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신상의 이유’ 사의 표명..유통업계 첫 여성 CEO 3년여 만에 사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내 대형마트 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취임 3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임 사장은 홈플러스를 이끄는 동안 ‘혁신’ 실험을 지속,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악화된 실적과 점입가경 노사 갈등으로 떠나는 임 사장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어렵게 됐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사진=홈플러스>

12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임 사장은 지난 7일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임직원들에게 발표했다. 

임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고, 사측은 몇 차례 만류 후 결국 임 사장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개인적 사유로 지난 5년 2개월여의 홈플러스에서의 시간을 마감하고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물러나고자 결정했음을 알려드린다”며 “수개월 전 저는 회사에 퇴직의 의사를 표했고 차주 중반까지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는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했던 여러분들과의 시간을 뒤로하는 심경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남은 수일 떠나기 전까지 많은 분들과 대면해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추후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서면으로라도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임 날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께로 보고 있다. 

2017년 10월부터 홈플러스를 진두지휘한 임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업계 첫 여성 CEO다. 총수 일가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임 사장은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았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모토로라, 컴팩코리아를 거쳐 1998년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를 통해 유통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바이더웨이 재무부사장, 호주 엑스고그룹 재무부문장(CFO) 등을 지냈다.

이후 2015년 11월 홈플러스 재무부문장으로 영입됐으며, 2017년 5월 경영지원부문장(COO, 수석부사장)을 거쳐 같은해 10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 사장은 취임 이후 회사 전 분야에 걸쳐 혁신에 나섰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더한 ‘홈플러스 스페셜’을 새로운 성장모델로 제시하고,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의 온라인 버전인 ‘더 클럽’을 오픈하는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지속해 왔다. 

또한 재임 기간 중 ‘비정규직 제로’에도 힘써왔다. 사장 승진 2년 만인 2019년 7월에는 홈플러스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 사람중심 고용문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당시 홈플러스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9000명)였으며, 비정규직은 1%(228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임 사장 노력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실적 부진 늪에 빠졌고, 노사 갈등 실타래도 풀지 못한 상황.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39% 감소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안산점,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 대구점 등을 순차 매각,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폐점 점포를 늘리면서 노동조합과의 갈등도 확대됐다.

임 사장은 사임 배경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라고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되면서 홈플러스의 경영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사장의 후임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 ‘역대 최악’의 실적과 노사 갈등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를 잔뜩 안고 있는 홈플러스의 CEO 자리가 공백으로 남은 가운데 가시밭길 행보가 예상되고 있는 ‘마(魔)의 자리’에 누가 오를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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