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전문경영인 체제 조기 안착 및 경영실적 안정화가 퇴임 배경”
시민단체 “권 회장 차등배당 통한 승계 실탄 마련”..세무조사·수사 촉구
권재현 상무 중심 향후 후계구도 주목..지속된 꼼수·편법 논란은 ‘부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50년간 반도건설을 이끌어 온 창업자 권홍사 회장이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석연치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조기에 안착했고 경영실적도 안정화됐다는 점이 퇴임 배경이라는 설명이지만, 그러나 권 회장 부자(父子)를 둘러싸고 불거진 ‘편법증여’ 의혹의 불씨는 여전한 까닭. 

권 회장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아들 권재현 상무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옆에 두고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아온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 차등배당을 통한 승계 실탄 마련 의혹에 다시 기름을 부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뉴시스>

◆권홍사 회장 퇴임..전문경영인 체제 책임경영 강화

13일 반도건설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달 9일 진행된 ‘반도건설 50주년 사사 발간 기념 사내행사’에서 퇴임 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사사를 통해 지난 50년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함께 고생해준 임직원 및 관계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새로운 시대에는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조직개편 후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으로 조직이 안착되고 경영실적도 호전되고 있다”면서 “100년 기업, 세계 속의 반도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각 대표가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 각 대표의 역량을 믿고 경영일선에서 퇴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권 회장은 7월 반도홀딩스와 반도건설, 반도종합건설, 반도 등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난 바 있다. 전문경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권 회장의 퇴임과 관련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조기 안착됨에 따라 퇴임 적기로 판단한 것 같다”라며 “이후 각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퇴임 후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재단을 통해 지역 문화사업과 장학사업, 소외계층 돕기 지원사업 등에 나설 계획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권 회장은 1970년부터 50년 동안 반도건설을 이끌었다. 

특히 주택사업 뿐만 아니라 건축, 토목, 해외개발, 국가기반시설공사, 복합건물, 브랜드상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부산·경남지역 넘어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수차례 터져나온 권 회장을 둘러싼 ‘편법’, ‘꼼수’ 지적은 이 같은 명성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실정.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10월30일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반도건설 편법증여 의혹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차등배당 통한 편법증여 의혹, 경영 승계 실탄 마련?

지난달 30일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서울지방국세청 정문 앞에서 ‘반도건설 부자지간(父子之間) 차등배당을 통한 편법증여 의혹 관련 세무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시민단체는 반도건설의 편법증여 의혹 등은 2015년부터 간헐적이지만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수사기관과 국세청 등이 손을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도건설은 2008년 물적 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 반도홀딩스를 설립해 권 회장이 반도홀딩스를 지배하고 홀딩스는 주력회사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을, 또 그 밑으로 여러 개 시행사가 줄지어 서있는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이후 2015년부터 권 회장의 막내아들 권 상무에게 차등배당이라는 명목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꼼수이며 소득세와 증여세 등을 탈루한 의혹이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반도홀딩스는 설립 이후부터 2014년까지 주주배당을 하지 않았다. 당시 반도홀딩스 지분은 권 회장이 93.01%, 동생인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이 6.44%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5년 권 상무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부친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권 상무는 부친과 숙부 지분 가운데 30.06%를 확보했고, 최대주주인 권 회장의 지분은 69.61%로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도홀딩스는 2015년부터 3년간 배당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이 배당 수령을 포기하고 그 대신 아들인 권 상무가 2015년 약 406억원, 2016년 약 140억원, 2017년 약 93억원 등 약 639억원을 챙겼다. 

또한 이와 별개로 반도개발도 권 상무가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시기에 맞춰 2010년 20억원, 2011년 10억원을 배당했다. 

이를 두고 경영권 승계 실탄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 차등배당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지만, 이를 증여의 목적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검·경 등 수사기관도 즉각 수사에 착수해 엄벌해야겠지만, 국세청이 먼저 철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추징금과 벌과금 등을 추징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행법령상 흠결이나 대법원 판례 등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실현하는 법령개정 등을 통해 조세정의와 공정과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반도건설 관계자는 “(차등배당 꼼수를 통한 편법증여 의혹은) 시민단체의 주장일 뿐”이라며 “과거에 이미 세무조사를 받은 사안이며 세금 납부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무조사 시기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반도건설 홈페이지 갈무리

◆‘의혹의 중심’ 권재현 상무, 후계구도 향방 주목

한편, 권 회장 퇴임 이후 반도건설은 한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될 전망이다. 

승계를 둘러싼 편법 의혹이 잊을 만 하면 불거지는 것은 물론, 권 상무가 경영 수업을 받고는 있지만 그 능력에 아직까지는 의문부호가 달리기 때문.

업계에서도 권 상무가 기업을 이끌기에는 아직 경험이나 연륜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퇴임을 두고 정부당국의 화살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권 상무에게로의 경영권 승계 움직임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전문경영인 옆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실무 능력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 권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그러나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편법증여’, ‘꼼수승계’ 의혹에서는 한동안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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