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승계 전통 따라 계열분리..구본준 중심 신규 지주사 설립
신·구 조화형 임원인사로 ‘안정 속 혁신’ 방점, 미래준비 박차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중심의 ‘4세 경영’ 체제가 한층 견고해진다. LG가(家)의 전통인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을 선언한 것. 

이와 함께 ‘안정 속 혁신’에 중점을 둔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구광모호(號) ‘뉴 LG’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LG家 ‘장자승계’ 전통 따라 계열분리..‘구광모 체제’ 구축

27일 LG그룹에 따르면, ㈜LG는 전날(26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중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LG신설지주(가칭)’ 설립하는 분할계획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이들 회사는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 고문이 거느린다. 지난 2018년 고 구본무 회장 별세로 장남인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계열분리는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LG신설지주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된다.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로 구 고문(대표이사)과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를,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각각 내정했다.

또한 김경석, 이지순, 정순원 사외이사 내정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LG 약 0.912, LG신설지주 약 0.088이다. 내년 3월26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치면, 5월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돼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 결의는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더욱 전문화할 수 있는 구조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따른 디지털 경제 확산 등으로 급변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신설 지주회사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각각의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LG는 2018년 구 회장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연료전지, 수처리, LCD 편광판 등 비핵심 사업은 매각 등 축소하는 한편 배터리, 대형 OLED, 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해 왔다. 

이번 분할이 완료되면 3년간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LG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선진형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는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과 경영관리 역량을 전문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안정 속 혁신’ 임원인사..주요 계열 CEO 유임, 젊은피 전진 배치

한편, LG그룹은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을 둔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은 유임하는 대신 124명의 신규 임원을 발탁하는 방식으로 젊은피를 수혈한 ‘신·구 조화’형 인사다.  

부회장단 중 용퇴를 결정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제외, 권영수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3명이 유임됐다. 이로써 부회장단은 3인 체제로 축소됐다. 

LG전자 권봉석·LG디스플레이 정호영·LG이노텍 정철동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는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손보익 실리콘웍스 사장,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사장, 이명관 LG인화원 사장, 이방수 LG CRS팀 사장 등 5명이다. 

신규 CEO에는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신규 사업본부장으로는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과 남철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 전문 등이 선임됐다. 

특히 올해 상무 승진자는 지난해(106명)보다 증가한 124명이다. 이 가운데 45세 이하의 젊은 신규 임원은 24명으로, 변화에 대해 민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시켰다. 

아울러 올해 여성 임원 승진은 역대 최다인 15명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에서는 각각 1명, 2명씩 첫 여성 전무가 배출됐다. 

올해 여성 임원은 전략·마케팅·기술·R&D·생산·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에서 승진함.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해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서 온 고은정 LG유플러스 상무 등 여러 분야 여성인재를 두루 발탁했다. 

이로써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39명에서 51명으로 증가했다.

LG그룹은 “고속 성장하는 미래사업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경륜있는 최고경영진을 유지해 위기 극복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고자 하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 등을 통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질적인 변화와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래 성장를 이끌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