, 연이은 연탄공장의 폐업

1989년 석탄합리화사업 시행 후 많은 탄광들이 폐업하기 시작했다. 탄광이 폐쇄됨에 따라 시대발전과 함께 산업에너지의 주축도 석탄에서 석유와 전기 등으로 바뀌었다.  

도시가스의 본격적인 도입추진과 더불어 석유에너지 사용량 또한 증가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발전이 된 도시에 사는 가구들은 더 이상 연탄을 떼지 않게 됐다. 

특히 엄청난 아파트 공급으로 도시가스 보급화는 빨라졌고, 주택이나 가옥에 살던 생활방식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나마 남아있던 연탄 생산공장도 최근 몇 년 사이 연이어 문을 닫기 시작했다. 급감하는 연탄 수요로 연탄공장들은 폐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 같은 연탄공장 폐업은 결국 총 연탄공급량을 감소시키고, 이것은 또 연탄공급 값 인상을 불러왔다. 

한국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1980년대 말부터 세계환경보전 운동 확산과 소득증대에 따른 고급에너지 선호경향이 무연탄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탄광의 생산여건이 악화됐다.

또한 채굴조건 등의 악화로 작업능률이 저하되고 경제성이 떨어져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탄산업 관련 법률을 ‘석탄산업법’으로 통합, 체계화했다. 공단으로 하여금 석탄산업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추진한 산업이 ‘비경제탄광 폐광지원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연탄 한 장의 공장도 가격은 639원이다. 비영리단체인 춘천연탄은행에 따르면, 우리가 연탄을 기부할 때 내는 후원금은 연탄 한 장당 600원이다. 

그러나 연탄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에게는 이 조차도 버거운 금액이다. 집마다 소비하는 연탄의 수는 천차만별이겠지만,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수백 장의 연탄이 필요하기 때문. 

소비 위축으로 공장이 폐업하고, 인접한 공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거리에 따라 배달료가 달라지며 연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주요 에너지 빈곤층들이 거주하는 곳은 대부분 공장과 떨어진 외곽이나 높은 고지대에 거주해 배송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자료=한국광해관리공단>

# 에너지 빈곤층 향한 기부 릴레이 ‘훈훈’

이런 가운데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따뜻한 연탄나눔이 올해는 더욱 절실한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난해에 비해 연탄기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우리는 ‘사랑의 연탄 봉사 릴레이’를 통해 연예인, 기업 임직원, 각종 단체 관계자들이 직접 연탄을 나르며 봉사를 하는 것을 봐왔다. 

또한 여러 지역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연탄은행들도 매 겨울마다 연탄기부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나눔 움직임은 실제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주연탄은행은 올해 300세대에 12만장의 연탄 나눔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에서도 에너지 취약가구를 위한 사랑의 연탄나눔 활동을 펼쳤다. 공단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금으로 강원 원주시 우산동의 에너지 취약가구 다섯가구에 연탄 1000장을 전달했다. 

경기도 여주시 소재 여주대학교 총동문회 역시 최근 연탄 1500장을 복지센터에 기탁하는 등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8년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소득구간별 주요 에너지 비중에서 연탄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가정은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 가구다.

이들이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 규모 가운데 연탄 소비 비중은 6.1%로 나타난 반면, 월 6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는 연탄을 단 하나도 소비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기부도 줄어든 가운데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사람들의 선행 활동의 발목을 잡으면서 에너지 빈곤층에게 올해는 더욱 추운 겨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사진=PIXABAY>

# 끊임없는 관심으로 겨울 한파 견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부의 분배 문제는 항상 문제거리다. 자본주의에서 부를 창출해내는 자본은 한정돼있고,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분배하는 것은 이상적인 얘기일뿐이다. 

자본주의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 너무나 급속도로 발전해가는 시대의 흐름과 인구 고령화 문제 등은 우리사회의 약자들에게 가혹한 상황을 안겨주고 있다.  

석유·화학에너지를 넘어 바이오에너지, 수소에너지등 신재생에너지가 이미 화두에 오른 가운데 연탄을 필요로 하는 에너지 빈곤층들은 더욱더 소외되기 쉽상인 것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를 깨닫고 비영리단체들과 봉사단체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주변 이웃을 돌보는 것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 연탄의 역사는 100년이 됐다. 추억의 너머로 사라져가는 풍토속에서도 여전히 주위에 관심을 가지며 베푸는 온정은 모든 사람들이 한겨울 매서운 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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