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핵심부품 ‘부싱’ 돌연 변경..완제품 검수에도 불안감↑
“화재는 제조사가 책임질 일..” 수입차 B사 화재사고와 비교

[공공뉴스=김재훈 기자] “제조사가 책임질 일” (한국전력공사 관계자)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의 때아닌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납품 받고 있는 변압기 내의 핵심 부품인 ‘부싱’이 국산에서 중국산 부품으로 돌연 바뀌면서 세간의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고압전력을 다루는 장비인 만큼 화재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한전 측은 ‘제조사가 책임질 일’이라는 식의 안이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리감독 책임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뉴시스>

◆ 국산→중국산 왜?

14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한전에 변압기를 납품 중이던 A사는 지난해 초 핵심 부품인 부싱을 돌연 중국산으로 교체했다. 기존에 사용되던 부품은 국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서 제조돼 왔다.

고압전류를 차단하는 제품 특성상 화재와 오작동 등의 사고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실제 인천에서 최근 변압기 고장으로 화재가 발생해 출근 시간대 약 3만 8000가구가 정전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변전소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부평구 갈산동·삼산동, 계양구 효성동·작전동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전은 불이 난 유형의 변압기(유입변압기)가 설치된 변전소에 대한 대대적인 정밀점검에 나선 상태나 뚜렷한 결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형사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번 부싱 교체논란도 이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개별 부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변경된 부품이 적용된 완제품 형태의 변압기 역시 안전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탓이다.

2018년과 2019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수입차 B사 차량 화재사고와 비교할 수 있다. 신차에 적용된 특정 ‘공인 부품’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갈무리 된 해당사건은 이번 한전 부품논란과 연장선을 형성한다는 분석이다.

바뀐 부품 탓에 크고 작은 돌발사고가 발생되는 경우 한전이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변압기) 완제품 공급사에 대한 생산설비·인력, 품질체계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부품 공급사를 선택하는 것은 완제품 공급사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변압기 완제품 제조사의) 수입부품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변압기에 사용되는 부싱 자체가 공인시험기관을 거쳐 탑재되고 있는 만큼 크게 하자 될 것 없다는 부연이다.

문제는 중국산 부품이 적용된 변압기 완제품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는지 여부다. 차량화재 예시를 통해 언급했듯 부품과 완제품의 안정성은 별개로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 “극소단위 전력 차이 우습게 알다가..”

한전 배전계획처 관계자는 “바뀐 부품이 적용된 변압기는 지난해 상반기에 납품을 받았다”며 “검수가 가능한 환경 하에서 한전 직원 입회 하에 이틀간 검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논란은 남는다. 안정성을 담보했던 기존 제품의 핵심부품이 바뀐 만큼 이를 충분한 검수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날씨와 기후에 따라 전기부품들이 보이는 성능은 천양지차로 벌어진다”며 “극소단위 전력 차이를 우습게 알다 화재사고가 발생되는 상황은 전기부품업계에서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변압기 완제품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제조사가 책임질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부싱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납품가격인하 압박 의혹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부싱은 변압기 제조업체가 구매한다”며 “한전은 단가인하를 요청한 사실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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