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女 자살:경제 위기에 노동시장 차별 등 사회 약자 전락→정부 관심 속 안전망 구축 필요

[공공뉴스=이승아 기자] # 여행사에 5년간 근무했던 29세 여성 A씨는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여행사에 근무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순간 회사가 문을 닫아 실직자 신세가 됐다. A씨는 코로나 사태가 곧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그간 쌓아온 경력으로 다른 여행사에 취직하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길어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관광·여행서비스업은 줄줄이 폐업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구직사이트에는 구인구직란이 텅 비었고,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도 점점 사라져 갔다. A씨는 당장 생활비가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집에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작은 고깃집을 운영하는 연로하신 부모님은 장사가 안돼 몇 달째 월세까지 밀려있는 상황. 게다가 A씨 남동생은 올해 제대로 된 면접조차 보지 못했다. 연일 쏟아지는 경영난과 취업난 소식. 경력직 취직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현실에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자신과 달리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A씨는 자기 자신만 사회에서 소외된 느낌이 들었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사진=픽사베이>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30대 젊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전체로 따지면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여성 자살률이 화두가 된 이유는 특정 연령대에서 높은 증가폭을 보이고 있기 때문. 바로 80~90년대 태어난 여성들이다. 

또한 지난해 응급실 사후관리사업 참여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2만1545명 중 여성은 1만2899명으로 남성(8646명)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가장 두드러졌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젊은 여성의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뉴스를 통해 이따금씩 전해지는 사건사고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이들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시선 밖에 뒀다. 

이런 와중에도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에 실망감을 표출해 왔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마땅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이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 노동시장에 뿌리 박힌 성차별

경제 상황 악화 속 ‘바늘구멍’이던 취업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나노 구멍’이 됐다. 

세대를 불문하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특히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9월 여성고용동향’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수는 1158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1186만5000명) 대비 28만3000명(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1564만8000명) 대비 10만9000명(0.7%) 줄어든 1553만9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 취업자 수 감소폭은 남성보다 3배 이상 컸다. 일시휴직자 증가폭 역시 남성보다 크게 늘었다. 

또한 여성 실업률은 3.4%로 전년 동월 대비 0.6% 늘었고, 특히 이 가운데 20대 여성의 실업률이 7.6%로 가장 높았다.

현재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8% 더 높은 상황. 하지만 대학졸업 후 여성 취업률은 남성보다 낮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남녀 불평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서 최근 들어 들려오는 ‘최초 여성 임원이 탄생’ 소식은 한국의 여성 고용 현실과 유리천장이 무엇인지 더욱더 깨닫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여파로 실직한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일가정부를 지원하거나 장례식 아르바이트, 길거리에서 전단지 나눠주기,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 배달 등에 지원한다. 

당일알바 혹은 일일알바 라고 불리는 이런 아르바이트들은 오히려 코로나 시국에 일을 하기위해 찾아오는 여성들로 붐비는 추세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비단 코로나19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2019년 기준 정규직 노동자 중 여성의 비율은 38.5%로 10년 전인 2009년(37.7%) 대비 0.8%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 중 여성의 비율은 4.7%포인트 상승한 55.1%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성의 근속년수도 남성에 비해 2.3년 짧은 평균 4.6년이었다.

<사진=국무총리실SNS>

# 2030 여성들이 위험하다

문제는 올 들어 늘어난 20~30대 젊은 여성의 자살률과 이런 고용 불평등이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상반기 여성 자살사망자 수는 19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여성 자살률은 오히려 늘었고, 그 중에서도 20대와 30대 여성의 비율이 전년 대비 각각 25.5%, 9.3% 많아졌다.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증가한 이유로는 악화되는 경제 상황 속 남성에 비해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 그리고 돌봄 부담 누적 등이 꼽힌다. 

이에 정부는 최근 20~30대 여성을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일자리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무총리실은 최근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만화를 게재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여성들이 가혹한 현실에 직면한 상황에서 고작 ‘얼굴 뾰루지’ 때문에 분노한 젊은 여성을 만화 속에 등장시킨 것.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자살률도 높아진 가운데 국무총리실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드러났다며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파장이 확산되자 국무총리실은 해당 만화를 삭제시켰다. 

이와 관련, 여성의당을 성명을 내고 “여성 위기를 여성혐오 콘텐츠로 희화한 국무총리는 즉각 사죄하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2030 여성들에 대한 ‘조용한 학살’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성들을 재난 상황에 취약계층으로 내모는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는 총리는 여성국민에게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로 실직당한 여성들, 고용불안을 겪는 여성들, 집에 머무는 시간증가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등 여성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사진=공공뉴스DB>

# 정부의 관심이 절실한 순간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아직도 곳곳에는 광고 전단지가 많이 붙어있다. 상호명도 밝히지 않고 전화번호도 없이 카카오톡ID만 적어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광고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붙어있다. 대개 ‘일급 20만원 보장’ 등 고수익 문구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젊은 여성들과 10대 학생들은 호기심으로 연락해 ‘뭐하는 곳이냐’고 쉽게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수상한 광고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게 깔려있다.

그리고 수상한 광고를 보고 연락해 원조교제에 빠지는 10대 아이들, 성착취를 당한 대학생 사례, 감금 된 채로 인터넷 영상 방송을 시키는 등 끔찍한 사건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의 앱을 통한 여성 성 착취 문제 역시 대두 됐다. 피해자들은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층들이었다.

점점 낮아지는 혼인률과 1인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 2030 여성들은 살아가야 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한다.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은 젊은 여성들의 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들에게 답을 요구한다

많은 이들은 악화된 경제 상황을 얘기하면서도, 왜 점점 놀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는지 묻는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차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젊은 여성들은 위기의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통해 안전망을 마련하고, 단순히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불평등과 절망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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