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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또 하늘의 별이 되다
#정인아 미안해:아동학대 사망사건 반복에 들끓는 공분→땜질 대책 아닌 강력한 보호장치 마련 촉구
이승아 기자 (114@00news.co.kr)  2021. 01. 15

[공공뉴스=이승아 기자] # 2009년 아빠는 엄마와 이혼을 했고, 나는 새엄마와 살게 됐다. 평소 밥도 같이 먹고 허물없이 지내던 아주머니가 내 새엄마가 돼 너무 기뻤다. 하지만 새엄마는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았다. 새엄마는 나를 발로 차고 내 손과 발에 뜨거운 물도 부었다. 아빠는 새엄마가 나를 심하게 혼내는 사실을 알았지만, 모른척 할 뿐이었다. 2013년 10월24일 목요일. 반 친구들과 소풍을 갈 생각에 나는 전날부터 너무 신났다. 하지만 새엄마는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어서 내가 아파서 소풍에 못 간다고 했다. 나는 새엄마에게 “엄마 미안해요. 그런데 친구들과 소풍 가고 싶어요”라고 했지만, 새엄마는 나를 마구 때렸다. 새엄마가 나를 때린 이유는 식탁에 놓인 2300원이 없어져서다. 새엄마는 내가 2300원을 훔쳐갔다고 생각했다. 내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새엄마의 발길질은 계속됐다. 나는 머리, 팔, 다리 온 몸을 맞아 눈 앞이 깜깜하고 어지러웠다. 너무 아파 소리도 지를 수 없었고, 그러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013년 10월 초등학교 2학년(만 7세) 또래보다 체구가 작던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학대로 숨졌다. 그러나 작고 약한 아이들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누가 자신이 학대하는 것을 눈치채주기를,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다리는 것 뿐. 그리고 2020년 생후 16개월 정인이도 온몸을 구타 당한 채 하늘의 별이 됐다. 

#하늘의 별이 된 16개월 ‘정인이’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여자아이가 같은해 10월13일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그 아이 이름이 정인이다. 

숨진 정인이의 몸 곳곳은 멍투성이였다. 머리와 쇄골 부분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당시 아동학대를 의심한 의사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며 이 사건은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정인이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 갈비뼈, 팔, 다리 등 몸 곳곳이 부러진 것도 모자라 췌장은 끊어진 상태였고 뱃속에는 피가 가득 고여있었다.

정인이가 숨지기 전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1차 아동학대 신고는 5월25일 이뤄졌다. 정인이 입양 석달째부터 얼굴에 커다란 멍자국과 귀에 상처, 허벅지에 멍 등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에 의해 잇따라 발견된 것. 선생님들은 그동안 모아온 증거 사진 여러장을 제출했지만, 경찰에서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이 돌아왔다. 

당시 경찰은 “뼈가 부러지거나 찢어지지 않은 이상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2차 신고는 한달여 후인 6월29일. 비오는 날 아이가 자동차에 30분 이상 방치돼 있는 것을 본 한 시민이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늑장 대응으로 조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마지막 신고는 9월23일이었다. 아이 입안이 찢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한 소아과 전문의가 학대 소견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양부모는 아이를 평소 단골인 다른 소아과로 데려갔고, ’구내염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해 수사를 피했다. 

정인이를 입양 보낸 단체 기관에서도 정인이의 첫 번째 학대의심 신고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의 공식입장은 “학대의심 신고를 알고 더욱더 세심하게 신경 썼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져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결국, 경찰과 입양 기관 등의 초기 대응 실패로 16개월 어린 생명이 짦은 생을 마감했고 온 국민은 분노했다.   

정인이를 입양보내기 전까지 돌봤던 위탁모는 정인이의 참혹한 소식을 듣고 쓰러졌다.

위탁 당시 위탁모의 친동생은 정인이를 입양하겠다고 했으나 협의 끝에 이뤄지지 않았다. 위탁모가 정인이를 더 좋은 집, 환경에 살도록 입양 보내자고 한 것. 그렇게 위탁모는 정인이의 행복을 빌며 입양 보냈다.  

정인이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은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반성의 기미 없이 아이를 학대하지 않았다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양부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시위가 이어졌다.

검찰은 이날 공소장을 변경해 양모에게 살인죄를 추가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양모는 아동학대치사죄에서 살인죄로 혐의가 변경됐다. 첫 공판이 끝난 후 양부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는 지속됐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16개월 작은 아이의 충격적인 죽음을 둘러싸고 국민들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사회에 무엇보다 크게 분노했다. 

정인이의 죽음의 책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지금껏 수많은 아동학대사건이 일어났으나 뚜렷한 대책 없이 매번 반복되는 현실에 분노는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  

이 사건은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까지 올라가며 여론의 거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정인이 사건에 대한 청원에 2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를 하며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답변과 책임을 정부에 요구했다. 

연일 슬픔과 분노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아동학대를 언급,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근절을 위해 정부가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여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 했다. 

아울러 슬픔에 빠진 국민들의 발걸음은 정인이가 묻힌 양평 묘원으로 향했다. 하늘에서라도 고통은 잊고 행복하기를 많은 이들은 바랐다. 

특히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온라인 카페와 SNS에는 정인이를 위해 진정서를 썼다는 인증글들이 줄을 이었다.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의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데 모인 것이다. 

진정서나 탄원서는 민원성 서류로, 때문에 명시된 법적 효력이 없다. 실제로 법리 해석이나 유무죄 여부 등 법률적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양형에 중요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

국민 여론을 담고 있는 진정서가 재판부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존재하는 셈이다. 첫 재판을 앞두고 재판부에는 800여통의 진정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인이 사건에 대한 공분이 계속 확산되면서 주변에 ‘대리외상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모습. 일부 전문가들도 이 현상에 주목했다. 

대리외상증후근을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간접 경험으로 인해 마치 자신이 그 일을 겪은 것처럼 불안 등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연일 보도되면서 정인이의 죽음으로 슬픔과 고통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돌고 돌아 국민들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이 사회에 대해, 어른으로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국민들 스스로 사과했다.

‘정인아 미안해’란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탁상공론 그만..확실한 재발방지 원한다

앞서 2013년 발생한 이른바 ‘울산계모 학대사건’의 판례문에서 재판부는 ‘성인의 주먹과 발은 7세 아동에게 흉기나 다름없다’고 명시했다.

실제 정인이의 사인 역시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한 췌장 파열,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이다. 

두 사건 모두 아이들이 이겨내지 못할 어른의 ‘힘’, 그리고 학대로 벌어진 비극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아동학대사건은 사법부에서 가장 엄중히 다뤄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며, 이에 따라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은 참된 사회 정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정인이 사건의 재판에 ‘엄벌 촉구’라는 국민적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제대로 된 근절책 마련에 정부와 각 기관의 심도있는 고민도 필요하다.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되고 기존 법도 있는 상태지만, 지금도 또 어딘가에선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신속하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주변의 관심과 신고에도 경찰 등 유관기관의 대응 실패로 꽃도 다 피워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아이들. 

늦어다고 생각할 때 그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지만, 안타까운 어린 생명들을 지키는 완벽한 보호 장치 마련은 이미 조금은 늦어버렸다. 

아이들을 구명할 수 있는 골든타임.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행동은 없고 말로만 펴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난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책 마련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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