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공공스토리
[공공story] 홍등가의 꺼지는 불빛
# 르포 : 그들은 노동자가 아닌 ‘피해자’→마지막 남은 서울시 성매매 집결지 현주소
이승아 기자 (114@00news.co.kr)  2021. 01. 08

[공공뉴스=이승아 기자] #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여기 아니면 어디 가겠어? 다들 익숙해져 버렸어. 이거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나는 애 낳고 애 아빠가 바로 도망갔어. 그땐 애기 맡길 때도 없었어. 낮엔 애기보고 밤에 애기 재우고 나와서 일하고 그랬어. 애 아빠가 돈이나 주는 줄 알아? 사라지면 그냥 인연 끝이야. 요즘 양육비 청구다 뭐다 하는데 그땐 그런 것도 없었어. 그렇게 아등바등애 학교갈때까지 키워놓고 숨 좀 쉴만하니까 코로나가 찾아오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영업 못했지 뭐. 근데 멀쩡한 사람도 일 못 구하는 시대에 내가 뭘 할 줄 알아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냐고. 다들 돈 잘 벌어서 아주 떼돈 벌어서 카페나 차려서 사업이나 시작하라고 하는데 그게 안돼. 밤에 일하면 누가 떼 돈 번다는데 혼자 살기도 힘든데 애까지 하나 키워봐. 요새야 뭐 애 낳으면 이거저거 지원금 나오는 거지. 이거 벌어서 부자 되는거 절대 아니야. 거기다 거의 많게는 20%까지 가게 떼주는 거야. 어린애들은 나보다 더 많이 떼줄걸? BTS 따라다닐 나이에 고등학생도 있고 장난아냐 요새. 경제가 나쁘면 우리도 나쁘고 우리도 대목 탈 꺼 다 타고, 여름휴가철에도 손님없고, 겨울은 춥다고 없고. 연말, 명절 다 쉬고. 나라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 사람 취급이나 해주는 줄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우울증 약 먹고산다. 누가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겠어. 주위에 기관 뭐 시청, 정부고 뭐고 도와달라고 손 내밀어봤자 돈에 환장한 사람 취급만 받고 정상인 취급 못 받아. 이미 사람들은 그냥 우리를 색안경 끼고 봐. 억울하지. 나도 뭐 하나 배우고 누가 지원 좀 해주면 새 출발 하고 싶어. 자발적 창녀가 어딨느냐고 대체?”

영등포 집창촌 거리 <사진=공공뉴스DB>
영등포 집창촌 거리 <사진=공공뉴스DB>

미아리-청량리-금호동으로 이어졌던 서울 3대 집창촌은 재개발 등의 이유로 명맥이 끊긴 상태다. 영등포 안쪽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만이 당장이라도 꺼질 듯한 ‘붉은빛’을 서울 하늘에 게슴츠레 내보내고 있을 뿐이다.  

#노후화 된 사창가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도시정비계획안’을 토대로 집창촌 구역 재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구는 올해 상반기 정비계획과 구역을 최종결정해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의 사업 계획안에 포함된 곳은 영등포의 노후화 지역으로써 집창촌 일대 외에 영등포역 옆 쪽방촌 일대도 포함된다. 

집창촌 구역을 재개발하는 것은 영등포구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2010년 서울시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정비계획 수립을 추진했었다. 집창촌과 거주민 등과 협상이 번번이 결렬돼 사업이 미뤄져왔다.

구민들 중 특히 학부모들은 집창촌을 어서 빨리 사라지게 해달라며 영등포구청에 끊임없이 민원을 넣어왔다.

2018년 영등포 신문고 청원을 계기로 관계부서 및 경찰서·소방서 등이 참여해 생활환경 유해업소 TF를 구성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집창촌·쪽방촌 개발계획이 발표돼 본격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토교통부 등이 함께 참여해 이번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슬럼화되고 있는 ‘노후취약시설’인 사창가를 정비하는 재개발사업 소식을 영등포구민 모두 열렬히 반겼다. 특히 가족 중1심으로 터전을 이루고 있는 아파트단지 주민들 대부분은 이번 사업계획안을 빨리 추진하기만을 목 빠져라 기다리는 실정.

현재 집창촌은 ‘청소년 통행 금지구역’으로 지정돼있다. 그 과정에서 진행된 슬럼화로 인해 구민들을 위협하는 우범지대로 퇴행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영등포 최대 쇼핑몰 타임스퀘어 뒷골목 입구에는 ‘청소년 통행 금지구역’ 푯말이 세워져있다. 

