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코오롱 부사장, 경영승계 ‘거대암초’ 만났다
이규호 코오롱 부사장, 경영승계 ‘거대암초’ 만났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日 제약사 소송 패소.. 430억 토해낼 위기
아버지 이웅열 전 회장 ‘야심작’..그룹 전체 소용돌이 가능성
  • 김재훈 기자
  • 승인 2021.01.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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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재훈 기자] ‘코오롱가(家)’ 4세인 이규호 코오롱 부사장(코오롱글로벌)의 4세 경영 승계작업이 ‘거대암초’를 만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일본 제약회사와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소송에서 패소, 수백억 원을 토해낼 위기를 맞으며 그룹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버지인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분신’과 같은 제품이란 점에서 이 부사장의 그룹 내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면서도 경영자로서의 한계점도 드러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역시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이규호 코오롱 글로벌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 글로벌 부사장<사진=코오롱>

◆ 인보사 ‘무게감’ 코오롱 숨통 조이나

국제상업회의소(ICC)는 12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뀌었다며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의 손을 들어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계약내용과 다른 중대한 과실을 범한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6년 미쓰비시다나베에 5000억원 규모 인보사 수출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미쓰비시다나베는 계약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2017년 12월 계약취소를 통보한 뒤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은 미쓰비시다나베에 기술수출 계약금 25억엔(약 264억원)을 반환하는가 하면 이자 6%를 2016년 12월 22일부터 지급일까지 계산해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다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1억 3376만엔(약 14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 5%를 2018년 4월 28일부터 지급일까지 계산해 넘겨줘야 한다. 중재신청 비용 790만 2775달러(약 87억원)도 손해를 봐야 하는 등 사실상 ‘KO’패를 당했다.

겉으로만 보면 기업간 글로벌 거래에서 흔히 발생되는 계약위반 사안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인보사’가 걸어온 여정을 대입하면 그 무게감은 코오롱의 숨통을 압박하기에 충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1998년부터 인보사 개발을 추진했다. 미국 현지 개발회사(코오롱티슈진)를 세우고 국내외 임상을 진행하기까지 약 20년의 시간도 불태웠다. 투입된 금액만 1100억원에 달했다. 이 전 회장 스스로 “나의 네 번째 자식”이라 부를 정도로 애착이 대단했다.

2023년부터 미국 내 시판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밝은 미래가 점쳐졌었다. 2019년 5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취소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급 반전됐다.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다.

2018년 11월 28일 그룹 총수직을 갑작스럽게 내려놓은 이 전 회장은 그 배경에 ‘인보사’가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었다. 평생 숙원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린 만큼 ‘2선’으로 물러날 명분이 생겼다는 일종의 여유였다.

시판 직전 엎어진 단순한 신약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즉 코오롱 그룹 전체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인보사의 주성분이 과거 특정 시점에 불분명한 이유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은폐 및 허위신고 의혹이 양산됐다는 점이다.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은 2019년 4월 주성분 세포 변경 사실을 3월말에야 파악했고 곧바로 신고했다며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코오롱생명과학과 미쓰비시다나베 간의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 소송 과정에서 상황이 역전됐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3월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계약서상에 적시된 것이 결정타였다. 인보사가 국내 허가를 받기 약 4개월 전이었다.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경영권 승계에 앞서 넘어야 할 산”

검찰은 코오롱그룹과 식약처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진행과 동시에 관련자들을 줄기소했다. 이 전 회장이 허위신고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을 비롯해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구속됐다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ICC의 결정으로 인해 소송전의 흐름이 바뀔 것이란 시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코오롱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안의 경중을 감안했을 때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이 이번 사안을 직접 챙길 것이란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코오롱그룹 전체를 관통할 만큼의 충격파가 예상되는 까닭에서다.

아버지의 혼이 담긴 사업인 만큼 이규호 부사장도 안 부회장의 지근거리에서 호흡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 스스로도 이번 문제를 경영권 승계에 앞서 넘어야 할 산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며 “크든 작든 (인보사 소송전에서) 어떤 역할을 자임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코오롱 관계자는 “어떤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전문가 집단과의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부사장의 향후 역할론과 관련해서는 “해석의 영역으로 넘겨야 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재훈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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