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 대상 기업으로 수차례 꼽혀..성제개발 흡수합병 후에도 논란 지속
핵심 계열사가 앞서서 일탈? 말로만 ‘윤리경영’..공정위 칼끝 향방 주목
회사 측 “내부거래 문제 없다, 배당도 주주환원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던 ‘커피재벌’ 동서그룹이 정부의 규제 강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많은 내부거래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최근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기업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정치권과 여론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이미 제재 대상 상위 기업으로 수차례 거론됐음에도 개선 없는 내부거래, 고배당 행보에 눈총이 쏟아지는 분위기.

동서그룹은 견고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하에, 특히 창업주인 김재명 명예회장의 차남 김석수 회장이 이끄는 동서식품이 내부거래를 통해 지주사 및 계열사를 끌어주고 있는 형태다.  

그룹 핵심 계열사가 내부거래 논란 중심에 서서 정부 정책을 역주행하고 있는 모습에 향후 정부가 칼끝을 정조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사진=동서식품>

동서그룹은 국내 믹스커피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믹스커피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성장세가 정체된 상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인 ㈜동서의 2019년 매출액은 4418억원억원으로, 전년(4951억원) 대비 줄었고, 영업이익도 287억원에서 257억원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서식품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조5428억원, 영업이익은 20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조5239억원)보다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2095억원에서 줄어든 수치다. 

동서식품의 영업이익은 2017년 2081억원, 2016년 2080억원 등 2000억원을 갓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정체에도 동서는 매년 50%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 중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당 현금배당금은 700원이었고, 배당성향은 2019년 50.4%, 2018년 59.2%, 2017년 56.6% 등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주당 670원의 배당금을 책정, 배당성향은 각 54.7%, 55.9%였다. 

동서는 배당과 관련해 “회사는 법령 및 정관에 의거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배당을 실시해오고 있으며, 향후에도 미래의 성장과 이익의 주주환원을 균형있게 고려해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회사가 배당을 유지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0%에 육박하는 구조 탓이다. 

지난달 5일 기준, 지주사 동서의 최대주주는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으로 총 19.00%의 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은 창업주인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2008년 동서식품 회장에 올랐다. 

이어 김 회장의 형 김상헌 전 동서 고문이 17.59%, 김 전 고문의 장남인 김종희 전무 12.59%, 김 전 고문의 부인 한혜연 여사 3.1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총 67.60%에 달한다. 

동서그룹 오너일가는 그동안 동서를 통해 꾸준히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왔다. 김 회장 등 오너일가는 2016년 450억원, 2017년 468억원, 2018년 472억원, 2019년 470억원 등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특히 이 기간 김 전무의 지분율도 점차 늘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마련 아니냐는 시각으로, 증여세를 확보하기 위해 배당금 형태로 현금을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같은 동서의 배당금은 각 계열사의 내부거래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앞서 동서그룹은 지난해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으로 꼽혔던 자회사 성제개발을 흡수 합병하는 등 내부거래 논란 해소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높은 배당과 함께 동서와 동서식품, 동서물산, 동서유지 등 계열사들 간 내부거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동서식품과 지주사, 각 계열사간 거래에 관심이 집중됐다. 동서식품이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와 계열사들은 동서식품을 통해 매출을 얻고 있는 형태다. 

동서는 지난해 총 매출 중 1323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동서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창출한 매출은 2018년은 1434억원, 2017년 1681억원, 2016년 161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동서식품에서 596억원, 동서유지 461억원, 동서물산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 동서식품의 전체 매출액은 1조5428억원으로 특수관계 기업과 거래 금액은 총 774억원이다.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동서에서 발생한 매출이 76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입비용도 502억원이다. 

동서유지는 지난해 매출 1369억원 중 1348억원이 내부거래액이며, 이 가운데 1056억원은 동서식품과의 거래로 발생했다. 동서물산 역시 매출 750억원 중 749억원은 동서식품과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밖에 미가방 유한회사, 동서음료도 지난해 각각 239억원, 76억원이 동서식품으로부터 나온 매출이다.

동서그룹의 배당과 내부거래, 오너일가 사익편취 의혹 등 잡음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적사항이 고쳐지지 않으면서 개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

이와 관련, 동서 측은 배당은 주주환원 차원, 또 내부거래와 관련해서는 기업비밀 등 이유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동서 관계자는 “배당은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것으로, 오너일가를 챙겨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현재 배당금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거래는) 전혀 문제 없는 사안이다. 또 기업이 특허를 가지고 있고, 영업비밀 등 문제도 있기 때문에 특성상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점도 있다”라며 “향후 공정위 규제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꾸준히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김 회장 등 동서 오너일가는 평소 정도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와 어긋난 행보는 오너일가의 윤리의식 진정성에 의문부호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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