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포항공장서 식자재 납품업자 엘리베이터에 몸 일부 끼어 사망
평소 고장 잦았지만 사측 ‘묵묵부답’..“회사 연락도 없어” 유족 울분
사고 발생날 시무식..장세욱 부회장, 사망 언급 無 리더십만 강조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동국제강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에 식자재 납품을 하던 50대 남성이 최근 식자재를 옮기던 중 화물 엘리베이터에 몸 일부가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

특히 유족 측은 사고 엘리베이터에 대해 평소 고장이 잦았으며 고인도 불안감을 호소해왔다고 주장, 결국 동국제강 측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진=동국제강>

◆“잦은 고장” 지적 무시..결국 50대 가장 안타까운 사망

7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7시께 포항시 남구 대송면 동국제강 구내식당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식자재 납품업자 A(57)씨가 엘리베이터에 끼여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오전 1시30분께 포항공장 1층 화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 구내식당으로 식자재를 올려 보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 식자재를 빼낼 수 없게 되자 A씨가 직접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기계실로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고 엘리베이터가 평소에도 고장이 잦았다는 점. 경찰은 A씨의 동료 및 주변 사람들의 이 같은 증언을 토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화물엘리베이터에서 이전에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고장 민원이 잦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동국제강은 2018년 8월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글로벌 인증기관인 영국표준협회(BSI)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ISO 45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안전경영을 실천해왔다고 자평했다.  

ISO 45001은 안전보건경영 활동에 최고경영진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과 근로자의 참여와 협의를 강조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이다.

그러나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망사고는 이를 무색케 하는 형국.

2019년 2월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에서 5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작업중 추락해 사망했고, 2018년 7월에도 부산공장 전기아연도금강판 생산라인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18년 사고 직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지청은 8월 동국제강 측에 전면 작업 중지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부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은 보름간 중단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고인 딸의 글. <사진=네이트판>

◆유족 “회사 연락도 없다”..공론화 후 부랴부랴 사과한 동국제강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유족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동국제강의 안일한 안전 의식이 A씨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주장. 

A씨의 딸은 사망사고 다음날인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빠의 억울한 죽음. 너무 분하고 슬프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딸은 “아빠가 억울하게 사고로 돌아가셨다”며 “‘아빠 갔다올게’하고 일요일 저녁에 나가서는 아빠는 결국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식자재 납품일은 아빠가 15년 넘게 하시던 일이라 힘들다고 하시지 않는데, 1년 전 쯤 어떤 회사에 납품하러 가는게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며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식자재를 2층으로 옮기는데 그 엘리베이터가 너무 자주 고장난다고. 그래서 무섭다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 엘리베이터가 추락했고, (아빠는) 그 좁고 차가운 엘릴베이터에서 머리가 함몰된 채로 과다 출혈로 돌아가셨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A씨 딸은 “이 추운날 얼마나 아프고 외롭고 힘드셨을까”라며 “왜 그 회사는 그렇게 고장이 잦은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유지관리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안전관리자가 감독하지 않았을까”라며 비통해했다. 

또한 “왜 아침 7시가 돼서야 발견했을까. 조금 더 빨리 발견했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글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무책임한 사측의 태도를 꼬집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측에서는 사과는커녕 연락조차 없었다고 유족 측의 언급에 누리꾼들은 “회사에 적절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문제를 방치하고 제대로 된 사후조치도 해주지 않은 악덕회사를 전국민들 앞에 고발해야 한다” 등 동국제강을 향한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망사건이 공론화되며 비난 여론이 들끓자, 동국제강 측은 사고 이틀 후인 6일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논란 잠재우기식 뒤늦은 대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으로 동국제강을 향한 따가운 시선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 안전관리에 미흡했던 동국제강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면 그 파장도 상당할 전망. 

노동자 사망 등 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등이 처벌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가운데 사측의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4일 팀별로 진행된 시무식에서 우수 직원에게 수여하는 ‘송원상’ 수장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내실경영’ 강조한 장세욱, 사망사고 ‘언급 無’ 씁쓸한 시무식 

한편, A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같은날 공교롭게도 동국제강은 ‘작은 시무식’을 열고 새해 첫 업무를 시작했다. 

시무식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각 팀 별로 팀장이 팀원들에게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전파하고 팀원 간 새해 덕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시무식에 앞서 팀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백스테이지 리더십(Backstage Leadership)’을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팀원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리드해 주길 바란다”며 “각 팀의 업무 에너지가 집중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업무목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백스테이지 리더십은 리더가 자신을 영웅처럼 드러내는 ‘프론트스테이지 리더십’과 대비되는 개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를 지원하고 행동하며 내실을 다지고 살림을 책임지는 리더십을 뜻한다.

하지만 장 부회장이 팀장급 직원들에게 책임있는 리더십을 주문하면서도 이날 사망사고에 대한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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