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관계부처 등 의견 검토·반영해 지난달 27일 동의의결안 최종 확정
아이폰 수리비 10% 할인, 中企 R&D 센터·디벨로퍼 아카데미 설립 등 지원
일각선 기업 봐주기 목소리 ↑.. 조성욱 위원장 “엄격한 요건·절차 하에 운영”

[공공뉴스=정진영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아이폰 광고비와 수리비 등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애플코리아(유)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 자금 조성 등을 내놓고 자체 개선에 착수한다.  

공정위가 애플이 제시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한 결과다. 동의의결은 법을어긴 기업이 피해보상 등 내용을 담은 자진시정안을 내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더이상 위법 여부에 대해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의 갑질 논란에 공정위가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이에 대해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어떤 기업을 봐주기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애플코리아의 광고비 책임 전가에 대한 동의의결 최종 확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애플코리아의 광고비 책임 전가에 대한 동의의결 최종 확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통사 ‘갑질’ 애플, 과징금 대신 자진시정..상생기금 1000억 마련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동의의결은 애플이 거래상대방인 이통사들에 대해 거래상지위를 남용한 행위와 관련, 거래질서의 적극적 개선을 위한 시정방안과 소비자 후생증진 및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상생방안이 포함됐다.  

최종 동의의결에 포함된 거래질서 개선에 필요한 시정방안에는 ▲광고기금 적용 대상 중 일부 제외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임의적 계약해지 조항 삭제 ▲특허분쟁을 방지하는 상호적인 메커니즘 도입 ▲최소보조금 조정 등 내용이 담겼다. 

이와 별도로 내놓은 상생방안에는 총 1000억원 상당의 금액을 조성해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디벨로퍼(Developer) 아카데미 설립 ▲공교육 분야 디지털 기기 지원 ▲애플기기의 유상수리 비용 및 애플케어플러스 할인 등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100억원의 상생지원기금 중 400억원은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R&D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사용한다. 

공정위는 “R&D 지원센터는 현재 일본, 중국, 이스라엘 등에서 운영중이나 한국에 설립하는 센터의 경우 제조업에 특화해서 운영할 예정”이라며 “애플과 거래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중소기업이라면 모두 지원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디벨로퍼 아카데미를 설립해 연간 약 200명의 교육생을 선발, 9개월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대학 등과 협업한다. 여기에 250억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현재 이탈리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아울러 100억원을 투자해 사회적 기업 등과 협업해 혁신학교, 교육 사각지대(특수학교, 도서지역 학교, 다문화가정 아동) 및 공공 시설(지역 도서관, 과학관) 등에 디지털 교육을 지원한다.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상 수리 비용을 할인하고, 애플케어플러스 서비스를 할인해 주거나 환급하는 데 250억원을 투입한다. 

공정위는 “아이폰 유상수리 비용과 애플케어플러스 구입비용은 평균적으로 각각 30만원, 20만원 수준”이라며 “이에 따라 10%를 할인 또는 환급할 경우 소비자에게는 인당 2~3만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1년 내에 출연금액 전액 소진 시 동 프로그램이 종료될 수 있고, 1년 후에도 미사용 기금이 있는 경우 연장 실시한다.

상생 지원 방안 주요 내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미이행 시 1일당 200만원 이행강제금 및 동의의결 취소

앞서 애플은 공정위가 심의 중인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건에 대해 2019년 6월4일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며, 공정위는 두 차례의 심의를 거쳐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공정위에서는 애플이 이통사들로부터 단말기 광고비용과 보증수리 촉진비용을 지급받은 행위, 이통사에 대해 특허권 무상라이선스 조건과 일방적인 계약해지 조항을 설정한 행위, 이통사의 단말기 소매가격 결정과 광고활동에 관여한 행위가 문제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4호(거래상 지위의 남용) 위반에 대한 심의가 진행중이었다.

공정위는 애플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8월 잠정동의의결안을 마련했으며, 이후 60일간 검찰 및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5개 관계부처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정위는 “검찰총장은 이견이 없음을 통보했고, 산업부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교육부 등 다른 관계부처들은 공교육 분야 지원, 소비자 유상수리 비용 할인 등 상생지원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해관계자인 이통사들은 동의의결안에 찬성하며 차후 애플과의 협의를 통해 계약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했다”며 “이통사들은 최종심의에 직접 참석해 제출된 의견이 회사의 공식 입장임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외 부산시, 구미시 등 지자체는 R&D 지원센터 등의 시설을 해당 지자체에 설립해줄 것을 건의했다. 

애플은 향후 3년간 자진시정 방안을 이행하게 되며, 공정위는 이행감시인을 선정해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행점검을 위해 공정위는 회계법인으로 이행감시인을 선정하고, 이행감시에 소요되는 비용은 애플이 부담한다.

공정위는 매 반기별로 애플의 자진시정안 이행상황을 보고 받고 동의의결안이 충실히 이행되는지도 점검한다. 이행점검 결과, 보고내용이 관계기관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내용을 관련된 기관에 공유해 의견을 조회할 예정이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애플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당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동의의결이 취소될 수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면죄부’ 꼬리표 여전..조성욱 “매우 엄격한 요건·절차 하에 운영”

한편, 공정위는 이번 동의의결을 통해 거래질서가 개선되고 중소기업·소비자 등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양 당사자간 거래 관계를 보다 공정하게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상생지원방안을 통해 중소기업·소비자·프로그램 개발자 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글로벌 사업자인 애플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정위의 시정안 수용에 따라 애플이 과징금이나 형사고발 등을 모두 피하면서 이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조 위원장은 “동의의결제도 활용이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동의의결제도는 매우 엄격한 요건과 절차 하에 운영되고 있다. 피심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도 수차례 심의를 거쳐 애플의 자진시정 방안이 예상 조치와 균형을 이루는지 그 요건을 면밀히 살펴 결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검찰과 이해관계인도 이견이 없거나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애플의 동의의결 확정안이 국내 ICT 생태계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해 여부를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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