영등포 집창촌 근처 상가 주민들은 올해 집창촌 거리가 조용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집창촌도 피해가지 못했다는 것. 특히나 손님들이 성매매업 특성상 가명으로 장부를 기입하고 업소를 들른다고 해도, 정부의 확진자 동선 공개에 덜미를 잡힐까봐 두려워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가 주민들 상당수는 집창촌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주민 김모씨는 “이번 서울시의 강력한 사업추진방안에 집창촌을 재개발 할 경우 최소 3년 이상은 걸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 그곳에서 내쫓긴 성매매종사 피해여성들은 어디로 가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그들도 사회적 약자들로서 내쫓기는 입장일 텐데 아마도 다른 집창촌을 찾아 지방으로 내려갈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주민 최모씨는 “그러나 우리도 문제다. 인근 상가 주민들의 또 다른 걱정은 공사판이 몇 년간은 계속될 텐데 그럼 이 골목에 사람들이 다니겠느냐, 그야말로 우범지대가 되는 것인데 장사가 몇 년간 안 될 것이 뻔하다”라며 생계를 걱정하기도 했다.

어둠으로 가득했던 집창촌이 사라지며 밝은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빛’과 가깝다는 데 이견은 없다. 반면 인근 상인들의 생계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은 이면에 숨은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세밀하고 밀도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lt;청량리 재개발 모습=공공뉴스DB&gt;
청량리 재개발 모습 <사진=공공뉴스DB>

#청량리 588

영등포구가 사업을 추진한다면 동대문구 청량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청량리는 역 인근 집창촌이 주를 이뤄 도시 우범지대로 낙인찍힌 세월만 수십 년. 도시 재정비 사업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영등포와 닮아있는 모습이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청량리역은 코로나19가 무색하게 사람들이 북적였다. 대규모 전통시장과 수산시장, 청과시장이 역을 마주하고 있었다.

집창촌은 사라졌으나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시장상인들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일부는 새로운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재개발구역에 확정되지 않은 상점들은 공사장 바로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장사 중이었다. 

재개발구역 바로 옆에는 닫힌 상점들과 노점상이 휑하니 줄지어있었다. 우연히 재개발 골목을 들어서자 딱 하나 문을 연 상점하나가 있었다. 

상점 주인 이모씨는 “공사자재인 큰 슬레이트 벽들과 가로등 불빛도 없어 밤이면 아무도 다니지 않는 우범지대가 됐다”며 “코로나19와 더불어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사람들이 입주하면 그때는 장사가 좀 될 거라 믿는 마음으로 몇 년을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집창촌은 어디로 옮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민들은 “쫓긴 것과 마찬가지로 억지로 씨름하다가 겨우 나갔다”며 “집창촌 사람들이 수원에 있는 집창촌으로 옮겼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창가가 없어지는 좋은 점이 생김에 따라 이런 고난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겠나, 이후에는 정말 밝고 좋은 동네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진=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캡처>

# ‘성매매 피해자’라는 명명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흔히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중 집창촌 성매매 업소에 일하는 여성은 ‘성 상품화’되어 물건처럼 고를 수 있도록 유리창 안에 갇혀 전시된다.

사회적 시선도 성매매 종사 여성이라고 할 경우 범죄자처럼 혹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힌 죄인 취급받기 십상. 

그러나 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이들을 ‘성매매 피해자’라고 명명한다.  

대중의 인식 속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성매매 피해자’라고 인식시키는 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불합리한 사회적 구조의 설명부터 이론적 설득의 필요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가 단지 ‘개인의 거래’가 아님을 설명한다. ‘강제된 성매매’, ‘자유로운 성매매’라는 이분법은 여성을 매개로 이득을 취하는 알선의도와 산업화된 성 착취 구조를 삭제해 오롯이 여성이 자신의 피해는 입증해야하는 악순환인 것.

사회적 구조상 성매매 시장은 성구매자, 성매매 여성, 성구매 조장세력, 성매매를 용인·조장하는 사회문화 등으로 구성된다.

성매매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하게 된 주요 원인인 성차별적인 사회문화와 다양한 권력의 문제 또한 살펴봐야한다는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성매매 합법화를 시행한 네덜란드와 독일의 경우 오히려 ‘대기업형 인신매매‘와 안에서 이뤄지는 착취에 대해 증거를 쉽게 잡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매매를 합법화는 성매매 피해자들을 더욱더 쉽게 빠져들게 만들 수 있는 사회적 구조에 일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수원과 대구, 원주 등 지방 대도시에서는 여전히 집창촌들이 성업 중이다. 서울을 떠난 성매매 피해자들은 자연스레 지방의 집창촌에 모여들고 있다. 음지에 자리잡은 오피스텔식 성매매와 불법안마시술업소로 빠지는 것이 현재 그들의 실정이자 암울한 현실이다. 

어디에선가 소리없는 도움의 외침은 여전히 메아리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