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재판 약 4년 만에 형량 확정..탄원서 등 선처 호소에도 실형
경제단체 “삼성 경영활동 위축, 韓 경제 전체에 악영향 미칠 수 있어” 우려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량이 약 4년 만에 확정된 가운데 경제계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경제계는 사법부에 선처를 호소해 왔지만, 그러나 18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까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의 형량을 결정하는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은 즉시 법정구속됐다. 지난 2018년 2월5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된 지 1078일 만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그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기소됐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보다 형량을 대폭 낮춘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액을 89억원으로 봤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금 72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등을 유죄로 인정한 것. 

하지만 2심 재판부는 36억원만을 뇌물 공여 액수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 측이 최씨 측에 준 말 세 필의 소유권이 사실상 최씨 측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승마 지원금 가운데 용역대금 명목으로 지급된 액수만 뇌물로 판단한 것이다. 

이후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씨의 딸 정씨의 말 구입비와 영재센터 후원금 등 2심에서 무죄로 본 50여억원도 뇌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대법 판결 취지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이 공여한 뇌물 금액은 모두 86억원이다. 이는 이달 14일 대법이 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결론 내린 뇌물 액수와 일치한다. 

대법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린 상태로, 파기환송심에서는 양형이 핵심 관전 포인트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간 벌어진 치열한 법리 다툼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징역형이 확정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도 실형 선고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에 따르면, 50억원 이상 횡령 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선고된다. 형법 제 3조에는 3년 이하 징역이 선고된 경우에만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제 3년 이상 징역형에는 집행유예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이 감형 요소로 적극 반영될 가능성도 있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측에 준법감시제도를 설치해 총수 관련 범죄 예방 실효성이 확인될 경우 양형 사유에 포함하겠다고 언급, 지난해 1월 삼성준법감시위가 출범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출범 이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날 파기환송심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에 따른 횡령액을 86억8000여만원이라고 봤다. 

또한 삼성준법감시위와 관련해 “삼성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새로운 준법감시제도 실효성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에 경제계는 일제히 우려의 시각을 내놓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잇따라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이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했으나, 그럼에도 실형이 확정되자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안타깝다는 입장을 쏟아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 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세계 각국의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포스트 코리아 시대에 심화될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기술 혁신으로 신산업분야 등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향후 삼성의 경영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